· 건기식 의존 말고 정기검진 실천, 생활습관 점검해야
· 특별한 이상 없어도 40세 전후론 안과 정기검진 시작
봄은 여러모로 눈이 괴로운 계절이다. 미세먼지, 꽃가루 등으로 알레르기질환이 흔히 발생하는 데다 건조한 환경에 눈도 자주 뻑뻑해진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 후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젊은 노안환자도 늘고 있는데 이 와중에 눈 피로개선·노화방지 효과를 강조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까지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혼란스럽다. 정확한 정보 획득이 중요한 시점에서 황홍석 대한안과의사회 회장(우리눈안과 원장)을 만났다.
- 봄에는 유독 눈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봄철 주의해야 할 안질환은.
미세먼지, 꽃가루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알레르기성결막염이 대표적이다. 눈 가려움, 충혈, 이물감은 물론 통증까지 발생하는데 이 경우 항알레르기안약을 사용하고 냉찜질을 하면 불편함을 한결 줄일 수 있다. 가려움을 참기 힘들겠지만 눈을 많이 비비면 각막에 상처가 생기고 다래끼 등 이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최대한 눈에 손대지 말고 본인의 상태에 적합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 코로나19 감염 후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처방법은.
격리기간에는 스마트폰과 TV시청, 독서 같은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러한 근거리활동은 눈을 촉촉하게 하는 눈물을 증발시켜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와 동반되는 결막염 등으로 눈물막이 파괴돼 안구건조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건조감이 있을 때마다 인공눈물을 미리 넣어주고 외출 시에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온찜질과 눈꺼풀마사지도 도움이 된다. 단 충혈, 눈곱까지 동반한다면 염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 속히 안과진료를 받아야 한다.
-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눈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언제부터 대비해야 하나.
수정체의 조절력 저하로 인한 근거리 불편감은 보통 40세 전후로 시작된다.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 노화로 인한 안질환 발생위험이 본격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눈에 별 이상이 없어도 40세 전후로는 안과 정기검진을 시작하길 당부한다. 물론 꼭 이 시기가 아니더라도 요즘은 주변에 안과들이 많기 때문에 일단 눈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시력저하, 안통, 비문증*, 변시증** 등이 발생하면 바로 안과진료를 받아야 한다.
*비문증 : 눈앞에 거뭇거뭇한 날파리 같은 이물질이 떠다니는 증상으로 대부분 노화가 원인이지만 망막열공, 망막박리 등 심각한 망막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음. ▲며칠 새 눈앞에 떠다니는 것의 개수가 많아지거나 ▲시력저하가 동반되거나 ▲시야가 가려 보일 때는 수술이 필요한 안질환일 수 있어 빠른 안과진료 권고.
**변시증 : 사물이 휘어져 보이는 것으로 황반변성이 주원인으로 꼽힘. 다만 망막에 가장 중요한 황반 부분을 침범하는 다른 질환에서도 변시증이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검사가 필요함.
- 노인성안질환 중에서는 황반변성을 빼놓을 수 없다.
황반변성은 나이와 연관이 깊어 노인성 황반변성, 나이관련 황반변성이라고 표현한다. 3대 실명질환의 하나로 꼽히지만 황반변성 역시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실명 같은 큰 문제로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특히 고령층은 시력저하 등을 느꼈을 때 단지 나이 때문이라고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 하지만 황반변성의 초기증상은 뚜렷하지 않다고. 정말 의심할 만한 증상은 없는지.
바둑판처럼 가로, 세로 선들이 있는 부분을 봤을 때 중간이 굽어 보이거나 흐려 보이는 경우 황반변성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사물을 봤을 때 주변은 보이는데 중심부가 안 보인다면 꼭 안과진료를 받아볼 것을 당부한다.
- 자외선, 흡연 등도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 그럼 젊을 때도 황반변성이 발생할 수 있나.
황반변성은 노화뿐 아니라 고도근시, 심혈관질환, 고혈압, 흡연, 자외선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도 황반변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들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안과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자외선은 황반변성뿐 아니라 백내장 등 다양한 안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요즘처럼 햇볕이 강해지는 시기에는 자외선 차단이 되는 챙이 넓은 모자나 선글라스 등을 착용해 눈을 보호해야 한다.
- 루테인성분의 건기식이 유독 인기다. 실제로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루테인은 시력에 중요한 황반을 보호하는 황반색소의 주성분이다. 따라서 꾸준히 섭취하면 노화에 의한 손상을 줄이고 망막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기식에 의존하기보다 금연, 선글라스 착용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정기검진을 통해 안질환을 조기 발견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루테인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등을 섭취하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된다.
- 루테인성분 건기식의 황반변성 예방효과도 의문이다. 학계에선 황반변성환자에만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는데.
근본적으로 루테인 보조제는 황반변성의 보조치료제로 통용되고 있다. 즉 황반변성이 발생한 환자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단 흡연자는 루테인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성분을 과량복용할 경우 폐암 발생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됐다. 또 울렁거림 등 위장장애 부작용이 간혹 발생할 수 있어 황반변성환자라도 담당 의료진과 상담 후 적절한 용량을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
- 대한안과의사회 회장도 맡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2000명이 넘는 회원들을 대표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민 눈 건강증진을 위해 안저검사, 영유아 눈 검진 등을 안과에서 좀 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회원들의 단합과 부정직한 의료활동을 견제·자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노안 백내장수술과 관련, 일부에서 일어나는 부정직한 의료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계몽과 제재를 가하고 있다.
- 학회에선 안저검사를 매우 중요하게 강조한다. 이 검사로는 어떤 안질환을 발견할 수 있나.
망막병증 등 고혈압,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과질환이 대표적이다. 그래도 안저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반드시 치료할 수 있는데 그 시기를 놓쳐 실명 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 대한내과의사회와 협력해 여러 가지 계몽사업을 하고 있는데 국가에서도 안저검사를 국가건강검진사업에 꼭 포함해 많은 국민이 조기에 진단·치료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안저검사 : 안저카메라로 동공을 통해 안구 내 구조물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망막상태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어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무해한 빛으로 진행되는 비침습적인 검사로 약 1초면 끝나며 후유증도 없다.
- 눈 건강과 관련해 당부의 한 말씀 부탁한다.
많은 국민이 안과를 친숙하게 여기면서도 막상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 과거와 달리 주변에 가깝게 방문할 수 있는 안과가 많아졌다. 본인의 증상을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안과에 방문해 의사의 진료와 조언을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큰 문제 없이 눈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