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눈 만병통치약 아냐”
“건강기능식품, 눈 만병통치약 아냐”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5.06 0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황홍석 대한안과의사회 회장(우리눈안과 원장)

· 건기식 의존 말고 정기검진 실천, 생활습관 점검해야 
· 특별한 이상 없어도 40세 전후론 안과 정기검진 시작

<br>
황홍석 회장은 “건강기능식품은 눈 관리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면서 “나이와 관계없이 일단 눈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속단하지 말고 가까운 안과를 방문해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봄은 여러모로 눈이 괴로운 계절이다. 미세먼지, 꽃가루 등으로 알레르기질환이 흔히 발생하는 데다 건조한 환경에 눈도 자주 뻑뻑해진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 후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젊은 노안환자도 늘고 있는데 이 와중에 눈 피로개선·노화방지 효과를 강조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까지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혼란스럽다. 정확한 정보 획득이 중요한 시점에서 황홍석 대한안과의사회 회장(우리눈안과 원장)을 만났다. 

- 봄에는 유독 눈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봄철 주의해야 할 안질환은.

미세먼지, 꽃가루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알레르기성결막염이 대표적이다. 눈 가려움, 충혈, 이물감은 물론 통증까지 발생하는데 이 경우 항알레르기안약을 사용하고 냉찜질을 하면 불편함을 한결 줄일 수 있다. 가려움을 참기 힘들겠지만 눈을 많이 비비면 각막에 상처가 생기고 다래끼 등 이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최대한 눈에 손대지 말고 본인의 상태에 적합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 코로나19 감염 후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처방법은.

격리기간에는 스마트폰과 TV시청, 독서 같은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러한 근거리활동은 눈을 촉촉하게 하는 눈물을 증발시켜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와 동반되는 결막염 등으로 눈물막이 파괴돼 안구건조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건조감이 있을 때마다 인공눈물을 미리 넣어주고 외출 시에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온찜질눈꺼풀마사지도 도움이 된다. 단 충혈, 눈곱까지 동반한다면 염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 속히 안과진료를 받아야 한다.

-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눈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언제부터 대비해야 하나.

수정체의 조절력 저하로 인한 근거리 불편감은 보통 40세 전후로 시작된다.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 노화로 인한 안질환 발생위험이 본격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눈에 별 이상이 없어도 40세 전후로는 안과 정기검진을 시작하길 당부한다. 물론 꼭 이 시기가 아니더라도 요즘은 주변에 안과들이 많기 때문에 일단 눈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시력저하, 안통, 비문증*, 변시증** 등이 발생하면 바로 안과진료를 받아야 한다.

*비문증 : 눈앞에 거뭇거뭇한 날파리 같은 이물질이 떠다니는 증상으로 대부분 노화가 원인이지만 망막열공, 망막박리 등 심각한 망막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음. ▲며칠 새 눈앞에 떠다니는 것의 개수가 많아지거나 ▲시력저하가 동반되거나 ▲시야가 가려 보일 때는 수술이 필요한 안질환일 수 있어 빠른 안과진료 권고.

**변시증 : 사물이 휘어져 보이는 것으로 황반변성이 주원인으로 꼽힘. 다만 망막에 가장 중요한 황반 부분을 침범하는 다른 질환에서도 변시증이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검사가 필요함. 

- 노인성안질환 중에서는 황반변성을 빼놓을 수 없다. 

황반변성은 나이와 연관이 깊어 노인성 황반변성, 나이관련 황반변성이라고 표현한다. 3대 실명질환의 하나로 꼽히지만 황반변성 역시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실명 같은 큰 문제로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특히 고령층은 시력저하 등을 느꼈을 때 단지 나이 때문이라고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 하지만 황반변성의 초기증상은 뚜렷하지 않다고. 정말 의심할 만한 증상은 없는지. 

바둑판처럼 가로, 세로 선들이 있는 부분을 봤을 때 중간이 굽어 보이거나 흐려 보이는 경우 황반변성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사물을 봤을 때 주변은 보이는데 중심부가 안 보인다면 꼭 안과진료를 받아볼 것을 당부한다.  

- 자외선, 흡연 등도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 그럼 젊을 때도 황반변성이 발생할 수 있나. 

황반변성은 노화뿐 아니라 고도근시, 심혈관질환, 고혈압, 흡연, 자외선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도 황반변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들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안과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자외선은 황반변성뿐 아니라 백내장 등 다양한 안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요즘처럼 햇볕이 강해지는 시기에는 자외선 차단이 되는 챙이 넓은 모자나 선글라스 등을 착용해 눈을 보호해야 한다. 
 
- 루테인성분의 건기식이 유독 인기다. 실제로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루테인은 시력에 중요한 황반을 보호하는 황반색소의 주성분이다. 따라서 꾸준히 섭취하면 노화에 의한 손상을 줄이고 망막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기식에 의존하기보다 금연, 선글라스 착용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정기검진을 통해 안질환을 조기 발견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루테인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등을 섭취하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된다.  

- 루테인성분 건기식의 황반변성 예방효과도 의문이다. 학계에선 황반변성환자에만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는데. 

근본적으로 루테인 보조제는 황반변성의 보조치료제로 통용되고 있다. 즉 황반변성이 발생한 환자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단 흡연자는 루테인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성분을 과량복용할 경우 폐암 발생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됐다. 또 울렁거림 등 위장장애 부작용이 간혹 발생할 수 있어 황반변성환자라도 담당 의료진과 상담 후 적절한 용량을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 

- 대한안과의사회 회장도 맡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2000명이 넘는 회원들을 대표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민 눈 건강증진을 위해 안저검사, 영유아 눈 검진 등을 안과에서 좀 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회원들의 단합과 부정직한 의료활동을 견제·자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노안 백내장수술과 관련, 일부에서 일어나는 부정직한 의료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계몽과 제재를 가하고 있다.  

- 학회에선 안저검사를 매우 중요하게 강조한다. 이 검사로는 어떤 안질환을 발견할 수 있나. 

망막병증 등 고혈압,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과질환이 대표적이다. 그래도 안저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반드시 치료할 수 있는데 그 시기를 놓쳐 실명 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 대한내과의사회와 협력해 여러 가지 계몽사업을 하고 있는데 국가에서도 안저검사를 국가건강검진사업에 꼭 포함해 많은 국민이 조기에 진단·치료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안저검사 : 안저카메라로 동공을 통해 안구 내 구조물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망막상태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어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무해한 빛으로 진행되는 비침습적인 검사로 약 1초면 끝나며 후유증도 없다.

- 눈 건강과 관련해 당부의 한 말씀 부탁한다.

많은 국민이 안과를 친숙하게 여기면서도 막상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 과거와 달리 주변에 가깝게 방문할 수 있는 안과가 많아졌다. 본인의 증상을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안과에 방문해 의사의 진료와 조언을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큰 문제 없이 눈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