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쇠비름은 잘 활용하면 유용한 건강 약초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쇠비름은 잘 활용하면 유용한 건강 약초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4.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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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지난주 칼럼에서는 ‘쇠비름과 수은’에 대해 얘기했다. 걱정이 많았을 텐데 쇠비름은 건강을 위해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쇠비름의 효능을 살펴보고자 한다.

쇠비름은 쇠비름과 풀로 이름은 비름이라고 했지만 비름(비름과)과는 전혀 다른 종이다. 쇠비름의 잎은 쐐기 모양의 번들거리는 작은 타원형처럼 생겼고 비름잎은 깻잎처럼 보이면서 약간 작다. 비름을 한자로는 현(莧) 또는 현채(莧菜)라고 한다.

<예기(禮記)>에 한 어린아이가 어려서부터 총명해서 사물을 묘사하기를 잘했는데 어느 승려의 얼굴 생김새가 위로는 넓고 아래가 좁은 형상을 보고서는 “얼굴이 마현(馬莧)을 닮았다”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마현(馬莧)은 바로 쇠비름을 의미한다. 쇠비름 잎 모양을 안다면 절로 웃음이 나올 것이다.

쇠비름의 ‘쇠’를 간혹 작은 비름의 의미라는 뜻의 ‘소(小)’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가축 ‘소’를 의미할 것이다. <의방합편>에는 ‘牛莧(우현)’이라고 했고 <단방비요 경험신편>에는 한글로 ‘소비름’이라고 적고 있다. 소가 잘 먹었나 보다. 과거부터 들녘 여기저기서 잘 자라서 심지어 <무명자집>에는 ‘쇠비름 무성하여 아욱과 깨를 기가 질리게 하네[馬齒盛 氣擁葵荏昏]’라고도 적고 있다.

쇠비름의 가장 주된 한자명은 마치현(馬齒莧)이다. <본초강목>에는 ‘잎이 말의 이빨처럼 나란하면서 성질이 매끄러운 것이 비름과 유사하므로[性滑利似莧]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고 했다. 오행초(五行草), 장명채(長命菜)라는 별명도 있다.

오행초(五行草)라는 이름은 잎은 푸르고[靑], 줄기는 붉고[赤], 꽃은 노랗고[黃], 뿌리는 희고[白], 씨는 검기[黑]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것을 보면 쇠비름을 전초로 해서 섭취하면 오장을 보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장명채(長命菜)란 사람을 장수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본초강목>에는 ‘오랫동안 가뭄에 잘 견디는 성질이라 말리기 어려우므로 장명(長命)이라는 명칭이 있다’고 했다. 쇠비름이 잘 마르지 않아 오래가기 때문에 장명(長命)이라고 한 것이지만 장수하게 하는 효능도 있으니 중의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쇠비름은 식량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과거부터 쇠비름을 죽이나 국, 나물로 만들어 먹었다. ‘마치현에 멥쌀을 조금 넣고 장국물에 끓여 먹는다(향약집성방)’ ‘마치현을 삶아서 소금, 간장, 혹은 생강, 식초를 넣고 고루 섞어서 먹는다(식감본초)’ ‘마치현을 뜯어 쌀을 조금 넣고 간장을 넣어 푹 삶아 먹는다(식의심감)’라는 기록들이 있다.

쇠비름은 맛이 시고 성질이 차다. <의학입문>에는 ‘약성이 아주 차다’고 했다. 모든 문헌에 ‘독이 없다’라고 했지만 쇠비름은 수은 때문에 ‘혹 유독(有毒)’하다고 하는 것이 맞다. 문헌에서는 쇠비름을 말려서 약으로 사용할 때는 줄기와 마디를 제거하고 잎만 사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뿌리만을 제거하고 지상부 전초를 식용·약용하고 있다.

쇠비름은 ‘청열해독약(淸熱解毒藥)’으로 분류돼 있다. 이시진은 ‘마치현이 여러 가지 병증을 치료하는 것은 모두 산혈소종(散血消腫)의 효능을 취할 뿐이다’라고 했다. 바로 어혈을 흩어내고 종기(종양)를 삭이는 데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쇠비름은 종기와 궤양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에는 ‘온갖 종기와 악창(惡瘡)에 주로 쓴다’라고 했고 <본초강목>에는 ‘여러 가지 종기와 치루(치질), 사마귀 등을 치료하는데, 찧어서 환부에 발라준다’고 했다. <의학입문>에는 ‘풍열(風熱)과 옹창(癰瘡)에 찧어서 즙을 먹는다’고 했다. 외용제도 좋고 내복도 효과가 있다.

<본초강목>에는 ‘마치현고(馬齒莧膏)를 만들어 습선(濕癬, 습진), 백독창(白禿瘡, 두피버짐), 정창(疔瘡, 심한 부스럼) 등에 발라준다. 36가지 창(瘡)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 ‘오래된 악창에 온갖 처방을 써도 낫지 않거나 아프고 화끈거리는 것이 그치지 않는 증상을 치료할 때는 모두 마치현을 질게 찧어 환부에 붙여 주면 불과 2~3일 만에 낫는다’고 했다. 가정에서는 고약을 만들기 어려우니 달여서 농축해 씻어주는 용도로 사용해도 좋다.

쇠비름에는 수은이 함유돼 있지만 몇몇 주의사항을 지켜 안전하게 복용하면 식량으로서는 물론 건강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유용한 약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쇠비름은 상흔을 제거하고 치질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몸과 얼굴에 흉터가 남아 있을 때에 마치현을 달여 낸 물로 하루 두 번씩 씻는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치창(痔瘡)의 초기에 마치현을 생것이나 말린 것이나 상관없이 삶아 익힌 다음 빨리 먹고, 삶아 낸 물로 훈증하고 씻는다. 1개월 전후로 창 구멍이 막히면 즉시 낫게 된다’고 했다. 쇠비름은 소염작용이 강하고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효과가 있다.

쇠비름은 구순염이나 화농성여드름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긴순(緊唇, 구순염의 일종)이나 면포(面皰, 농포성 여드름)에 마치현을 달여 낸 물로 날마다 씻는다’고 했다. 잇몸질환이 있을 때도 좋은데 ‘풍치로 붓고 아픈 증상에 마치현 1줌을 질게 찧어 낸 즙으로 환부를 적셔 준다. 약을 쓴 날에 바로 부기가 사라진다’고 했다.

이러한 효능을 근거로 쇠비름은 잦은 아프타성구내염이 잘 낫지 않을 때 일정 용량을 달여서 식힌 후 자주 가글을 해도 효과적이다. 또 습진, 아토피성피부염 등의 피부염, 타박상으로 인해 붉고 붓고, 열감을 동반하는 통증이 나타나는 급성염증에 찜질을 해도 좋다.

쇠비름은 곤충에 물렀을 때 해독작용도 있다. <본초강목>에는 ‘송충이가 사람을 쏘아 벌겋게 되고 통증이 멎지 않을 때, 벌이나 전갈에 쏘이거나 전갈에 물렸을 때에 마치현을 찧고 삶아서 환부에 붙여 주면 신묘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산행이나 캠핑 중 모기나 벌레에 물렸을 때 쇠비름을 찾아보자.

쇠비름은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동의보감>에는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쌀가루와 양념을 넣고 국을 끓여 먹는다’고 했고, <본초강목>에는 ‘성질이 차고 매끄럽다. 독을 풀어주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점에서 평소 잦은 설사 시에는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쇠비름은 장내의 종양에도 도움이 된다. <본초강목>에는 ‘혈벽(血癖)과 징가(癥瘕)를 깨뜨린다’고 했다. 혈벽(血癖)은 옆구리에 생긴 어혈이 뭉쳐서 생긴 종괴를 의미하고 징가(癥瘕)는 자궁과 난소에 생기는 덩어리를 말한다. 최근 연구결과 쇠비름에는 항암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쇠비름은 장수하게 하며 눈 건강에도 좋다. <식료본초>에는 ‘수명을 늘여 장수할 수 있게 하며 눈을 밝게 한다’고 했다. <의학입문>에는 ‘피를 흩고 간을 식히며 퍼지는 예막(翳膜)을 물리친다’고 했다. 눈 건강에는 주로 쇠비름씨를 사용하지만 쇠비름 자체도 도움이 된다.

<의학입문>에는 ‘비록 차갑고 매끄러우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기(氣)를 고르게 하며 장(腸)을 살찌우니 참으로 좋은 약제(藥劑)이다’라고 했다. 쇠비름은 성질이 냉하고 배출하는 효능이 강하다. 과거에는 세균성 이질, 설사에 생즙으로 복용하기도 했다. 약성이 차서 설사 등의 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잘 활용하면 최고라는 것이다.

쇠비름은 중금속이 오염되지 않는 곳에서 채취해 식용해야 한다. 또 옥살산이 많아 대사증후군이 있거나 요로결석의 가족력이 있다면 생(生)으로 먹어선 안 된다. 소아나 임신부, 수유 중인 경우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쇠비름은 잘만 활용하면 분명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는 약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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