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수백만원…현실이 된 ‘간병 파산’
한 달에 수백만원…현실이 된 ‘간병 파산’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2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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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간병비 부담을 완화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개선과 다국적 외국인 간병인 도입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문가들은 간병비 부담을 완화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개선과 다국적 외국인 간병인 도입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료비지원금, 건강보험제도 등 복지제도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100% 본인부담인 ‘사적 간병비(이하 간병비)’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개인과 가족에게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5%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따라서 간병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게다가 2020년 기준 국민기대수명은 83.5세이지만 건강수명은 66.3세로 간병비는 이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개선 절실

지난해 간병시민연대가 간병경험 있는 1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4.2%는 간병비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투병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의 간병비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급기야 2년 전에는 ‘간병살인’까지 발생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2013년 국민의 간병비부담을 덜어주고자 추진됐지만 병원들이 경증환자 중심으로만 시행하고 있다. 즉 강제성이 없다 보니 중증환자들은 혜택을 못 받고 경증환자들만 수혜를 입는 구조로 변질된 것이다.

이에 인천A병원을 방문,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호하는 보호자를 만났다. 취재결과 보호자는 간병비가 부담돼 본인부담금이 일일 2만원 이하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대소변관리가 안 되는 환자는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 보호자는 가계상황이 극도로 나빠져 연명의료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간병비로 국민이 고충을 겪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단 한 번도 간병비실태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이 실태조사를 통해 간호사중심 간병체계를 확고히 한 점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간병비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간병등급’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은 간병등급이 5단계로 구분돼 있다. 독립성에 약간 문제가 있는 1등급부터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없고 간호간병이 필요한 5등급 등으로 구분돼 있다. 비용도 월 17만원에서 266만원까지 세분화돼 있다. 호주 역시 ▲위생관리 ▲영양 ▲배설 등으로 세분화해 정부와 병원에서 간병을 책임지고 있다(하단 표 참고).

서울대병원 이경이 공공부문수석정책관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간호필요도, 환자중증도 기준점, 재원일수 등 제대로 된 기준점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간호사 인력배치 재설정, 독일처럼 간병서비스를 일정기간 수행 시 유급휴식 보장 등 보상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호주는 ▲위생관리 ▲영양 ▲배설 등으로 세분화해 정부와 병원에서 간병을 책임지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간병인 도입해야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간병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국내 간병인이 급감하면서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현재 간병인의 약 70%는 외국인이며 우리나라에서 간병인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은 방문취업 H-2비자와 재외동포 F-4비자 소지자로 국한돼 있다.

수요는 급증하고 취업관문은 높다 보니 간병비용도 크게 상승했다. 실제로 지난해 강북지역의 간병비용은 평균 1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15만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간병인의 대부분이 조선족이며 환자들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다양한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주장한다. 일본은 외국인 간병인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일본정부는 2016년 간병인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건설업 등에 활용되고 있는 외국인기능실습제도를 2017년 11월부터 간병업종으로 확대, ‘간병기능실습생제도’를 추진했으며 2018년 베트남과 간병인력 유치합의를 체결했다.

간병기능실습생제도에 따르면 외국인실습생은 입국 후 9개월 이내에 일본어기초회화시험, 간병기능검정기초과정시험을 보고 연수시설 등에서 교육을 받은 후 기능검정3급을 통과하면 최대 5년까지 체류기간을 연장해준다.

실제로 요코하마시는 베트남 호찌민시, 다낭시, 후에성 등 5개 보건대학과 연계하고 있으며 이를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소득을 고려해 입국 후 1년간 일본어교육비용 50% 부담, 주거비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정훈 의원(시대전환)은 “현재 국내 외국인 간병인은 조선족이 독점하고 있다”며 “경제적 형편이 돼 간병인을 써도 간병의 질에 관해서는 보호자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양질의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간병인을 적극 도입해야 하며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면 취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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