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바이오산업, 덩치보단 내실에 신경써야
韓 바이오산업, 덩치보단 내실에 신경써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7.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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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주목한 K-BIO 2023 바이오 이슈 TOP 7’ 세션에서 전문가들 한목소리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에서 ‘언론이 주목한 K-BIO 2023 바이오 이슈 TOP 7’라는 주제로 세션이 진행됐다. 로킷헬스케어 유석환 대표가 재생의학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에서는 ‘언론이 주목한 K-BIO 2023 바이오 이슈 TOP 7’라는 주제로 다양한 세션이 진행됐다. 로킷헬스케어 유석환 대표가 재생의학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이제 변해야 할 것 같다. 강산이 변하는 데 5년도 채 걸리지 않기 때문. 더욱이 의료분야는 개발속도가 남다르다.

폐암을 예로 들겠다. 2000년대 후반부터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속속히 개발되면서 폐암환자의 5년생존율은 20% 이상 급등했다. 이는 원인유전자인 바이오마커를 발견하는 진단기술, MRI를 정밀하게 분석해주는 진단보조기술, 신약개발 시 실패를 예측해주고 임상기간을 단축해주는 AI신약개발 등 의료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14일까지 개최되는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BIX 2023)’ 역시 이러한 시대 흐름을 반영, ‘언론이 주목한 K-BIO 2023 바이오 이슈 TOP 7’라는 주제로 세션을 개최하고 현재 의료기술 개발동향과 정책적 제안을 집중 조명했다. 

■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결합…‘치료’ 아닌 ‘예방’ 트렌드로

코로나19 이후 mRNA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mRNA백신이란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체내에 주입해 항원(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성, 면역계가 항체를 생성하게 유도한다. 코로나19 이후 급부상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대표적인 예다.

mRNA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신속생산이 가능한 만큼 비용절감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신속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병원체의 유전정보만 알면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 역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 종합계획을 발표, 2027년까지 R&D에 25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의료패러다임은 ‘정밀의료’, 즉 맞춤형의료로 변화했다. 맞춤형의료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하지만 최근 재생의학 시장동향이 주목받고 있다.

재생의학은 손상되거나 결손이 발생한 장기나 조직을 복원시켜 기능을 회복시키는 의학분야다. 글로벌 리서치 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재생의학은 이식 장기 부족 현상을 해소할 차세대 기술로 2030년에는 시장규모가 53억달러(한화 약 6조8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의학으로는 미국 오가노보의 ‘인공간 제작’, 우리나라 로킷헬스케어의 ‘스킨패치 상용화 및 연골재생 플랫폼’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티앤알바이오팹이 ‘난치성기관 결손환자의 이식용 인공기관’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로킷헬스케어 유석환 대표는 “기대여명 증가와 인구고령화로 인해 재생의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대표적으로 당뇨발로 발을 절단한 사람은 5년 내에 50%가 사망하지만 재생의학을 활용하면 굳이 절단하지 않아도 될 만큼 효용성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이하 AI)도 2023년 급부상한 의료 이슈 중 하나다. AI는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연구 중이지만 현재는 의사진단을 돕는 보조솔루션으로 사용 중이다. 의료 AI솔루션은 빠르고 정확한 진단으로 불필요한 검사비를 감소시키고 의사의 진료 효율을 향상시킨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뷰노, 루닛 등이 미 FDA 승인과 AI학회 ‘CVPR’에서 정규 논문에 채택되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안 좋은 이슈도 존재한다. 바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기업’이다. 코로나19 당시 20여개의 국내 기업들이 임상승인 획득 소식을 전하며 관련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허가품목은 셀트리온의 ‘렉기로나주’ 단 1개 품목뿐이다. 이는 향후 K-BIO의 신뢰도 하락 배경이 될 수 있는 만큼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처럼 국내 바이오클러스터가 성장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처럼 국내 바이오클러스터가 성장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아직 시기상조(時機尙早)

로킷헬스케어처럼 성공적인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산·학·관 등의 협력이 필수다. 즉 클러스터의 구축이 시급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이번 세션을 통해 공통적으로 지적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클러스터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 참고로 현재 정부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모티브로 삼고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1일 수출전략회의에서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윤 대통령이 얘기한 보스턴 클러스터에는 전 세계 상위 20개 빅파마 중 19개의 연구소가 존재하며 하버드 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등이 존재하는 전 세계 산·학·연 등의 연계 장소다. 또 의과학자들도 보스턴 클러스터와 관계를 맺으며 여러 나라 연구진, 기업인과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바이오클러스터가 존재한다. 서울바이오허브, 송도바이오단지, 오송첨단복합의료산업단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대전바이오단지,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등 6곳이 대표적이며 현재 추진 중인 곳도 많다.

바이오클러스터는 이번 정부만의 목표가 아니다. 이미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도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네거티브 규제, 규제혁신, 인재육성 등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오산업은 대표적 지식기반산업의 하나다. 즉 학문적 기반과의 지리적 근접성이 중요한 만큼 지역 내에 대학과 공공 및 민간 연구개발기관이 존재하는 클러스터가 효율적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중복된 사업목표를 설정, 부처 간 협력이 부족하다. 또 클러스터를 구축했지만 향후 부가가치 창출 전략이 없어 기초연구가 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2년 기준 국내 특례 상장 바이오기업 103개사 중 흑자기업은 12개사에 그친 반면 적자기업은 91개사에 달한 결과도 이러한 점과 큰 연관이 있다.

우정바이오 천병년 대표이사는 “신약개발 가속화를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바이오 연구 플랫폼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바이오벤처기업이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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