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폐기능은 출생시점부터 발달과 성장과정을 거쳐 증가하며 20대 초반 정점을 지나 서서히 떨어지는 곡선을 그린다. 특히 소아천식환자는 성인기에 폐기능이 정상인만큼 최대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노화과정에서도 폐기능이 더 크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 또 폐기능이 낮을수록 천식이 악화될 위험이 높고 나이 들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다른 폐질환 발생위험도 높아진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소아천식환자는 평소 건강관리에 주의가 필요한데 아이가 출생 당시 저체중이었다면 부모의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의료진의 연구결과 소아천식환자의 출생 시 몸무게가 낮을수록 폐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간 출생 시 몸무게보다 조산이 폐기능 발달과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조산보다 출생 시 몸무게가 폐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 유진호 교수·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환수 교수팀은 국내 소아천식환자 566명을 대상으로 조산 여부, 출생 시 몸무게와 현재 폐기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재태기간, 즉 출생 전까지 자궁에 있었던 기간이 동일한 환자 중 출생 시 몸무게가 하위 10% 미만인 환자들의 폐기능 지표가 다른 환자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37주 미만에 태어나는 조산 여부에 따라서는 환자들의 현재 폐기능 차이가 거의 없었으며 조산이어도 재태 기간 대비 출생 시 몸무게가 높다면 폐기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소아천식연구회를 중심으로 국내 19개 병원에서 치료 중인 만5~15세 소아천식코호트를 구축, 환자 56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들의 현재 폐기능은 1초당 강제 호기량(FEV1), 노력성 폐활량(FVC) 등으로 분석했다. 1초당 강제 호기량은 1초당 강제로 내쉴 수 있는 공기의 양이고 노력성 폐활량은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상태에서 최대한 내뱉을 수 있는 폐의 용량이다.
연구팀은 먼저 조산여부에 따른 폐기능 차이를 분석했다. 566명 중 재태기간이 37주도 안 돼 태어난 미숙아는 57명이었으며 정상 임신주수로 태어난 환자는 509명이었다.
분석결과 미숙아집단과 정상 집단의 1초당 강제 호기량은 정상 대비 평균 92.2%, 92.3%였으며 노력성 폐활량은 정상 대비 평균 99.8%, 97.8%로 나타나는 등 폐기능지표에서 조산여부에 따른 큰 차이는 없었다.
반면 출생 시 몸무게에 따라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같은 재태기간에 태어난 아기들 중 몸무게가 하위 10%에 해당하는 아기들을 저체중 신생아, 상위 10%에 해당하는 아기들을 과체중 신생아, 나머지 80%는 정상 체중 신생아로 분류해 출생 시 몸무게와 현재 폐기능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과체중 출생 환자는 1초당 강제 호기량이 정상대비 평균 94.6%인 반면 정상 체중 출생 환자는 평균 90.9%, 저체중 출생 환자는 평균 86.4%로 출생 시 몸무게가 낮을수록 폐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노력성 폐활량 역시 정상 대비 과체중 출생 환자는 평균 101.8%인 반면 정상 체중 출생 환자는 평균 97.2%, 저체중 출생 환자는 평균 94.3%로 출생 시 몸무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유진호 교수(소아천식아토피센터 소장)는 “출생 시 또는 매우 어릴 때 폐기능 발달정도는 소아천식 발생과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폐기능이 좋지 않을수록 천식 악화위험이 높아진다”며 “발달적으로 폐기능이 낮은 환자들의 폐기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현재는 없는 만큼 소아천식환자 중에서도 저체중으로 태어난 환자들의 부모님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진호 교수는 “호흡재활이 폐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지 등 소아천식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아시아·태평양 호흡기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호흡기학(Respirology, IF=6.175)’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