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지역의료 붕괴,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필수·지역의료 붕괴, 어떻게 막을 것인가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1.16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신동근 의원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개최
토론회
오늘(16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는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필수·지역의료 붕괴 문제해결과 이를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의사인력 증원은 전 국민의 염원이자 정부에 주어진 해묵은 숙제이다. 이에 오늘(16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국회입법조사처 박상철 처장은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지역 간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며 “그 일환으로 의사증원을 통한 지역 내 필수의료 확충도 마땅히 달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환자촌’에 대해 얘기한 적 있다”며 “비극적인 현상의 원인은 2006년부터 18년간 의사증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역불균형 등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그간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문제를 엄중히 인식하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관련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안들이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충분한 의료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정부는 지역 간 격차, 의료계와의 협의, 환자단체 및 국민의 의견 등을 폭넓게 수용하며 필수의료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주경 입법조사관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관련 현안에 대해 브리핑 했다.

오늘 토론회는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이만우 심의관이 좌장을 맡았다. 주제발표는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김주경 입법조사관이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 : 현안 브리핑’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의사인력 주요문제 ▲부족 및 불균형 분포원인 ▲의사인력 부족 해소방안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의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10년 후에는 수요에 비해 의료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2025년부터 전년 대비 5%씩 점진적으로 증원해야 가까스로 OECD 평균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현재 OECD 평균과 비교한 것이며 다른 OECD 회원국들은 2035년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4.45명으로 늘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사 수는 다른 회원국 평균 대비 67.2%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의사인력의 지역 간 뷸균형 분포이다. 암환자의 30%는 서울 상급병원에서 진료받고 있으며 암환자의 30%, 소아암환자의 70%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진료받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해 대형병원 앞에는 환자방(환자촌)이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지방은 인력난·환자감소 등으로 인해 병·의원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고 결국 지역의료공백이 심화돼 환자들을 수도권으로 모이게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의사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현재까지 논의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대정원 확대방안이다. 복지부는 정원 50명 이상 의대(23개 대학), 정원 50명 이하 의대(17개 대학, 이하 미니의대) 두 가지로 분류해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40개 의대는 전부 정원 증원을 희망했으며 최대 2배 이상 증원을 희망했다. 현재 증원 수요를 기준으로 증원하면 약 2400명, 신설의대까지 포함하면 3000명까지 증원이 이뤄질 수 있다. 단 이 기준들은 의대 자체가 없는 지역에서는 유효하지 않은 선택이다. 현재 의대가 없는 지자체는 전라남도가 유일하다.

또 다른 방안은 의사인력이 부족한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의대가 현저히 부족한 지역에서 의대신설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의대 신설 및 증설을 희망하는 지역은 전남, 전북, 인천, 대전, 충남, 충북, 경북, 경남, 부산 등이다. 

지역의사제 도입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선발된 의대생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10년 동안 특정지역이나 기관에서 의무복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의료면허를 발급해주는 제도이다. 의무복무를 위반하는 경우 면허가 취소되고 의무복무기간 중 복무하지 않은 잔여기간 동안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는 특별전형 적용 비율을 얼마나 할 것인지, 의무복무 기간에 전공의 수련기간과 병역복무 기간을 산입할 것인지, 해당 지역 내 개원은 허용할 것인지, 지역의사 선발전형의 응시자격을 해당 의대 소재 시도 고교졸업자로 한정할 것인지 또는 타 지역 고교졸업자도 응시할 수 있는지, 의무복무 10년은 적절한지, 의무불이행 시 면허 취소 등 페널티는 타당한지, 지역의사제 도입에 치대·한의대는 포함할 것인지 등 여러 방면에서 논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국립대병원 중심 지역의료체계 개편 논의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 국립대병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의료서비스 공급의 지역완결성을 제고하자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의 중추, 보건의료 R&D의 혁신, 인력양성 공급의 원천지로 삼는 등 의료혁신 거점으로 육성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종합토론
종합토론에서는 단순히 의사인력만 증원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합토론에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나백주 교수, 고려대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 중앙일보 장주영 기자,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송양수 과장 등이 참석했다.

김윤 교수는 의사인력이 현재 얼마나 부족하고 또 얼마나 늘려야 할지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가 주장하는 인구감소, 다른 요인들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의사 수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 의대정원을 늘리고 아무 조건 없이 배정하면 대형병원으로 쏠림이 심해지고 2차 병원이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의 시·군 지역을 의료생활권, 중진료권으로 묶어서 보면 의사 직역 편차가 굉장히 크다는 점도 짚었다.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이 좋다고 많이들 이야기 하지만 1500개의 소진료권으로 나눠서 봤을 때 인구 1만명당 9개의 의원이 있는 지역부터 0.2개에 불과한 지역까지 그 격차가 굉장히 크다”며 “시도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기준으로 배정하자는 것이며 이는 다시 말해 의료생활권 중진료권당 의사 수 격차를 기준으로 정원을 배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니의대들은 허가지만 지방일 뿐 사실상 수도권 병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의대정원을 대학이 아닌 지역에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지역 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립대병원은 의료적 측면에서 운영 책임을 지고 시·도 정부는 재정 지원과 행정적 측면에서 운영 책임을 지는 제도로 구성해야 의대증원을 목적으로 한 필수·지역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나백주 교수는 필수·지역의료 붕괴와 관련해 그동안 근본적인 처방이 없는 상황에서 곪을 대로 곪은 것이 이제야 터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사인력 증원은 필요하지만 과연 이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 필수·지역의료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나백주 교수는 “의사인력 증원을 정부와 의사단체가 결정하다 보니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도 의사결정이 제대로 안 되고 있고 내년에 언제 발표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결정되지 않는다면 의사인력 증원과 관련한 결정 권한을 국회에서 가져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국립의대, 미니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지역과 공공의료에서 근무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교육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고 좋은 선례를 만들어 다른 의대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석 교수는 2010년 이후 나온 의사 관련 통계를 보면 일사분란하게 의사 부족을 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 10년 후 우리나라 의료환경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놓고 판단해야 될 것 같다”며 “증원이 필요하지만 증원만 하고 방치하면 문제 폭이 더 커질 수 있어 의료이용체계, 보상체계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영석 교수는 의사인력 증원과 함께 추진해야 할 미시적 정책으로 가장 먼저 의료이용체계 문제점의 개편을 꼽았다. 우리나라 환자의 내원일수, 입원일수가 OECD 평균 대비 높다는 점을 지적한 것. 또 행위별 수가제에서 묶음별 수가제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보상제도가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정적인 문제로 공직의와 개원의 간 상당한 수입 차이를 들었다.

신영석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대를 졸업하면 바로 면허가 주어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쉽게 개원가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며 “반면 고위험수술을 하는 의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등은 상대적으로 보상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증원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양수 과장은 필수지역의료 붕괴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단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은 의료전달체계 문제, 고위험·고난이도 수술에 대한 부적절한 보상,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양수 과장은 “그중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의사 수 부족에 기인하고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며 “의사인력 확충은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정원 확대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1월부터 의료계와 의료현안 협의체를 구성, 지금까지 17차례 만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양 기관 모두 필수지역의료 붕괴 위기에 대해 동의하고 있으며 의사 수 확대와 함께 다양한 정책적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일정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부분은 공급자인 의료계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듣고 있다고도 전했다.

송양수 과장은 “복지부는 현재 의대정원 확대가 만능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다양한 과제 중 하나가 의사 수 확대이고 그에 따른 것이 의대정원 확대인 것”이라며 “의사 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의대정원 확대도 같이 가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절한 보상과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완화, 근로시간 부담완화 등 정책 패키지가 병행 추진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10월 각 대학병원에 증원 수요에 대해 수요조사를 실시한 만큼 그 결과를 기반으로 각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역량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사결과와 함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통계기반, 정책의 효과성, 지속가능성 등을 살펴 의대정원 문제를 차분히 검토하고 결정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김윤 교수는 그동안 정부에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윤 교수는 개별대학에 증원해주는 방식은 대형병원 쏠림, 수도권 쏠림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지역 중심으로 진행하는 한편 시도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도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재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고 시도가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 달라”며 “듣기 좋은 얘기만 하고 아무 기억에도 안 남는 얘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 수가체계 문제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 수가가 낮다고 많이 얘기하는데 더 큰 문제는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검체검사는 비용대비 보상률 140%, 수술이나 처치는 85% 정도인데 당연히 병원이 사람은 적게 뽑고 기계는 많이 들여 검사를 많이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복지부는 20년 동안 이 문제를 고치지 않고 방치했다”며 “고치지 못한 책임을 복지부가 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송양수 과장은 “관련 내용들에 대한 세부사항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가와 관련해 우려하고 있는 사안들 역시 복지부에서 잘 알고 있는 만큼 사안들을 충분히 검토해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취재를 마치며

오늘 토론회는 국회입법조사처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동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하지만 신동근 의원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한다며 급한 일정으로 빠지는 만큼 토론회의 격을 높이기 위해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대신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영주 의원 역시 축사와 사진촬영 이후 바로 자리를 떠났다.

오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복지부에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의사인력 증원에 정작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지적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은 자리에 없었다. 기껏 해결책을 모색하고 토론하기 위해 발표를 준비해온 전문가들 역시 맥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 역시 이 사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하지만 국회에서 어떤 토론회가 열리는지, 어떻게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따라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들어주고 해결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자리에 없는데 발표나 토론이 무슨 소용 있을까. 과연 언제까지 이런 행태가 반복될지 의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