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비대면진료, ‘법적 근거’의 늪에 빠졌다
[기자의 눈] 비대면진료, ‘법적 근거’의 늪에 빠졌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1.21 14: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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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국 기자
이원국 기자

광화문 앞에 늠름한 자태의 동상이 하나 있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다. 큰 칼을 옆에 차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대한민국의 수문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순진 장군의 수필, ‘난중일기’를 모두 다 알 것이다. 난중일기는 임진왜란 중 자신의 심경과 전쟁의 처절함을 집대성한 글이다.

“한 번 승리하였다 하여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위무하고 배를 다시 정비해 두었다가 변보를 듣는 즉시로 출전하여 처음과 끝을 한결같이 하도록 하라(당항포해전(1592년 6월) 승리 후).”

지금, 그 대목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코로나19라는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비대면진료의 그림자가 눈에 밟혀서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허용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한시적 비대면진료는 오히려 업계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로 선정, 8월에는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했으며 올해 6~8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시범사업 이후 이용환자수는 오히려 한시적 시행 시기보다 대폭 감소했다. 문제는 의료접근성 보장을 위해 초진이 예외적으로 허용된 장애인, 노인, 섬·벽지 거주환자 등 취약계층의 접근성마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1월 20일 시범사업 성격으로 진행 중인 비대면진료 초진과 재진기준을 완화한 개정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

개정안은 섬·벽지에 사는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던 비대면 초진대상을 확대하고 진료시간도 휴일과 야간 등으로 넓히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현재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비(非)만성질환은 30일 이내에 대면진료경험이 있어야 비대면으로 재진이 가능하다는 기준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왜 원칙도, 신념도 선후가 없는 것일까. 의문은 풀렸다. 올해 9월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의료법과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

결국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말이다. 코로나19 비대면진료 한시적 허용 당시 법적 근거를 만들지 못해 후고(後考)를 때린 형국이다. 이에 냉담한 산업계의 반응이 예상된다. 이미 산업계는 각자의 살길을 찾고 있다. 선택적인 신중함이 불러일으킨 결과물이다.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승인까지 받은 쓰리제이의 비대면진료서비스 ‘체킷’과 한의원 비대면진료 플랫폼 ‘파닥’은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또 남성 메디컬 헬스케어 플랫폼 ‘썰즈’도 사업을 종료했다. 이밖에 메듭, 바로필, 엠보 등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상위 5개사인 굿닥, 나만의닥터, 닥터나우, 똑닥, 올라케어도 등의 사정도 비슷하다. 굿닥은 약배송을 중단, 대면진료 예약서비스에 집중하고 있고 나만의닥터 역시 사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닥터나우는 종합 헬스케어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코로나19처럼 전 세계가 봉쇄되는 감염병은 언젠가 반드시 출몰한다. 어느 국가보다 IT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환자 생명과 직결된 만큼 신중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신중함이 너무 길었다. 물론 의사·약사 등의 직역주의도 한몫했을 것이다. 비대면진료의 장단점, 개선사항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철저한 정비를 통해 변보를 듣는 즉시 출전해 승리를 거둬야 한다. ‘비대면진료’, 이 다섯 글자의 마무리가 승전보로 장식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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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환 2023-11-21 18:56:42
기자님 사진 뭘까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포즈도 어떻게
해석하면되는지..

김화영 2023-11-21 15:11:09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근데 기자님 머리긁는 사진은 왜 올리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