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급 의료기기 인슐린펌프를 환자 알아서 사용해라? “말도 안 되는 소리”
4등급 의료기기 인슐린펌프를 환자 알아서 사용해라? “말도 안 되는 소리”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1.11 18:20
  •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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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의원,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당뇨병 관리체계의 선진화 방안’ 토론회 개최
이종성 의원은 오늘(11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당뇨병 관리체계의 선진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어제(10일) 한 일가족이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삶을 포기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소아당뇨뿐 아니라 중증당뇨환자는 매일 인슐린주사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중증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해 환자와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 부담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오늘(11일)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당뇨병 관리체계의 선진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종성 의원은 “우리나라 식생활문화가 바뀌면서 당뇨환자 증가율이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어 제대로 대처해왔는지 점검해야 할 때”라며 “당뇨환자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감안할 때 이제라도 제대로 된 당뇨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토론회에서 정책·제도적 대안이 마련돼 중증당뇨환자들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이사장은 “혈당측정과 인슐린투여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약간의 오차도 환자상태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투여되는 시간과 노력이 건강보험 인정을 받지 못해 환자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혈당관리에 사용되는 의료기기와 소모품 역시 요양급여를 통해 직접 처방되지 않는 문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김재현 팀장
김재현 팀장은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펌프 등의 기기사용률이 부진한 이유로 치료·관리수가의 부재, 요양비  문제, 렌탈제도의 부재 등을 꼽았다.

토론회 발제는 대한당뇨병학회 췌도부전당뇨병 TFT팀 김재현 팀장(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장)이 맡았다. 김재현 팀장은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당뇨병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오늘 토론회의 주요 이슈는 췌도부전당뇨와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펌프였다. 김재현 교수는 해당 기기들은 4등급 의료기기(고도의 위해성을 가진 의료기기)인데도 병원 밖에서 직접 구해야 할 뿐 아니라 사용법도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췌도부전당뇨는 몸에서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 당뇨를 말한다. 대부분의 1형 당뇨, 진행된 2형 당뇨, 췌장절제 후 당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생존을 위해 인슐린주사가 필요하지만 적절한 인슐린 양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 합병증이 발생하기 쉬운 질환이다.

췌도부전당뇨환자는 연속혈당측정기, 이와 연동된 인슐린 주입기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1형 당뇨환자는 전체의 0.4%(5만7000명 중 241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10년 췌도부전당뇨환자의 혈당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기인 연속혈당측정기,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된 디지털펜 및 센서연동 인슐림펌프를 소모품 요양비로 적용했다. 이에 따라 1형 당뇨환자는 기기 값의 일부 비용을 보험으로 적용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내 1형 당뇨환자에서 이러한 최신기기의 처방비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2019~2022년) 분석결과에 따르면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환자는 전체 1형 당뇨환자의 10.7%에 불과했다. 또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이 되는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는 인구는 1형 당뇨환자의 0.4% 밖에 되지 않았다.

김재현 팀장은 이처럼 급여가 적용되는데도 기기사용률이 부진한 이유치료·관리수가의 부재, 요양비 문제, 렌탈제도의 부재 등을 꼽았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된 인슐린펌프는 4등급 의료기기로 환자 스스로 사용하기 어려워 의료진의 심화교육이 동반돼야만 혈당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만큼 의료진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수가가 없어 처방률이 저조하다는 것. 하면 할수록 손해만 보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이를 처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재현 팀장은 “치료·관리 수가 없이 단순히 기기만 주는 것은 혈당조절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회인슐린주사요법을 받는 2형 당뇨에서 교육유형에 따른 간헐스캔 연속혈당측정의 효과 비교’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슐린 집중치료 관련 심화교육 동반 시에만 혈당개선 효과가 있었다. 반면 심화교육 없이 기기만 준 경우는 주지 않은 경우에 비해 혈당개선 효과가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인슐린펌프가 요양비로 분류돼 병원 안이 아닌 병원 밖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것. 요양급여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제공하고 사용법을 교육하며 이에 대한 수가체계가 있다. 반면 요양비는 환자가 사후에 의료비를 청구해 환급받는 방식으로 환자가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려면 회사에 직접 전화해야 하며 병원이 아닌 곳에서 착용하고 인슐린 주입속도를 설정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인슐린 주입량이나 속도 등은 잘못 설정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결국 병원에서는 책임소재 문제로 처방을 더욱 꺼리게 되는 것이다. 김재현 팀장은 연속혈당측정기, 디지털펜, 펌프를 요양급여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렌탈제도의 부재도 문제 삼았다. 인공췌장 인슐림펌프는 가격이 높아 초기 진입장벽이 높다. 인슐린펌프는 2~3년마다 신제품이 출시되지만 현재는 5년에 한 번 급여지원이 된다. 따라서 한 번 구입하면 5년 사이에 더 좋은 기기가 나와도 변경하기가 어렵다.

김재현 팀장은 “인슐림펌프를 구매한 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기기 값까지 지원하는 등 세금도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본처럼 렌탈제도로 변경해 기기사용률을 높이는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당뇨병학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전체 1형 당뇨 인구 5만6908명 중 93%가 19세 이상 성인이다. 하지만 60세 이상에서 최신의료기기 사용비율은 매우 낮다. 특히 이들은 새로운 IT기술을 스스로 사용하기 어려운 연령층이다.

김재현 팀장은 “연속혈당측정기 이용자에서 합병증 발생위험 및 사망위험이 절반 이상 낮았다”며 “급여지원대상은 나이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질환의 중증도로 구분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패널토론에서는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펌프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과 의료진에 대한 수가가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패널토론은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신재용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토론에는 대한당뇨병학회 김종화 전 보험·대관이사, 병원당뇨병교육간호사회 이정화 부회장,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회장, 매경헬스 서정윤 기자, 보건복지부 정성훈 보험급여과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윤은선 급여지급부장 등이 참석했다.

김종화 전 보험·대관이사는 인슐린주사, 디지털펜 등은 환자가 교육 받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관련 수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에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는 의료진들이 필요한 만큼 수가를 적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종화 전 보험·대관이사는 “환자들이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펌프에 대한 집중교육을 의료진으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기 사용은 요양비로 보존해주지만 기기 자체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소모품에 사용되는 비용도 있어 경제적 문제로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들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의료서비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어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 및 당뇨교육을 필수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령노인환자의 경우 연속혈당측정기 사용교육이 매우 어렵고 익숙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 임신부는 예민하고 혈당수치에 따라 문의가 폭증하기도 한다. 이정화 부회장은 “의료진의 관심은 환자의 사용률을 높인다”며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펌프 교육 시 적절한 관리수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영 회장은 “1형 당뇨에서 선진화된 기기들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효과성이 높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성인들도 빠른 시일 내에 지원이 확대돼야 선진화된 기기로 혈당관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정윤 기자는 질환 인지도부터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체 1형 당뇨환자의 93%가 성인환자인데도 소아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청중이 디지털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은 “소아당뇨 및 기기와 관련된 부분은 환자관점에서 재정비해 본인부담금을 낮춰 실제 사용될 수 있게 했다”며 “환자관점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아청소년 1형 당뇨환자에게 인슐린 자동주입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 것은 치료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은 “소아환자 특성상 자기관리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점에 뒀다”며 “재정보다는 치료우선순위에서 소아를 먼저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성인은 자기관리가 보다 잘 되고 위험성도 소아보다 낮기 때문에 치료우선순위를 소아에 뒀다는 것. 단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은 “요양비 제도와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학회 및 환우회의 얘기를 듣고 검토하고 있지만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며 “요양비와 요양급여 각각의 장점이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윤은선 보험지급부장은 “환자중심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자들이 안심하고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성 의원은 “의료인의 지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4등급 의료기기가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며 “소비구조, 유통구조를 환자 입장에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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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2 21:25:10
이 병과 함께한지 10년 변화가 필요합니다.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이 먹먹하네요
저 또한 힘들게 관리하고 있는 부모입니다.
사는게 참 고달프기도 하고 이러다 나도 병이 오겠다 싶어요 처우개선이 분명히 필요하고요.
실비 있으면 뭐하나요 십여년 보험료내며 혜택도 못봤고
복잡한 공단일처리들 너무 번거롭고
저희 삶도 좀 평범하게 순탄하게 편리한 의료 개선이 절실합니다.

도레미 2024-01-12 08:44:11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되길...

자몽이 2024-01-12 08:09:57
주요 내용 표시되어있고 내용도 충실한 좋은 기사네요.
기사 내용처럼 현 시스템상에서는 환자가 알아서 해야해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초등학생에게 고등 수학 문제집 사줄테니 알아서 풀어라 하는 방법....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새벽 2024-01-11 23:51:37
현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는 기사입니다. 혈당관리로도 너무 한든 상황인데 의료비 청구등 어느 하나 쉽게 되는게 없습니다. 삶의 질이 너무 안좋아지고 있는 현실입니나. 1형당뇨는 중증난치질환으로 분류되어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완치없이 하루 한시도 놓칠 수 없이 관리해야하는 질병입니다. 요양급여로 전환 및 중증난치질환 지정이 꼭 필요합니다.

별사탕 2024-01-11 23:01:38
1형자녀를 둔 부모입니다
요양비전자청구도 매번 날짜계산하고 문자확인하고 .서류챙기고,또 다이어리에 기억하고 그러다 놓치기도 한적도 있네요.간단치가 않습니다
실비보험에서도 요양비라고 실비처리도 안 해줍니다. 약국이나 병원에서 산 게 아니라구요.
아토피있어서 로션처방을 그리 쉽게 할 수 있는데
인공췌장역할을 하는 인슐린펌프와 연속혈당측정지는 왜 이리 쉽지 않습니까? 요양비 지급이 그 이유중 하나입니다
점차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1형당뇨에 대해 공부하고 일상으로 조금씩 회복되는데 1년이 걸렸습니다
.투병기간이 쌓이며 느끼는 것 드러나지 않지만 많은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는 것, 사람들의 인식과 편견이 깊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이 일이 다시는반복되질 않도록 초기 교육과 복지지원, 환자가 알아서 공부하지않아도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의료지원이 마련되길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