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명이 과거보다 많이 연장되면서 노령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심장병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다.
반려동물이 심장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잘 지내다가 호흡이 이상해 동물병원에서 검사한 후 심장병을 진단받기도 하고 건강검진 시 방사선상 심장이 커져 있거나 NT-proBNP 검사로 심장병을 의심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와 심장병 진단을 받기도 한다.
심장병 유무를 확인하고자 할 때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은 청진이다. 청진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심장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려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청진으로 확인하는 것은 정상적인 심음 외에 비정상적인 음이 섞여 있는지 여부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심음은 두 개이며 명확하게 구별된다. ‘심잡음’은 정상적인 심음 외에 들리는 비정상적인 소리다.
심잡음이 들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에 대한 가장 간단한 답은 혈류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폭이 넓은 강을 따라 흐르는 물은 잔잔하고 속도가 빠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계곡에서 흐르는 물은 폭이 좁고 장애물도 많아서 흐름이 빠르고 소리가 크다.
이러한 현상은 심장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장 내부에서 구조상 장애물이 생기거나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좁은 통로를 통해 혈액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소리가 청진기를 통해 귀에 전달될 수 있다. 참고로 환자가 매우 흥분하거나 빈혈로 혈액의 점도가 낮아진 때에도 심잡음이 들릴 수 있다.
심잡음은 질환에 의한 심잡음과 생리적인 심잡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생리적인 심잡음이란 심장병이 없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생리현상으로 들릴 수 있는 심잡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심잡음은 종종 강아지와 고양이(흥분 시)에게서 들릴 수 있다. 성견에게서는 흔하지 않다. 강아지는 보통 생후 12~15주쯤에는 생리적 심잡음이 사라진다. 빈혈이나 흥분 시에는 더 잘 들릴 수 있다.
심잡음을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질환은 소형견에게서 흔하게 확인되는 판막질환이다.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생기는 틈으로 혈류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소리가 날 수 있다. 심장 내 중격 등의 구조에 구멍이 나는 경우에도 소리가 날 수 있다. 심장구조 내 협착이 있다면 혈액의 통로가 좁아져서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다.
수의사가 청진했을 때 심잡음이 들린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의사와 상담하고 심장 관련 검진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청진만으로는 심장병의 종류, 상태, 심각도 등을 알 수 없다. 심잡음이 들린다면 필요에 따라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 심전도검사 등 심장 관련 검사를 진행한 후 반려동물의 심장상태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개가 나이 들어 심잡음이 들린다면 높은 확률로 심장병을 앓고 있을 수 있다.
고양이는 심장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심잡음이 들리지 않거나 심장병이 없어도 생리적 심잡음이 들리는 때가 있다. 따라서 개보다 청진으로 심장병 유무를 감별하기 훨씬 어렵다. 따라서 명확한 심잡음이 확인된다면 심장병을 의심할 수 있고 심잡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심장병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음파검사가 더 적극 추천된다.
심잡음 자체는 다른 내재된 원인에 의한 이차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심잡음이 들린다면 소리가 들리는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면 시간이 지나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반려동물이 심장병을 진단받았다면 적극적으로 관리해 함께 오래오래 지낼 수 있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