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노령견의 대표 호르몬질환…‘쿠싱증후군’ A to Z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노령견의 대표 호르몬질환…‘쿠싱증후군’ A to Z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3.0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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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요즘 쿠싱으로 불리는 질병은 보호자들도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한 덕분에 거의 알고 있다. 보호자들이 쿠싱에 대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알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도 있다. 이에 오늘 칼럼에서는 쿠싱증후군, 즉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라는 질병에 대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하 쿠싱증후군)은 주로 뇌하수체 또는 부신의 종양에 의해 발생한다. 매우 드물지만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고 한다. 이 질병은 대부분 6세 이상 성견에게 발병하며 12세 이상 개의 진단율이 크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싱증후군은 결국 코르티솔이라는 스테로이드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서 발병한다. 스테로이드호르몬 때문에 소변이 농축되지 않고 묽은 소변이 배출되면서 배뇨량이 늘고 그에 따라 음수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또 스테로이드 효과 때문에 식욕은 물론 단백질의 이화작용이 증가하면서 근육이 얇아지고 간이 커지면서 배가 점점 나온다. 만성적인 스테로이드 과잉으로 모낭위축이 일어나 탈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위에서 서술한 증상 이외에도 고혈압, 헐떡거림 등도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쿠싱증후군을 앓고 있는 강아지에게 이러한 증상들이 모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다식증은 40~50%, 복부비대는 60~70%, 간비대는 50~60% 정도만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보통 쿠싱증후군으로 진단된 반려견들도 위의 모든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을 위해서는 증상 확인과 더불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쿠싱증후군 진단의 핵심은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라는 병명대로 부신기능이 항진돼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결국 부신피질에서 생성하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체내에 많은가를 입증해야 한다. 검사방법으로는 ACTH자극검사, LDDST검사, UCCR검사 등이 있다. 다만 사람과 달리 동물병원 안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반려견의 특성상 100% 완벽한 검사법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사람이나 강아지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는 검사는 LDDST검사다. 부신을 억제하는 저용량의 덱사메타손을 투여하고 4시간, 8시간 후에 계속 억제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정상적인 강아지는 투여하고 나서 8시간까지 부신기능이 억제돼 있지만 쿠싱증후군에 걸린 강아지는 그 시간 안에 억제가 풀린다. LDDST검사는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코르티솔검사 중 가장 정확도가 높으나 이 방법도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완벽한 확진을 위해서는 CT와 MRI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쿠싱증후군은 뇌하수체나 부신의 종양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CT와 MRI검사를 통해 정상보다 비대된 종괴가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확진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실제로 사람은 쿠싱증후군 진단 시 이들 검사를 꼭 시행한다. 처음에는 증상을 확인하고 증상이 쿠싱증후군에 부합하면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한다. 이후 부신기능항진이 의심되면 CT와 MRI로 코르티솔과 관련된 장기의 비대를 확인한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했을 때 쿠싱증후군으로 확진한다.

하지만 반려견에서는 실제로 이렇게 하지 못한다. 위에서 설명했듯 노령견이 발병가능성이 높아 검사대상인 경우가 많은데 사람과 달리 CT·MRI촬영 시 꼭 전신마취가 필요해 검사를 쉽게 진행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사람과 치료방법도 다른 경우가 많다.

사람은 종괴를 제거하는 것이 첫 번째 치료방법이다. 하지만 반려견의 치료는 종괴의 제거보단 코르티솔의 합성을 단순히 막아주는 약물을 써서 합병증과 증상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로 뇌하수체 종괴 제거수술 자체가 위험하기도 하고 제거술 이후 다른 호르몬의 부족으로 합병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뇌하수체 종양은 대부분 악성이 아닌 양성선종이라는 점도 수술을 선택하지 않게 한다.

단 쿠싱증후군 약물을 먹는다고 해서 근본원인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쿠싱증후군으로 인한 합병증을 막아 삶의 질과 수명을 늘릴 수는 있으나 뇌하수체와 부신 종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종괴에 의해 심한 기력저하, 식욕저하, 경련, 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수의학계에서는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통한 뇌종양 치료가 늘어나는 추세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쿠싱증후군도 이러한 치료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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