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오타반점, 치료 가능한 색소병변입니다
[특별기고] 오타반점, 치료 가능한 색소병변입니다
  • 김현조 CNP차앤박피부과 천안아산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3.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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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조 CNP차앤박피부과 천안아산점 원장

40대 초반의 남성 A씨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왼편 얼굴을 뒤덮고 있는 흑청색의 반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들의 놀림과 지적으로 인해 타인과 눈도 제대로 못 맞췄다는 그는 얼굴의 반점을 ‘인생의 저주’라고까지 표현했다. 본인의 잘못도 아니건만 어느 순간 사회의 낙오자로 낙인을 찍히게 만든 그 흑청색 반점의 정제는 바로 ‘오타반점(오타모반)’이었다.

워낙 병변의 색상이 뚜렷한 짙은 흑청색이고 한쪽 얼굴을 거의 덮고 있어 처음 만난 사람은 얼굴에 뭐가 묻었다면서 닦아주려 하기도 하고 반점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성인이 돼서도 자존감이 떨어져 생계를 위한 일 외에는 대인관계를 포기하고 살아왔다고 했다.

더구나 A씨의 부모님은 오타반점으로 힘들어하는 아들을 치료해주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진료를 봤지만 “흉터가 심하게 남을 수 있다“ “실명할 것을 각오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등 치료가 어렵다는 설명을 듣고는 포기한 채 가슴앓이하는 아들만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40대가 돼 인터넷 검색과 지인들의 소개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용기를 내 필자의 병원을 방문한 것이다. 첫 진료 시 평생소원이 금테 안경을 써보는 것이라고 했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A씨는 좌측 얼굴을 덮고 있는 짙은 흑청색의 오타반점을 가리기 위해 두꺼운 뿔테안경과 장발로 최대한 얼굴을 가리며 평생을 살아왔다. 때문에 머리를 뒤로 넘겨 이마를 노출하고 깨끗한 피부와 어울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얇은 금테 안경을 써보는 것이 소원이 된 것이다.

오타반점환자 치료사례(출처=Binping Luo, Liyang Kang & Jianyun Lu.Journal of Cosmetic and Laser Therapy, 2020. 22:2, 93-95).

오타반점은 머릿골 신경 중 하나인 삼차신경이 분포하는 상안면과 중안면에 주로 발생한다. 한쪽에 주로 발생하지만 드물게 양쪽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50% 이상에서 출생 시 발생하는데 영아 때는 병변이 흐리다 4~5세가 되면서 짙은 청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는 양상을 보인다.

오타반점의 병변에는 워낙 많은 양의 멜라닌색소와 멜라닌세포가 존재해 치료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냉동치료나 정상 피부까지 함께 제거하는 박피 레이저치료가 오타반점의 주된 치료법이어서 시술 후 흉터나 얼룩덜룩한 자국 같은 부작용을 유발했다.

오타반점환자 치료사례(출처=Choi CW, Kim HJ, Lee HJ, Kim YH, Kim WS. Int J Dermatol. 2014 Jul;53(7):861-5).

하지만 최근 오타반점 치료에 사용되는 색소병변 특화 레이저는 병변의 멜라닌색소와 멜라닌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환자의 피부타입, 병변의 깊이와 침범 부위 등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레이저 강도를 조절해 시술하면 6주 간격의 5회 이상 치료로 병변의 80~90% 이상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눈꺼풀 같은 눈 주위 병변도 안구를 보호하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시술이 가능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증가했다.

병변에 멜라닌색소와 멜라닌세포의 양이 많은 관계로 시술 시 만만찮은 통증이 수반되나 연고 마취제 및 신경 마취 외에도 근래에는 산소포화도 저하를 유발하지 않는 아산화질소를 이용한 호흡통증경감장치가 적용 가능해 시술 시 불편함을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오타반점환자의 반수 이상이 소아 때부터 병변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면추형으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고자 최근에는 소아 때부터 적극 치료하기도 한다. 단 소아는 아직 피부의 구성 성분들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아서 강하게 레이저치료를 하면 흉터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소아 오타반점 치료 시에는 강도를 약하게 하되 시술 횟수를 늘려 치료하거나 시술 후 딱지나 피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레이저토닝같은 시술을 1주 간격으로 100회 이상 반복해 시술하기도 한다.

소아 때 냉동치료를 심하게 받아 저색소 침착이 남은 경우

오타반점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좋은 장비도 중요하지만 오타반점 병변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고 해도 초보운전자가 운전하는 것과 20년 경력의 베테랑 운전자가 운전하는 것에는 주행의 안정성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오타반점의 치료도 의료진의 숙련도와 병변의 이해도의 차이가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고 할 수 있다.

오타반점의 시술시간은 병변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레이저시술에 비해 장시간의 시술시간을 필요로 하며 4~6주 간격의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해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러한 고가의 비용 부담 때문에 어릴 때 시술하지 못하고 성인이 돼 치료비용을 모아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 분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면 ‘그간 비용을 마련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는 한다. 

은둔환자 의료지원사업단인 KMI한국의학연구소와 빅드림, 헬스경향은 최근 대한피부항노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타반점환자를 위한 의료적 지원에 함께 하기로 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KMI한국의학연구소와 빅드림, 헬스경향에서 진행하는 오타반점환자를 위한 은둔환자 의료지원사업은 자존감이 결여된 환자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게 만드는 뜻깊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부디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사회와 거리를 두고 지내는 오타반점환자들이 이번 사업을 통해 환한 미소를 띠며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조속히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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