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사멸된 노화 피부세포를 젊고 활발한 세포로
[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사멸된 노화 피부세포를 젊고 활발한 세포로
  •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11.2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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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계의 팝아트 ‘프랙셔널 레이저’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팝아트계의 양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특징은 선명한 검은 테두리와 내부를 채우는 작은 점들이다. 벤데이 점이라고 하는 이 망점은 각각의 작은 점으로 구성돼 있지만 멀리서 보면 마치 채색한 듯 착시를 일으킨다. 신문 같은 인쇄매체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이미지를 표현한다.

의료영역, 특히 피부치료를 위한 레이저 중 이러한 원리를 응용한 것이 있는데 바로 ‘프랙셔널 레이저’다. 피부에 생긴 상처는 치유과정을 거쳐 재생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해야 흉터 없이 잘 아문다. 노화된 피부세포를 손상시켜 사멸되면 주변의 정상피부가 증식해 이를 대체하면서 젊고 활발한 세포로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피부과시술은 노화된 세포를 파괴하는, 즉 피부에 인위적으로 상처를 내는 과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상된 면적이 너무 큰 경우 아무리 환자의 피부재생능력이 좋고 후 처치를 잘해도 정상피부로 돌아오지 않고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2004년도 필자가 한국인 최초로 직접 프랙셔널 레이저시술을 하고 있는 모습
2004년도 필자가 한국인 최초로 직접 프랙셔널 레이저시술을 하고 있는 모습.

프랙셔널 레이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개발됐다. 치료 면을 한 번에 전부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 점 모양의 레이저빔을 일정간격으로 골고루 조사해 사이사이에 정상피부를 남겨놓음으로써 손상 받은 세포를 치료하는 원리다. 보통 한 번에 치료면적의 20% 이하만 손상시키기 때문에 최소 5회 이상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첫 프랙셔널 레이저는 비파괴성으로 출시됐는데 피부에 실제 구멍을 내지는 않고 단순 손상만 줘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세포가 떨어져나가게 만드는 방식으로 보다 부드럽게 치료 후 염증이나 피부자극을 줄이고 빠른 일상생활복귀를 위해 만들어졌다.

탄산가스 프랙셔널 레이저시술 후의 피부변화.
탄산가스 프랙셔널 레이저시술 후의 피부변화.

최근에 나온 파괴성 프랙셔널 레이저는 피부에 작은 점모양의 구멍을 만들어 좀 더 강한 치료를 하기 때문에 보다 효과가 빠르고 이 구멍을 통해 외부약물을 피부 내에 전달할 수 있어 흉터치료 등에 많이 사용된다.

필자는 프랙셔널 레이저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프락셀(Fraxel)이라는 레이저 개발자를 친구로 둔 덕에 우리나라에 기기가 들어오기도 전인 2004년 12월 이 기기를 만들었던 릴라이언트 테크놀로지 본사에서 한국인 최초의 환자 겸 시술자가 됐다. 이후 이 기기가 국내허가를 받은 다음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이 이 기기로 시술하는 세계 최초의 대학병원이 됐다.

지금은 국내 및 국외의 여러 회사들이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점점이 흩뿌려지는 레이저를 개발, 요즘은 피부과시술에 있어 거의 표준처럼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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