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3초면 피부암 진단 끝…흉터 없이 조직검사만큼 정확도
[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3초면 피부암 진단 끝…흉터 없이 조직검사만큼 정확도
  • 글·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03.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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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암진단기기 ‘스펙트라스코프’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2014년 여름 은사이자 당시 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이었던 박경찬 교수께서 ‘우물 안 개구리’가 돼선 안 된다는 신념으로 추진한 한국기계연구원과의 공동심포지엄에 참여했다. 최첨단 진단검사기기, 3D 바이오프린팅, 로봇, 재활, 인공장기 등 현재 연구 중인 기술을 소개하고 이를 실제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자리였다.

당시 가장 눈을 끌었던 발표는 변성현 박사의 ‘실시간 in vivo 암 진단을 위한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 분광분석기술 개발’이었다. 인체조직에 레이저를 쬐어 나오는 플라즈마를 분석해 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위암을 진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레이저는 현재 피부과 진료현장에서 외과의사의 칼이나 내과의사의 청진기 같은 역할을 하는데 당시 피부과 의사로서 저만큼 효자장비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행사 후 그를 따로 만나면서 피부암 연구가 시작됐다.

독립기기로 시판 중인 스펙트라스코프는 플라즈마의 피부분광스펙트럼을 분석해 조직의 악성 여부를 판단한다.

피부과 진료는 눈이 매우 중요하지만 사실 피부암 진단은 조직검사가 가장 정확하다. 피부암은 백인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자외선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 전체인구의 20%가 평생 한 번은 진단받을 만큼 흔하고 자외선이 유독 강한 호주의 경우 전체인구의 2/3가 70세 이전에 피부암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검사가 가장 정확한 표준검사법이지만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검사비용이 매우 비싸고 결과 확인까지 1~2주가 걸리며 흉터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 빠른 결과를 얻으면서 조직검사 정도의 정확도를 가진 검사법을 많은 이가 기다려 왔다.

스펙트라스코프의 원리. 엔디야그 레이저로 인체피부에 조사된 플라즈마를 분석해 인공지능으로 판단한다.

피부암진단기기 ‘스펙트라스코프’는 임상시험을 거쳐 유럽과 호주에서는 이미 정식으로 의료기기로 인증 받았고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도 허가를 추진 중이다. 이 기기는 색소치료에 사용되는 엔디야그레이저를 검사부위에 쬐어 얻는 플라즈마의 피부분광스펙트럼을 분석해 해당부위의 이온, 분자, 원자구성 등의 화학정보를 파악, 딥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의심되는 조직의 악성 여부를 판단한다.

기존에 시판된 레이저에 분석기만 달아 놓은 초기모델로 미국과 호주에서 시행한 431명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민감도(피부암 진단을 잘하는 정도) 94.9%, 특이도(오진을 하지 않는 정도) 86.9%로 양성종양과 암 조직을 구분할 수 있었다. 이후 독립기기가 개발됐고 호주에서 총 328명의 임상시험을 거쳤는데 민감도 97.6%, 특이도 86.2%로 성능이 더 향상됐다.

스펙트라스코프는 피부암 진단에 약 3초면 충분하고 흉터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조직검사만큼의 정확도를 가진 진단을 할 수 있어 피부과 의사 접근도가 떨어지고 피부암유병률이 높은 서양에서 특히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하루속히 국내 의료현장에서도 널리 쓰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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