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unmet needs(미충족 수요)질환 ‘흉곽출구증후군’ 극복하기
[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unmet needs(미충족 수요)질환 ‘흉곽출구증후군’ 극복하기
  •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12.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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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요즘 들어 바이오헬스 산업계에서 부쩍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unmet needs’인 것 같다. ‘미충족 수요’라는 말인데 필자는 흉부외과 영역에서 이 미충족 수요가 충족되는 것을 훌륭한 스승들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흉부외과를 선택할 때 롤모델이셨던 이두연 교수님은 1997년 아시아 최초로 폐이식을 성공하셨고 그 뒤를 이어 백효채 교수님께서 우리나라 폐이식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이제는 많은 말기폐질환 환자들이 폐이식을 안전하게 받게 됐다.

필자도 흉벽기형 중 하나인 새가슴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미흡하다는 생각에 새로운 수술법을 고안한 Dr. Abramson의 논문을 본 후 아르헨티나에 가서 직접 수술을 배웠다. 이후 치료방법을 논의해 현재 흉부압박보조기 또는 수술로 연간 300명 이상의 새가슴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이처럼 잘 치료되지 못하고 있는 unmet needs 환자들이 국내에는 많은데 그중 하나가 흉곽출구증후군이다.

흉곽출구증후군이란 팔로 가는 신경다발이나 정맥 또는 동맥이 눌려서 나타나는 증상군이다. 어떤 구조가 눌리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90% 이상이 신경이 눌려서 팔, 손이 저리고 팔을 들어 올리기 어려운 증상을 호소한다. 이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손의 근육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

정맥이 눌리는 경우 팔의 정맥혈류순환이 안 돼 팔이 붓고 검붉게 변하기도 한다. 가장 드문 형태가 동맥이 눌리는 경우인데 이때는 팔로 혈액이 가지 않아 손과 팔이 창백해지고 힘도 빠지게 된다.

원인은 대부분 팔을 많이 쓰는 경우 근육(사각근)이 두꺼워져서 발생한다. 교통사고나 늑골 골절 이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동맥형의 경우 선천적으로 여분의 늑골(경부늑골)이 있는 경우 발생한다.

흉곽출구증후군이 의심되면 여러 가지 검사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확히 진단되기 어려워 다른 질환으로 진단돼 엉뚱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난 뒤 3~4년이 지나야 비로소 진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치료는 대부분 물리치료로 호전된다. 하지만 일시적이어서 궁극적으로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전사각근에 국소마취제나 보톡스를 주사하면 증상이 호전되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 수술 전 증상이 오래 지속될수록 수술 후 증상 호전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수술은 신경, 동맥, 정맥을 압박하는 구조물들을 제거하는 것이며 전사각근, 중사각근, 1번늑골을 모두 절제해야 완벽한 수술이 될 수 있다. 수술방법으로는 전통적으로 쇄골상부접근법, 쇄골하부접근법, 겨드랑이접근법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조금씩 흉강경수술 또는 로봇수술로 대체되고 있다.

unmet needs를 글머리에 언급한 이유는 의사들이 흉곽출구증후군에 대해 교과서적으로는 배우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본 적이 별로 없어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를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에서 모두 흉곽출구증후군을 공부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진료하는 경우는 드물다. 환자가 와도 잘 몰라 놓치는 경우도 있고 알아도 경험이 부족해 치료를 못하기도 한다.

특히 수술은 경험이 많아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데 드문 수술일수록 아무래도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더 안 하게 된다. 필자는 이런 부분을 극복하고자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 있는 워싱턴대학병원의 흉곽출구증후군센터를 견학하며 수술을 배웠다.

이후 많은 환자를 수술하면서 임상경험을 쌓았지만 완전히 자신 있게 진단, 수술, 재활의 삼박자가 갖춰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에 내년 초 일본에서 흉곽출구증후군을 가장 많이 수술하신다는 정형외과 선생님이 계신 병원에 견학을 가서 그분이 수술하는 세부내용, 수술전후의 외래 진료, 나아가 수술 후 관리에 대한 노하우까지 배워볼 생각이다.

질병치료 영역의 unmet needs의 기저에는 치료되지 못한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unmet 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바이오헬스 산업계와 의사들이 함께 노력해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부터 수술 등 치료방법의 개선까지 다양한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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