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식도암, 수술만이 정답은 아니다
[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식도암, 수술만이 정답은 아니다
  •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5.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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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얼마 전 연락이 뜸하던 의과대학 동기에게서 전화가 왔다. 식도암을 진단받았단다. 식도암은 의사들조차 치료가 어렵다고 손꼽는 암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수술 자체가 어렵고 수술 후 합병증도 많아 아예 수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의사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수술할 수 있고 항암방사선치료의 성적 또한 눈에 띄게 좋아졌다. 또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위암이 많다는 점과 의료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건강검진 차원에서 위내시경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덕분에 식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도 조금씩 늘고 있다.

과거 식도암의 주 치료방법은 수술이었다. 하지만 의술발전에 힘입어 최근 조기 식도암의 경우 비수술적요법인 내시경적시술(점막하절제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시술은 유병률이 높은 위암에서 더 많이 시행되고 있으며 식도암은 상대적으로 조기에 발견되는 빈도가 적은 편이다. 

특히 위와 달리 식도는 구조적으로 근육층 바깥에 장막이 없기 때문에 내시경적시술로 인한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 고난도시술로 여겨진다. 소화기내시경의 주된 목적은 위의 문제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식도는 거쳐가는 통로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큰 병변이나 명확한 이상이 있지 않는 한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식도암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하고 봐야 더 많은 조기 병변을 찾을 수 있다. 루골용액을 사용하면 초기 식도암병변을 찾을 수 있지만 검사시간이 길어지며 검사 후 불편감도 있기 때문에 식도암이 의심되는 경우에서 시행하는 실정이다.

동기는 소위 말하는 빅4병원에서 수술받기로 예약하고 기다리던 중 필자가 흉부외과 전공이란 것을 기억하고 전화한 것이었다. 처음 내시경검사를 했던 병원에서의 결과를 확인해보니 조직검사결과 편평세포암이었고 분화도가 나쁜 식도암이었다. 식도암의 분화도는 세 단계로 나뉘는데 그중 가장 나쁜 상태로 판독됐다. 식도초음파내시경 검사상 점막하층에 침범 소견도 확인됐다. 결과만 보면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통 큰 병원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빨리 수술 날짜를 잡기 위해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다. 필자는 다시 한 번 처음부터 판단해보자고 했다. 수치로 결과가 명확히 나오는 검사가 아닌 경우 특히 영상검사나 병리판독, 초음파검사는 판독의사 또는 검사자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필자는 다기관식도암연구에 참여해 조기식도암에서 내시경적점막하절제술을 시행 후 병리 판독 결과 점막하층 침범이 확인된 경우 수술 또는 항암방사선치료를 선택한 후 어느 쪽이 더 생존율이 높은지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케이스에서는 내시경적점막하절제술의 적용범위를 조금은 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기존 조직검사결과를 필자가 근무하는 병리과 교수에게 문의했다. 그 결과 중간 정도의 분화를 보인다는 결과를 받게 됐다. PET-CT 결과에서도 뚜렷한 암이라고 볼 만한 병변이 보이지 않았다. 소화기내과 교수도 식도초음파내시경에서 점막하층의 침범이 의심되는 부분이 있지만 점막하절제술을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 내용을 동기와 상세히 논의한 결과 그는 수술보다는 비수술적 시술을 선택했다. 만일 최종 조직검사결과에서 점막하층침범 소견을 보일 경우 수술 또는 항암치료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최종 조직검사결과는 점막에만 국한된 아주 초기 식도암이었다. 감사하게도 수술이나 항암방사선치료 없이 치료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필자는 초대형 병원에서도 근무를 해봤지만 현재 근무하는 병원의 규모(1000병상 전후)가 환자들에게는 더욱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대형 규모 병원에 비해 내부 의료진들의 친밀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의사소통이 원활해 형식적인 협진이 아닌 정말 환자에게 맞는 효율적인 협진이 이뤄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 초대형병원은 수술이 너무 많이 밀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미 판단한 환자 케이스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세히 검토하기 어려우며 기존 시스템으로 빠르게 과정을 진행하며 효율성을 추구하는 면이 적지 않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면서 정형화된 틀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건강상태에 초점을 맞춰 유연한 치료적 접근을 하는, 환자에 대한 진정성과 실력을 겸비한 이상적인 의료팀이 많아지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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