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외면에 4년째 미달 ‘유명무실’
의대생 외면에 4년째 미달 ‘유명무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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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마나 한 복지시범사업] ⑨공중보건장학생 시범사업

제대로 된 복지정책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잘못된 정책은 국민의 세금만 축내기 마련입니다. 일단 한 번 만든 제도는 없애거나 축소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하나 마나 한 복지시범사업’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홉 번째 주제는 ‘공중보건장학생 시범사업’입니다. <편집자 주>

정부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해 공중보건장학생 시범사업을 시행해왔지만 이는 국내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지난 4년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크게 강조됐지만 실상은 그대로다. 여전히 공공병원은 전체병원의 5%에 불과하고 대부분 외진 곳에 있으며 병상 수도 적다.

정부의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 ‘공중보건장학생 시범사업’으로 이는 의과대학이나 간호대학 입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 의료면허 취득 후 2~5년 동안 지방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근무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취지는 좋지만 의료인력의 지방근무를 이끌어내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일단 이 시범사업은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어렵고 의무근무기간인 2~5년도 너무 짧아 지방의사 확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년째 정원 미달, 결국 예산 축소 

공중보건장학 시범사업은 새로운 시범사업이 아니다. 이미 1977년부터 1996년까지장학생 1461명을 배출했지만 지원자 감소와 공중보건의사 배출 증가 등에 따라 중단됐다가 2019년 코로나19로 지역공공의료가 붕괴되면서 부활한 것.

현재 이 시범사업은 부산, 경기, 강원, 충북, 전북, 경북 등 6개 지역에서 진행 중이며 선발학생들에게는 한 학기 장학금으로 1020만원을 지급한다. 문제는 지난 4년 동안 단 한 번도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한 데다 지난해에는 모집인원 11명 중 1명만 지원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이 시범사업의 실효성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9~2022년 상반기까지 모집정원 80명 중 지원자는 42명에 불과했다. 또 장학금 수령 후 자발적으로 중도반환하거나 수령 전 취소사례도 있었다.

정부는 공중보건장학생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2억3400만원 증액된 7억7800만원으로 편성했지만 결국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산을 감액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원이 의원은 “시범사업 시행 후 4년이 지났지만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날이 갈수록 지방공공의료의 공백은 커지고 있는데 2~5년이라는 짧은 기간이 과연 적정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 근본 문제에 접근 못 해

정부는 그간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공공임상제교수 ▲환자지역할당제 ▲의사지역할당제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이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결국 ‘의대정원 확충’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접근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교통수단이 잘돼 있어 반나절 안에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한 데다 환자입장에서는 유명의사와 고가장비를 많이 보유한 서울 및 수도권의 대형종합병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중보건장학생은 예비의료인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의대졸업 후 인턴·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까지 최소 11년이 걸리는데 2~5년의 의무기간 동안 과연 공공의료체계가 정립될지도 미지수다.

일본은 지역공공의료의 공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친 끝에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다. 대표적인 예가 ‘자치의과대학’으로 농어촌 근무의사를 양성, 이들을 전국에 골고루 배치하는 것이 목적이다.

모든 입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학비 전액을 지원받고 졸업 후 9년 동안 정부지정의료기관에서 근무한다. 만일 학생이 계약종료 이전에 파기를 원하면 그간 지원받은 학비와 이자를 일시불로 갚아야 한다. 하지만 자치의과대학 졸업생 중 9년의 근무기간을 모두 끝낸 학생의 누적비율은 98% 이상이다.

또 미국,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에서는 지방근무의사에게 별도의 인센티브제도를 운영, 근속기간에 따라 인센티브 제공 및 개원 시 지원금을 달리 책정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보건의료체계는 지금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정부는 인력정책, 즉 양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인적 자원 관리를 위해서는 긴밀한 민관협력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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