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시범사업에 줄줄 새는 예산
불필요한 시범사업에 줄줄 새는 예산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12.30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 마나 한 복지시범사업] (完) 불필요한 시범사업예산 낭비 심각

제대로 된 복지정책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잘못된 정책은 국민의 세금만 축내기 마련입니다. 일단 한 번 만든 제도는 없애거나 축소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올 한 해 ‘하나 마나 한 복지시범사업’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내용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정부는 포용적인 복지국가를 위해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중 한국형 상병수당 일차의료 방문진료수가 등 좋은 시범사업들도 있지만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처럼 현실에 맞지 않은 정책들도 포함돼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

상병수당제도는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렸어도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 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시범사업은 업종·소득수준과 무관하게 근로자가 아플 때 생계유지를 돕는 정책이다. 문제는 급여수준이 최저임금의 80%보다 낮아 생계유지가 어렵고 혜택기간이 90~120일에 불과해 이보다 오래 치료해야 하는 질병의 경우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 정부는 시범사업 후 국민건강보험에서 재정을 확보할 예정이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정부는 2018년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문제는 추가 발생하는 본인부담금이 30%라는 것. 즉 65세 이상 환자는 노인외래정액제로 1500원만 내다가 시범사업참여자로 등록하면 7000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의사단체와 협의, 내년 7월 본 사업에서는 20%선으로 정할 전망이다.

■간호사교대제 시범사업

불규칙한 교대근무, 지나친 업무부담 등으로 인해 간호사이직률이 매우 높아지면서 결국 지난해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간호사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핵심은 정부의 간호사인건비 지원(정부 70%, 의료기관 30% 부담)인데 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범사업 참여의료기관은 병동별 간호사의 10% 이상을 야간전담간호사로 배치해야 하며 2개 병동당 대체간호사 1명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 현장간호사들은 병원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최근 ‘간호사법’ 개정과 충돌하며 본 사업으로 전환될지는 미지수다.

■진료지원인력(PA) 관리·운영체계 시범사업

인구고령화 등에 의한 환자증가로 검사, 처치, 수술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진료지원인력(PA)이 만들어졌다. PA는 대부분 간호사로 의료법상 명백히 불법이다. 하지만 정부는 부족한 의사를 충당하기 위해 PA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시범사업은 명백히 불법이라고 지적한다.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이 시범사업은 급증하는 고령환자에게 원활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으며 간호서비스가 필요한 장기요양 1~4등급 입소자에게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요양 및 건강관리를 함께 서비스한다는 것이 골자다. 시범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입소자와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 하지만 요양실은 의료기관이 아니다 보니 의료행위 시 감염위험이 크고 사고 시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관한 규정도 없는 상황이다.

■일차의료 방문진료수가 시범사업

거동이 어려운 환자에게 의사가 직접 찾아가는 이 시범사업은 의료기관참여율 저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아·공휴·야간 등 각종 가산금이 적용되지 않아 근무시간에 방문진료를 진행해야 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아무 이득이 없어서다. 이 때문에 시범사업 참여의료기관은 343곳이지만 실제로 수가를 청구한 기관은 136곳에 불과하다. 정부는 방문진료수가를 3500원 정도 인상했지만 의료기관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범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일원화된 수가인상이 아니라 진료난이도를 세분화해 여러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려 경증환자로 인해 중증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이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시범사업 참여의료기관은 경증외래환자를 매년 5%씩 3년간 최소 15%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보상체계가 미비한 데다 지나친 서류요구로 인해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 심지어 ‘빅5병원’ 중 절반 이상이 이를 외면했다.

■공공임상교수제·공중보건장학생 시범사업

코로나19 이후 국내 공공의료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해 공공임상교수제 및 공중보건장학생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공공임상교수제는 국립대병원 소속 정규의사로서 소속병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재난대응 등 필수의료 및 수련교육 등을 담당한다. 하지만 ‘순환근무’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신분보장이 불안정해 정원 150명 중 불과 18명만 지원했다.

공중보건장학생 역시 마찬가지다. 공중보건장학생은 정부장학금으로 의대를 졸업, 의료면허 취득 후 2~5년 동안만 지방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실효성에 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결국 지원율은 계속 감소하고 예산안도 감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김진석 교수는 “코로나19로 공공의료의 현실을 깨달았지만 공공의료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