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교수의 코 건강플러스] 남편의 심상찮은 코골이…알고 보니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김태훈 교수의 코 건강플러스] 남편의 심상찮은 코골이…알고 보니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 김태훈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5.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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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많은 국민이 코의 불편함을 겪으면서 코질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코질환은 여전히 잠깐의 불편함만 참으면 되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헬스경향은 격주 목요일마다 김태훈 교수의 코 건강플러스 칼럼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생생한 진료사례를 통해 코질환의 정확한 정보는 물론 코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이 신록의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것 모두 코가 건강해야 할 수 있다는 사실, 절대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김태훈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똑똑. 한 53세 남성환자가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하도 코골이가 심해 배우자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단다. 그는 최근 잦은 회식으로 체중이 늘고 복부비만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코골이도 심해졌다고 한다. 배우자는 남편이 자다가 숨을 안 쉬기도 해서 흔들어 깨우기도 했다고. 환자 역시 자도자도 개운하지 않고 낮에 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그는 고혈압약을 복용 중이었다.

우선 비강과 구강 내 코골이를 유발할 만한 해부학적 이상이 있는지 신체 진찰과 내시경검사를 시행했다. 입천장, 혀, 편도 등과 코안에 폐쇄를 일으킬 만한 병변이 있는지 살펴봤다. 그런데 약간의 편도 비대와 코 칸막이뼈가 휘어있는 비중격만곡증 소견이 확인됐다.

이후 실제로 수면 중 숨이 멈추는지, 그 정도는 얼마나 심한지 확인하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했다. 수면다원검사는 여러 종류의 모니터를 머리, 얼굴 등에 붙이고 하룻밤 자면서 검사를 진행한다. 또 기도 모양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상기도 부위의 컴퓨터촬영검사도 시행했다. 검사결과 환자는 경도의 비중격만곡증과 한 시간에 숨이 20회가량 멈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필자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최종 진단하고 우선 양압호흡기 치료를 처방했다. 환자에게는 수면 중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해부학적으로 좁아지는 부분을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압호흡기를 사용한 지 한 달 후. 환자는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고 주간졸림도 없어졌다고 했다. 실제 검사에서도 무호흡횟수가 호전됐음을 확인했다. 환자는 지속적인 보존적치료와 체중관리를 병행하기로 했다.

코골이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란?

코골이는 수면 중 공기흐름이 코와 목구멍의 좁아진 기도를 통과할 때 입천장, 목젖 등이 떨리면서 발생한다. 60세 이상 남성의 60%, 여성의 40% 정도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30대 성인 남성 20%, 여성의 5%에서도 관찰될 만큼 나이 불문 발생한다. 무엇보다 코골이는 다른 사람의 수면까지 방해해 부부 또는 단체생활에 지장을 준다. 게다가 심한 코골이의 40~70%는 기도가 좁아져 수면 중 숨을 쉬지 못하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왜 치료해야 할까?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주간졸림, 즉 한창 깨 있어야 할 낮에 지나친 졸음을 유발해 일상을 크게 방해한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수업을 들을 때, TV를 볼 때 쉽게 졸며 특히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인지기능저하로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불안감, 우울감 등으로 우울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아침이나 야간에 발생하는 두통도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증상 중 하나이다.

게다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심각한 만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뇌경색, 부정맥 같은 심뇌혈관질환부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대사증후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조기에 정확히 진단 후 치료받아야 하는 이유다.

검사·치료는 어떻게 진행될까?

우선 이번 사례처럼 환자와 보호자가 느끼는 불편한 증상에 대해 문진하고 상기도 폐쇄를 일으킬 만한 모양의 이상이 있는지 진찰한다. 입천장, 혀, 편도 등을 확인하며 코 내시경검사를 통해 비강 내에 상기도 폐쇄를 일으킬 만한 병변이 있는지 살펴본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면 수면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한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마다 종류는 다를 수 있으나 대체로 하룻밤 자면서 검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진단은 물론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다른 수면호흡장애는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최종 진단되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치료와 수술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옆으로 누워 머리를 높이고 자는 자세치료 ▲금주 ▲체중감량 ▲양압기치료 등이 있다.

특히 양압기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일차 치료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탁월한 효과가 입증됐다. 수면 시 코에 밀착되는 마스크를 착용한 뒤 잠들면 공기를 불어넣어 상기도가 막히지 않게 하는 원리다. 양압기 치료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야간증상뿐 아니라 주간졸음, 인지기능, 심혈관계합병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 단 잘 때마다 착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어 도중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있다.

코와 목구멍 등 상기도 폐쇄가 심한 환자는 좁아진 부위를 넓히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단 수술방법이 다양하고 수술 후 호전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본인에게 맞는 수술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김태훈 교수는? 

김태훈 교수는 현재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서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알레르기비염, 부비동염, 비중격만곡증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궁금증에 늘 귀 기울이며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현재 대한비과학회 학술이사로서 회원들과 함께 국민 코 건강증진을 위한 대외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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