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교수의 코 건강플러스] 누런 콧물이 코 뒤로 계속 넘어가요
[김태훈 교수의 코 건강플러스] 누런 콧물이 코 뒤로 계속 넘어가요
  • 김태훈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5.25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훈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48세 남성 김 씨는 수개월간 지속된 두통과 얼굴의 압박감, 코막힘, 계속해서 코 뒤로 넘어가는 콧물로 고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감기인 줄 알고 곧 증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증상은 점점 악화됐다. 결국 그는 병원을 찾게 됐다.  

필자는 그의 비강을 우선 내시경으로 살펴봤다. 코 안에 다수의 물혹이 있었고 코 깊숙한 곳에서 노란색 콧물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또 CT로 내시경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비동 내부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염증이 가득 차 있었다. 증상의 시작시점과 검사결과들을 종합해 만성비부비동염으로 진단했다.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한 후 날짜를 잡아 바로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부비동으로 통하는 입구 주변의 염증조직과 물혹들을 제거했고 수술은 잘 마무리됐다. 환자에게 수술 후 꾸준히 코세척을 하도록 안내하고 먹는 약과 스프레이를 처방했다. 몇 주 뒤 그의 증상은 훨씬 호전됐다. 하지만 만성부비동염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큼 당분간 보존적인 치료를 유지하면서 주기적으로 상태를 관찰하기로 했다.  

위의 사례처럼 수개월, 수년 전부터 누런 콧물이 코 뒤로 계속 넘어간다고 호소하며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 내시경검사를 시행해보면 이들의 점막은 전반적으로 부어있고 물혹이 있는 경우도 있다. 또 화농성 비루가 부비동에서부터 코 뒤로 넘어가는 것이 보인다. CT를 찍어보면 공기로 차 있어야 하는 부비동이 염증으로 혼탁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만성비부비동염이다.

부비동은 코 주변 머리뼈 안의 빈 공간으로 비강에 연결돼 공기로 차 있다. 하지만 비강과 연결된 통로인 자연공이 염증이나 물혹 등에 의해 페쇄되면 분비물이 자연공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해 쌓이고 이것이 결국 염증을 일으킨다. 이를 비부비동염이라고 한다. 

비부비동염은 흔히 축농증이라고도 불리며 증상이 발생한 기간에 따라 급성, 아급성, 만성으로 분류한다. 급성은 4주 이내로 적절히 치료하면 후유증이 남지 않고 완전 회복되며 내과적 치료로도 호전이 가능하다. 아급성은 4~12주, 만성은 1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대개 내과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비부비동염은 주로 급성비염으로 인한 비점막의 감염이 부비동 점막으로 파급되거나 충치나 발치에 의해 염증이 파급돼 발생한다. 증상으로는 코막힘, 누런 콧물, 안면부 통증, 압박감으로 침범된 부비동의 통증과 압통이 나타난다. 감기와 헷갈릴 수 있으나 누런 콧물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안면부 통증 등이 동반되면 비부비동염을 의심해야 한다.

급성비부비동염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염증이 주변 조직으로 파급돼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고 만성비부비동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10일에서 3주 정도 충분한 기간을 두고 항생제치료를 받아야 하며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다면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만성비부비동염은 급성비부비동염에 비해 발열, 안명통, 두통 등은 드문 편이다. 내시경상 물혹이 있는 만성비부비동염과 물혹이 없는 만성비부비동염으로 나뉘며 항생제, 비강내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치료, 생리식염수 비강세척 등 보존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은 내시경으로 진행돼 코의 상처 없이 자연공 주변의 염증조직과 물혹을 제거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한동안은 주기적으로 코세척과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