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교수의 코 건강플러스] 열은 없는데 콧물이 안 멈춰요
[김태훈 교수의 코 건강플러스] 열은 없는데 콧물이 안 멈춰요
  • 김태훈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6.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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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어느 날 30대 남성 환자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그는 항상 코막힘, 맑은 콧물, 잦은 재채기 등에 시달렸고 특히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유난히 증상이 심해진다고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증상으로 집중력저하와 피로감까지 심해 결국 업무에도 지장이 생겼다고 했다. 

환자의 얘기를 듣고 먼저 비강을 관찰했다. 창백하게 부풀어 있는 콧살과 맑은 콧물이 비강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전형적인 알레르기성비염 증상이었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피부단자검사와 혈액검사를 시행했고 집먼지진드기, 참나무, 돼지풀 등에 대한 알레르기반응과 혈액 항체가 확인돼 알레르기성비염으로 확진했다.

필자는 먹는 약과 스프레이를 처방했고 알레르기 원인물질들을 피하는 방법, 실내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방법들을 알려줬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는 점점 증상을 관리하게 됐고 예전보다 훨씬 편안한 일상을 누리게 됐다. 드디어 알레르기성비염이 조절되기 시작한 것이다.

봄, 가을 또는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가 되면 콧물이 많아지고 재채기가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꽃이 피는 계절에는 특정 꽃의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 눈과 코를 직접적으로 자극해 알레르기비염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렇게 특정 계절에 증상이 발생하는 계절성 알레르기비염과 연중 증상이 지속되는 통년성 알레르기비염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상 지속기간과 증상의 경증에 따라 구분한다. 

증상 지속기간이 ▲1주일에 4일 미만이거나 1년에 4주 미만인 경우를 ‘간헐성’ ▲증상 지속기간이 1주일에 4일 이상이면서 1년에 4주 이상인 경우를 ‘지속성’으로 구분한다. ▲비염 증상으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거나 ▲일상생활 또는 운동 시 지장을 느끼거나 ▲학교·직장생활하기가 불편할 정도라면 증상이 심한 ‘중등도-중증’, 위 증상이 하나도 없다면 ‘경증’으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알레르기비염은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흔히 4대 증상이라고 하는 코막힘, 재채기, 수양성 비루, 가려움증이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의 털, 비듬 등이 항원으로 작용해 전기반응(노출 후 30분)으로 재채기, 콧물이 나타나고 후기반응(노출 후 6시간)으로 코막힘이 나타난다. 

감기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감기는 주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발열과 인후통이 동반될 수 있고 대개 1주 이내로 호전되지만 알레르기비염은 발열과 인후통이 없고 수주에서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

알레르기비염은 증상, 가족력, 주변환경과 이전의 치료경력, 비내시경검사를 포함한 신체검사, 혈액검사, 피부반응검사, 비강유발검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 후 최종 진단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위의 4대 증상과 천식, 아토피성피부염 등의 알레르기질환에 대한 가족력 평가, 증상을 일으키는 특정 환경이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간단히 혈액검사로 알레르기 경향성이 있는지, 수십 종의 항원에 대해 혈액 안에 항체가 있는지 검사할 수 있다. 특정 항원들의 용액을 얇은 바늘로 피부에 소량씩 주사해 팽진과 발적을 측정하는 피부단자검사를 시행하면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어떤 항원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 양성으로 나온 항원을 비강에 분무해 알레르기증상이 유발되는지 확인하는 비강유발검사를 추가로 시행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비염의 일차적인 치료방법은 약물치료가 아니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 즉 항원을 피하는 것이다. 항원 노출을 줄임으로써 알레르기증상을 완화하고 약물사용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집먼지진드기를 예방하려면 양탄자나 두꺼운 커튼, 천으로 된 소파, 담요 등을 제거하고 진드기가 통과할 수 없는 특수커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온도와 습도를 각각 20도, 45% 이하로 조절하고 6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침구류를 세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로는 증상 지속기간, 증상의 경증에 따라 항히스타민제, 비강내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약물은 비염증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 1~2주 전에 예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면역요법은 약물이나 회피요법에 효과가 크게 없거나 약물에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천식을 예방하고자 하는 경우 사용한다. 면역요법은 환자에게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을 소량부터 반복적, 점진적으로 증량 주입해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주사로 피부에 주입하는 피하면역요법과 혀 밑에 약물로 투약하는 설하면역요법이 있다. 초기에는 주 1~2회 외래에 방문해 치료하고 유지용량에 도달하면 2~4주 간격으로 3~5년간 치료가 필요하다. 3년 이상 꾸준히 치료하면 중단하더라도 효과는 장기간 지속된다.

그렇다면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까? 물론 있다. 약물치료를 해도 코막힘이 지속되는 경우 하비갑개의 부피를 줄이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또 비중격만곡증이 동반된 경우 약물이 제대로 코안으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어 비중격성형술을 함께 시행하면 도움이 된다. 비중격만곡증은 콧속 비강을 좌우로 나누는 뼈인 비중격이 휘거나 일부가 두꺼워진 것으로 비강이 좁아지면서 비염이 심해질 수 있다. 

알레르기비염은 당장 생명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특히 천식이 동반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의심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늦지 않게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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