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중증노인환자에겐 ‘그림의 떡’
[기자의 눈]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중증노인환자에겐 ‘그림의 떡’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3.06.28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정선 기자<br>
헬스경향 한정선 기자

취재과정에서 만난 이모 씨(남·76세)는 약 2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오랜 시간 반신불수로 고생하다가 가족들의 합의로 약 5개월 전 금천구의 한 요양원에 입소했다. 그는 갖은 만성질환으로 주기적인 병원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요양병원에 입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병원비보다 많은 간병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포함돼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의무가 있고 요양보험서비스를 받을 자격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로서 요양과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요양시설을 이용할 때와 요양병원을 이용할 때 보험적용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돌봄지원이 요양시설까지만 지원되고 요양병원은 지원되지 않는 것.

예컨대 만일 요양원에서 돌봄을 받다가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서의 적극적인 질병치료가 필요해 요양병원에 이송될 경우 돌봄지원이 안돼 환자 또는 가족이 이를 부담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즉 환자나 보호자가 사적으로 간병인을 구해 막대한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간병비 때문에 진료를 포기하고 요양시설 돌봄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정작 요양과 돌봄이 필요한 중증노인환자에게는 보험지원이 안 되는 불합리한 경우가 왜 생긴 걸까.

일단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8년부터 고령이나 노인성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보장제도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급여는 ▲재가급여 ▲시설급여 ▲특별현금급여로 나뉜다.

이중 특별현금급여는 ▲가족요양비 ▲특례요양비 ▲요양병원간병비로 나뉘어 있어 요양병원간병비는 사회보장제도 안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하위법령이 없다 보니 그야말로 법규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즉 법은 있지만 이를 실행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없어 실행하고 싶어도 실행이 불가능하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정작 절실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증노인환자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자 요양 및 돌봄에 필요한 간병비 지원도 받지 못하는 반쪽짜리 제도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노인요양보험제도를 제대로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법령에 명확히 적시돼 있는데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없어 시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돌봄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과 다름없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누구나 늙고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 다가올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요양과 돌봄을 해 줄 사람이 없어 병원치료를 포기하는 노인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