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대규모 연구 통해 치료가이드라인 정립해야
게임이용장애, 대규모 연구 통해 치료가이드라인 정립해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9.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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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 게임사용장애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관점

헬스경향은 언론사 최초로 다국어판을 운영하면서 해외에도 빠르게 국내 보건의료소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라는 기획기사를 마련, 각종 질환에 대한 최신치료법부터 미래의학에 발맞춘 보건의료발전방향까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보건의료석학들과 소통하면서 독자들께 더욱 폭넓은 정보를 드리고 있습니다. 열두 번째 주제는 ‘게임사용장애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관점’입니다. <편집자 주>

(왼) ▲블라드미르 포즈냐 WHO 중독정신건강책임자 ▲이상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크리스티나 인도네시아 대학 교수 ▲존 손더스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대학 교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블라드미르 포즈냐 WHO 중독정신건강책임자 ▲이상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존 손더스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대학 교수 ▲크리스티나 인도네시아 대학 교수

세계보건기구는(WHO)는 제72차 총회 위원회에서 국제 질병분류의 개정판인 ICD-11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등재했다. 게임이용장애의 정식 질병코드는 ‘6C51’로 도박중독과 같은 분류인 중독성행위장애로 등록됐다.

이와 관련해 게임이용장애는 질환이 아니며 오히려 산업계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다 준다는 등 반발이 많았다. 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게임이용장애는 다른 질환으로 충분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무엇보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게임이용장애환자의 뇌 변화는 약물중독환자, 도박중독환자 등과 유사하다는 것. 

이번 토론 참여자는 ▲WHO 중독정신건강책임자 블라드미르 포즈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 ▲인도네시아 대학 크리스티나 교수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대학 존 손더스 교수 등이다.

■토론 주요쟁점 및 목적

WHO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는 하나의 중독으로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지속적이나 반복적인 게임 행동 패턴’으로 정의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게임이용장애환자가 급증했다. 문제는 게임이용장애는 정식질병코드가 없어 정확한 통계가 어렵고 치료가이드라인 역시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에 올해 8월 개최된 ‘제8회 국제행위중독학회’에서는 게임이용장애 치료의 중요성은 물론 해당분야가 직면한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공중보건의 노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 게임이용장애에 관해 의견이 분분한데 어떤 특징이 있나.

WHO 중독정신건강책임자 블라드미르 포즈냐(이하 포즈냐) : WHO는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게임이용장애를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지나친 게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게임이용장애를 질병분류로 결정한 배경에는 35개의 접근법과 여러 논문 등이 활용됐다. 이에 2018년에 국제질병분류 개정 초안을 사전 공개했으며 2019년 5월 5일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새로운 질병코드로 등록하기로 의결했다.

WHO가 제시한 ‘게임이용장애’ 진단기준은 총 5가지다. ▲게임에 대한 조절력 상실 ▲게임이 다른 일상에 비해 현저하게 우선적임 ▲부정적 문제가 발생해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지나치게 사용 ▲12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 등으로 이 중 3가지에 해당하면 게임이용장애로 진단된다.

- 게임이용장애는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대학 존 손더스 교수(이하 존 손더스 교수) : 분명한 것은 게임이용장애는 중독성질환이며 공중보건학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환자에게 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충동조절장애나 타 질환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사용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뇌의 이상증세가 관찰된다. 뇌 왼쪽 줄무늬체 영역이 훨씬 커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아직까지 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 없고 지역사회 기반의 상담 위주 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이하 이상규 교수) : 우리나라 역시 게임이용장애환자가 많다. 정부는 5년마다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2021년 자료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고위험군은 전체 인구의 5.9%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18~29세의 18%가 고위험군이었다.

이때 게임이용장애를 호소하는 청소년들은 하루 4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며 ADHD(주의력결핍장애)를 많이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정확히 해야 하는 것은 게임이용장애는 단순히 게임을 많이 했다고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터 게임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 게임이용장애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인도네시아 대학 크리스티나 교수(이하 크리스티나 교수) : 게임이용장애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공중보건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중독치료를 제공하는 데 큰 격차가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것은 청소년에서 성인보다 게임이용장애 고위험군이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환자는 더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적인 치료가 부재한 것은 사실이다. 또 게임이용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은 우울증, ADHD 등을 많이 호소하는데 아직 대규모 연구가 부족한 만큼 적극적인 연구를 통해 인과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손더슨 교수 : 게임이용장애는 전 연령층에서 중요하지만 특히 청소년에게 치명적이다. 게임사용장애환자의 뇌는 약물중독자 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뇌 양전자단층촬영(PET)를 진행하면 전두엽 등 뇌의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 게임을 하면 쾌락중추가 활성화되고 도파민 호르몬 분비가 활성화돼 전두엽을 자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 심각한 게임이용장애는 치료가 필요하다.

크리스티나 교수 : 안타깝게도 게임이용장애에서 정확한 치료가이드라인은 없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게임이용장애를 방치하면 다른 정신질환으로 악화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ADHD와 우울증 등이다. 이에 경두개자기자극술(TMS), 변증법적행동치료(DBT), 인지행동치료(CBT) 등이 결합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세부적으로 게임이용장애환자는 우울증과 ADHD가 공존한다. 우울증은 항우울제와 인지행동치료가 주를 이룬다. 또 ADHD는 정신자극제와 비약물치료가 진행된다. 하지만 약물저항성환자들이 종종 있다. 이때는 경두개자기자극술처럼 비수술적 뇌자극치료법을 활용한다. 안타까운 점은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는 대부분 단면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상규 교수 : 게임이용장애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부모를 통한 조기개입도 매우 중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산만한 아이들은 평소 집중을 잘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시각적으로 화려한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할 가능성이 높다. 따돌림·괴롭힘도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이를 회피하기 위해 게임에 몰입, 게임이용장애로 이어지기 쉽다. 또 정서적 위축, 자신감 저하, 외로움 등으로 인해 게임에 심리적으로 의존할 수 있다. 따라서 게임이용장애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게임이용장애에 관한 오해가 많다.

포즈냐 : 게임이용장애의 단어를 살펴봐야 한다. 게임이용장애는 질병(Disease)이 아닌 일정 기간 지속하는 기능(Order)의 이상(Dis)인 Disorder의 개념이다.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12개월이라는 기준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방치하면 질병처럼 기능 손상상태가 진행된다. 지나친 게임은 도박중독이나 약물사용장애와 비슷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사용장애는 영양상태, 신체활동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과도 관련된다. 따라서 조기개입과 치료 등 위험인자를 미리 인지하는 공중보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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