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기기, ‘심방세동’ 진단 큰 도움…의료진 판독은 필수
웨어러블기기, ‘심방세동’ 진단 큰 도움…의료진 판독은 필수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1.27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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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 부정맥진단 시 웨어러블기기의 유용성

· 스마트워치 등 무증상 심방세동 진단에 도움
· 신호잡음으로 정확성 담보 X…의료진 판독 필수
· 인공지능기술과의 결합으로 정확도 향상 기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보건의료에 관한 한 전 세계가 더 깊이 머리를 맞대는 분위기입니다. 헬스경향은 언론사 최초로 다국어판을 운영하면서 해외에도 빠르게 국내 보건의료소식을 전달하는 한편 전 세계 의료계의 최신지견을 독자여러분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헬스경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여덟 번째 주제는 ‘부정맥진단에서의 웨어러블기기의 유용성’입니다. 각국 석학들의 다양한 의견을 한눈에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준범 이대목동병원 부정맥센터장(순환기내과 부교수) ▲존 데이(John Day) 미국 인터마운틴 심장연구소 심장부정맥 전문의 ▲말셀러스 프랜시스 L.라마레즈(Marcellus Francis L. Ramirez) 필리핀 산토 토마스대학 심장 부정맥 전문의 ▲칭기경(Chi-Keong Ching) 싱가포르 듀크-NUS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콘스탄티노스 시온티스(Konstantinos Siontis) 미국 메이요클리닉 심장전문의

인구고령화로 부정맥발생위험은 더욱 높아졌다. 부정맥은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기능이 점차 떨어져 생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심방세동은 뇌졸중을 부르는 악성부정맥으로 조기진단과 치료가 관건이다.

문제는 대부분 부정맥이 간헐적으로 나타나 심전도검사만으론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것. 이러한 이유로 늘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기기(옷, 시계 또는 피부에 부착하거나 삽입하는 형태의 기기)가 유용한 진단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토론참여자는 ▲박준범 이대목동병원 부정맥센터장(순환기내과 부교수) ▲존 데이(John Day) 미국 인터마운틴 심장연구소 심장부정맥 전문의 ▲말셀러스 프랜시스 L.라마레즈(Marcellus Francis L. Ramirez) 필리핀 산토 토마스대학 심장 부정맥 전문의 ▲콘스탄티노스 시온티스(Konstantinos Siontis) 미국 메이요클리닉 심장전문의 ▲칭기경(Chi-Keong Ching) 싱가포르 듀크-NUS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이다.

■토론 주요쟁점

부정맥진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웨어러블기기는 손목시계형 심전도장치, 심전도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 가슴에 붙여 연속적으로 심전도를 기록하는 심전도패치 등 다양하다. 이들 기기는 몸에 계속 부착해 언제 어디서든 환자의 심전도를 기록할 수 있어 심방세동처럼 증상을 못 느끼거나 간헐적 부정맥을 진단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100% 정확하지는 않아 측정결과 판독은 반드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 웨어러블기기 중에서도 스마트워치 사용률이 높은데 심방세동진단에 정말 도움이 되나.  

한국 박준범 교수(이하 박준범) : 새롭게 개정된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도 명시돼 있듯이 심방세동진단에서 스마트워치의 역할은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나 측정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기존연구에서도 병원의 12유도심전도보다 일상에서 측정하는 스마트워치의 진단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로 측정할 때도 30초간 심전도가 지속돼야 하며 측정결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판독이 필요하다.

미국 존 데이 전문의(이하 존 데이) : 물론이다. 현재 모든 심방세동환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필리핀 말셀러스 프랜시스 L.라마레즈 전문의(이하 말셀러스) : 그렇다. 스마트워치는 특히 심방세동 같은 악성부정맥 감지에 도움이 된다.

미국 콘스탄티노스 시온티스 교수(이하 콘스탄티노스) : 스마트워치의 종류마다 정확도는 다르지만 최신 버전의 스마트워치는 심방세동을 정확하게 감지한다. 특히 심방세동은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수면 중 발생하기 때문에 늘 착용가능한 스마트워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 웨어러블기기 심전도기록만으로도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나.

박준범 : 최근 새롭게 개정된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단일리드심전도(여러 전극을 붙여 12개의 심전도를 얻을 수 있는 기존 12리드심전도검사와 달리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기기는 단일유도를 통해 1개의 심전도만 기록 가능)를 통한 심방세동진단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로 심방세동발병률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극적 사용이 권고된다.

존 데이 : 현재 환자들에게 문서화한 심방세동파일을 의무기록처럼 업로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즉 웨어러블기기에서 가져온 파일이 곧 의료기록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말셀러스 : 우리는 여전히 표준검사방식인 12리드심전도검사로 부정맥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연구와 기술 개선이 이뤄지면 머지않아 치료 결정의 기초자료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콘스탄티노스 : 사용할 수 있지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스마트워치는 불필요한 신호잡음으로 인해 심전도신호가 오염될 수 있다. 또 부정맥의 단편적 신호만 기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스마트워치의 심전도기록을 분석할 때 실제 부정맥인지 가짜인지 구별하는 데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특히 일시적이고 무증상인 심방세동은 각 환자의 상황에 맞춰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 시중에 출시된 웨어러블기기의 정확도는.

박준범 : 웨어러블기기를 통한 심방세동진단은 민감도, 특이도 면에서 많은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심방의 탈분극/수축(P wave)은 진폭이 작아 웨어러블기기처럼 단일리드심전도의 경우 인지하지 못하거나 신호잡음을 심장신호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기술적 보완을 추가해야 한다.  

존 데이 : 환자가 정확한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심전도가 기록됐다면 의료진이 이를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단 자동판독이 항상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령 빈번한 조기심방수축(PAC)과 조기심실수축(PVC)은 종종 심방세동으로 잘못 분류되기도 한다.

말셀러스 : 정확하지만 여전히 위양성‧위음성가능성이 있고 불필요한 신호잡음이 결과 해석에 오류를 부를 수 있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심방세동이나 특정심실부정맥 같은 불규칙한 리듬감지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콘스탄티노스 : 웨어러블기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심방세동에 85% 이상의 민감도와 특이성을 나타낸다. 최근에는 심전도분석과정에서 인공지능기술이 적극 활용되면서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단일리드 외 6리드 등 더 많은 수의 심전도리드를 포함한 웨어러블기기가 출시돼 정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칭기경 : 웨어러블기기별로 차이가 있지만 FDA 승인을 받은 스마트워치는 상당히 정확한 결과를 제공한다.

- 스마트워치가 심방세동 외 다른 부정맥진단에도 도움이 되나.

존 데이 : 개인적으로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심장이 분당 250~400회 정도로 빠르게 수축하는 상태)을 제외한 다른 부정맥에는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단 이 장치로 상심실성빈맥(SVT)을 진단한 적은 있다.

말셀러스 : 경험상 2명의 환자에서 조기심실수축과 심실빈맥 진단에 큰 도움을 받았다. 따라서 다른 부정맥 진단에도 충분히 도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콘스탄티노스 : 현시점에서 다른 부정맥진단은 매우 기초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생각한다. 또 심장수축을 정량화해 부정맥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과 다른 종류의 부정맥 구분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으로 연구된 바 없다.

- 향후 웨어러블기기의 발전전망은?

박준범 : 단일리드심전도는 심근경색 같은 질환을 조기진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흉부 유도에 대한 예측모델이 보고되고 있어 향후 심근경색도 웨어러블기기로 조기진단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콘스탄티노스 : 대표적으로 스마트워치는 정확한 신호분석을 위해 인공지능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이며 불필요한 신호잡음이 심전도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화기 위한 기술도 계속 개발 중이다. 앞으로 웨어러블기기는 임상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 우리는 단순히 부정맥감지‧진단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워치의 부정맥예측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예컨대 스마트워치가 환자심전도에서 미묘한 이상을 감지하고 심방세동 발생 며칠 전 알림을 보낸다면 적절한 시점에 개입해 뇌졸중예방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칭기경 : 앞으로도 웨어러블기기와 관련 앱 등은 계속 개발돼야 한다. 특히 나이, 성별, 약물복용력, 생활습관, 혈액검사결과 등 다른 변수들과 심전도결과를 연계해 통합관리하고 부정맥을 예측하는 방향으로도 개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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