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시대 이끄는 유전체의학, 어디까지 왔나
정밀의료시대 이끄는 유전체의학, 어디까지 왔나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8.07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 유전체정보 기반 정밀의료의 현재와 미래

헬스경향은 언론사 최초로 다국어판을 운영하면서 해외에도 빠르게 국내 보건의료소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라는 기획기사를 마련, 각종 질환에 대한 최신치료법부터 미래의학에 발맞춘 보건의료발전방향까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보건의료석학들과 소통하면서 독자들께 더욱 폭넓은 정보를 드리고 있습니다. 열한 번째 주제는 ‘유전체정보 기반 정밀의료의 현재와 미래’입니다. <편집자 주>

 

(위)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 소장(한국유전체학회 회장)  ▲미국 찰스 리(Charles Lee) 잭슨랩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싱가포르 패트릭 탄(Patrick Tan) 듀크-싱가포르국립대(NUS) 의과대학 교수 (아래) ▲벨기에 데니스 호간(Denis Horgan) 유럽개인맞춤형치료제연합 대표 ▲영국 앤드류 비안킨(Andrew V. Biankin) 글래스고대학교 교수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예방·치료하는 정밀의료가 활성화되면서 유전체의학이 단연 주목받고 있다. 유전체는 한 사람이 가진 고유한 생물학적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DNA를 총체적으로 모아놓은 것이다. 더욱이 유전자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는 단 한 번의 검사를 통해 수백 개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 유전체정보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글로벌 유전체 분석 시장규모는 이미 2020년 40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연평균 14% 성장해 2028년에는 117억 달러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토론 참여자는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 소장(한국유전체학회 회장) ▲미국 찰스 리(Charles Lee) 잭슨랩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싱가포르 패트릭 탄(Patrick Tan) 듀크-싱가포르국립대(NUS) 의과대학 교수 ▲벨기에 데니스 호간(Denis Horgan) 유럽개인맞춤형치료제연합 대표 ▲영국 앤드류 비안킨(Andrew V. Biankin) 글래스고대학교 교수이다. 

■토론 주요쟁점 및 목적

유전체의학은 개인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우리를 더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고 질병을 더 효과적으로 진단·예방·치료할 수 있게 한다. 정밀의료 실현을 가능케 하는 필수적인 과정인 것이다. 다만 유전체 분석시장이 더욱 발전하려면 국제적인 협력과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나라마다 유전체정보가 상이한 만큼 국가 간 의료데이터를 공유해 신약 개발 등 연구기반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는 관련 기업에도 원동력이 돼 좋은 연구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이번 토론에서는 한국유전체학회 및 관련 분야의 내로라하는 석학들과 함께 국가별로 유전체 분석이 얼마나 활성화돼 있는지 짚어보고 해당 분야가 직면해 있는 문제들은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국제적인 노력은 무엇인지 모색하고자 한다.    

-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유전체정보를 활용하는 유전체진단은 현재 얼마나 활성화돼 있나. 

한국 박웅양 소장(이하 박웅양) : 한국은 2017년 10대 암을 대상으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이하 NGS) 기반 유전자패널검사’가 조건부 선별급여항목으로 지정되면서 암환자 대상 유전체진단이 임상현장에 도입됐다. 2019년에는 전체 암으로 확대됐으며 2020년에는 연간 2만여건의 유전체진단이 시행됐다. 현재(2023년 3월 기준) 국내 69개 NGS임상검사기관으로 승인된 의료기관에서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체진단을 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찰스 리 교수(이하 찰스 리) : 환자의 유전체정보는 환자 전자건강기록에 많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 형식은 다양한데 많은 보고서가 PDF 형식으로 돼 있어 검색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의사들의 교육 부족으로 유전체정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패트릭 탄 교수(이하 패트릭 탄) : 싱가포르 병원에서 유전체진단의 사용은 현재 희귀질환과 종양학 및 태아모체의학분야에 집중돼 있다. 1992년부터 지중해 빈혈환자 및 가족 구성원을 위한 스크리닝 및 진단테스트를 포함, 국가 지원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2021년에는 정부에서 인가한 병원 및 클리닉에서 IVF(시험관시술) 배아의 시술 전 유전자검사 도입이 허용됐다. 또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유전성암, 유전성신장질환 등을 포함해 환자와 가족 구성원을 위한 스크리닝도 시행 중이며 잠재적인 약물부작용 정보와 처방 관행을 안내하기 위해 환자에 대한 예방적 약물유전체학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이들 검사는 싱가포르 병원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비용효과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벨기에 데니스 호간 대표(이하 데니스 호간) : 지역 연구소의 참여, 공공-민간 파트너십, 그리고 지역병원 간의 연결은 정밀의료에 기반한 암 치료법을 지역사회로 확대하고 지식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유전체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치료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 19개 국가를 대상으로 시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임상의사의 39%가 비소세포폐암 분자검사의 조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를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NGS검사량이 증가하면 연구소와 병원은 예산 부족과 적절한 훈련을 받은 인력 확보, 데이터공유 및 저장 능력, 의료시스템 내에서의 디지털 헬스 기록 등 여러 인프라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NGS의 복잡성으로 인해 병원 간 표준화는 어려울 수 있지만 특정 생체표지자에 대해 임상 검증을 완료한 상업용 NGS 테스트 공급업체의 사용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영국 앤드류 비안킨 교수(이하 앤드류 비안킨) : 국가마다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 승인된 약물에 대한 단일 유전자검사만 시행한다. 올라파립(Olaparib) 같은 약물은 더 복잡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검사는 국가보험(NHS)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개인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현재 7개의 유전체 실험기관에 국가지원으로 유전자패널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진행은 더디다. 또 로얄 마스덴 병원에서는 임상 등급의 대규모 패널검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글래스고대학교에서는 연구전용 대규모 패널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임상 등급으로 만들고자 절차를 밟고 있으나 이 또한 진행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 병원 외에 소비자대상직접(Direct-To-Consumer, 이하 DTC) 유전자검사도 개인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자국의 DTC서비스는 얼마나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가. 

박웅양 : DTC검사는 소비자가 유전자 검사기관에 직접 의뢰해 유전자검사를 하는 것이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DTC검사항목은 보건복지부에서 규정한 항목만 검사할 수 있다. 2016년 보건복지부 고시로 제정된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 검사기관이 직접 실시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에 대한 규정에 의해 혈압, 혈당 등 12가지 항목에 한정해 허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검사항목이 확대돼 현재는 총 81개 항목까지 늘어났다. 해외보다 아직 제한적이긴 하지만 한국의 다양한 헬스케어기업들에 의한 서비스 확대로 2018년 연간 10만건 이하로 이뤄지던 검사건수가 2022년에는 50만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찰스 리 : DTC서비스를 통해 개개인은 의료기관이 아니어도 전자매체를 통해 의학적 조언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이 서비스가 직장에서 제공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은 일부 기업 및 기관에서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유전자검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유전자 검사결과에 대해서는 불확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DTC 서비스의 주요 문제이기도 하다.

패트릭 탄 : 싱가포르에서 DTC서비스는 일반 건강 및 레크리에이션을 목적으로 하는 비임상 유전자검사로 간주된다. 이는 싱가포르 규제기준에 따라 규정을 받는 임상유전자검사와 대조적이며 싱가포르 의료서비스법(HSCA)에 따라 라이선스를 받은 사람만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비임상 유전자검사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규제되고 있지 않지만 비임상 유전자검사 제공자를 위한 국가지침문서가 별도로 마련돼 소비자의 안전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다. 

데니스 호간 :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데이터와 디지털도구는 인류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 원격진료 등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이후 가상의료분야는 큰 성장을 거듭했으며 특히 소비자에게 직접 DTC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DTC 모델은 소비자가 쉽게 접근 가능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 더 주도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이에 발맞춰 기업들 또한 가상의료 플랫폼에 접근해 각자의 전략을 기반으로 환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앤드류 비안킨 : 상업적인 기관들이 다양한 검사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소수의 환자에서만 개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DTC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Caris와 Foundation Medicine이 있다.  

- 개인의 유전체정보는 신약 개발 등 산업적으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산업체가 유전체정보를 활용하는 데 있어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박웅양 : 제약사는 신약개발 타깃을 발굴하거나 약물작용기전 및 임상시험을 위한 바이오마커 등에 유전체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은 병원이나 정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환자의 유전체정보를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 산업적으로 활용되진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 및 의료법상 환자의 유전체정보는 개인 민감정보로 분류돼 있어 활용하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단순한 연구목적인 경우에도 기관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며 특히 산업체로 데이터를 이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데이터에 대한 가명처리 등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반면 미국암학회 유전체 데이터베이스(AACR GENIE)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같은 대규모 임상-유전체정보 통합DB는 공공DB로서 활용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이를 연구에 이용하고 있다. 

찰스 리 : 제약산업계 역시 약물 개발에 있어 유전체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유전적변이에 대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제약사 측에서는 약물효능과 유전체 데이터와 관련된 특정 유전적 연관성을 연구하지 않거나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많은 약물 개발 연구가 다양한 유전적 요소를 다루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약물 개발 연구 대부분은 유럽인의 세포를 이용하고 있으며 다른 인종은 연구대상으로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패트릭 탄 : 싱가포르의 국가 정밀의학 프로그램은 파트너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일반 대중 역시 질병의 새로운 진단과 치료법 개발을 위해 산업 연구자들과 익명화된 유전체 및 표현형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공유는 책임, 공정성, 투명성은 물론 대중의 이익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 및 유전체 데이터를 위임받은 정부와 공공부문은 거버넌스, 기술 및 운영접근방식의 조합을 통해 수행할 수 있는 데이터 접근·사용에 대한 감독을 유지해야 한다.

데니스 호간 : 건강데이터에 대한 활용과 규제에 대해 유럽연합(EU)의 제안이 있었지만 ▲다른 EU규칙과의 중복 ▲시스템 구현을 위한 자금 ▲데이터의 2차 사용 및 다른 목적을 위한 범주의 불명확성 ▲의원들의 동의 얻기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진행이 어려운 상태다. 법률 텍스트 초안의 부정확성과 모호함도 진행이 더딘 이유 중 하나다. 이 모든 것은 아직까지 건강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하고 안전한 데이터 교환과 재사용에 대한 메커니즘을 개선하고 규제와 법적테스트의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력을 통해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앤드류 비안킨 : 현재 개인의 유전체정보 활용은 ICGC와 같은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데이터셋과 상업기관들이 직접 생성한 데이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영국 보건부가 100K 게놈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한 지노믹스 잉글랜드(Genomics England)는 예외적으로 상업기관들이 접근할 수 있게 데이터를 제공한다. 

- 국가별로 다른 유전체정보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밀의료를 위한 국가 차원의 유전체정보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박웅양 : 보건복지부에서 2001년부터 시작한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rean Genome and Epidemiology Study; KoGES)을 통해 20여만명의 유전체정보와 임상정보, 생활정보를 통합한 코호트를 구축,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에 구축된 국가 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K-BDS)을 통해 120만여건의 유전체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다부처 통합 프로젝트(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질병관리청)로는 2년간 총 2.5만명 규모의 유전체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목표로 2021년부터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현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단계이며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외 연구자 및 산업체들과의 협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찰스 리 :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시행된 신생아 전체 대상의 유전체 시퀀싱(분석) 프로젝트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것이 정밀의료가 나아가야 할 미래이며 다른 나라들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 탐구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2~4%의 신생아에서 유전적변이가 발견됐다. 이는 다른 방법을 이용했다면 너무 늦게 발견됐을 변이였다. 즉 신생아의 1~2%는 희귀질환 발생위험이 높다는 것을 일찍 확인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연간 약 35만명의 신생아 중 3000~4000명 정도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데 유전체분석을 이용하면 희귀질환을 보다 일찍 발견해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코네티컷대학교에서도 영국 프로젝트와 유사한 신생아 시퀀싱 프로그램 도입을 준비 중이다.   

패트릭 탄 : 정밀의료와 이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 정밀의학 프로그램(National Precision Medicine Programme, 이하 NPM)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0년간 진행되며 ▲싱가포르 및 아시아인의 건강 이해를 지원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깊이 있는 페노타입된 코호트를 구축하는 것 ▲데이터중심의 의료시스템을 지원해 질병이나 질병 발생위험이 높은 그룹을 식별하고 이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 ▲NPM데이터를 활용해 싱가포르의 정밀의학 및 관련 산업을 촉진해 현지 기업을 발전시키고 해외 다국적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데니스 호간 : 맞춤의학과 질병 진단·치료에 있어 유전체의 활용은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와 일괄된 EU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EHDS(Europen Health Data Space)가 계획됐으나 여기에는 다른 EU법률과의 중복, 자금조달, 제안내용의 부정확성과 모호성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있는 한 EHDS는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업과 일관된 규제를 통해 건강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맞춤형치료와 질병관리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앤드류 비안킨 :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지노믹스 잉글랜드(Genomics England) 등이 영국 암 연구기금을 통해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 앞으로 유전체의학은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박웅양 : 사람의 유전체정보는 개인의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정보이다. 따라서 이에 기반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의료보험제도(NHS)를 중심으로 500만명의 지원자 유전체를 분석해 질병을 예방하고 개인별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유전체의학의 유효성을 검증하려는 것이다. 한국 역시 2017년 건강보험을 통해 선도적으로 암환자의 유전체 진단검사를 가능케 했다. 나아가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통해 한국인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가 곧 확보될 것이다. 유전체의학은 정밀의료시대 필연적이다. 특히 의료시스템과 생활환경, 유전적특성이 모두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찰스 리 : 전 세계 과학자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발견들은 유전자의학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의사들과 일반 대중들도 유전체의 힘으로 건강한 장수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점점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인간을 대상으로 한 빅데이터 연구만으로는 우리가 희망하는 유전체의학의 전 범위를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상당한 연관성이 아니라 인과관계를 보고 싶다. 즉 이를 위해서는 특정한 변이와 환경적 효과를 조합해 임상 표현형을 재현하고 그 변이와 환경적 효과를 제거해 임상 표현형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우리 연구소는 미래 유전체의학 연구를 지속하고자 한다.

패트릭 탄 : 유전체의학은 반응적인 의학을 예방적인 의학으로 전환시키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인의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특성을 파악하고 의료공급자와 건강관리기금을 긴밀히 협력해 유전체의학을 적용했을 때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적절한 사용사례를 선택해야 한다.   

데니스 호간 : 분자유전학, 스크리닝, 대규모데이터, 조기진단 및 표적치료 등의 활용은 환자에 대한 더 나은 치료뿐 아니라 질병 예방을 돕고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이끈다. 즉 개인과 국가의 건강수준이 향상되고 의료자원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맞춤형 정밀의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문가부터 연구자, 투자자, 규제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 간 협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NGS는 암의 정확한 진단과 맞춤치료를 가능케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는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암환자가 NGS의 혜택을 고루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유전체데이터 분석과 NGS결과의 해석을 위한 표준지침이 없으며 NGS의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 필요한 기본 수준의 테스트시설도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국제적인 협력과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더욱이 암 대응에 관해 전 세계가 일관된 정책을 시행해나가고 있는 만큼 NGS 또한 전 세계 많은 환자에게 고루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도입해야 할 것이다.    

앤드류 비안킨 : 현재 유전병 유전체학과 암 유전체학 간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암 유전체학은 유전병 유전체학과는 달리 업스트림과 임상 전달 간에 일치하는 워크플로우가 부족하며 암 유전자 패널의 해석이 더 복잡하다. 이상적인 모델은 전신요법을 받을 수 있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검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임상시험과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다. 또 그 데이터는 적절한 프로세스에 따라 수집돼야 하며 임상데이터와의 일치성도 보장돼야 한다. 이러한 모델의 확립은 환자 진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제종양유전체 컨소시엄(ICGC-ARGO)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글로벌 위원회를 통해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