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선행항암치료로 환자 삶의 질 높인다
유방암, 선행항암치료로 환자 삶의 질 높인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9.3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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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 선행항암치료 현황과 이에 따른 유방‧림프절 절제법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보건의료에 관한 한 전 세계가 더 깊이 머리를 맞대는 분위기입니다. 헬스경향은 언론사 최초로 다국어판을 운영하면서 해외에도 빠르게 국내 보건의료소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라는 기획기사를 마련, 각종 질환에 대한 최신치료법부터 미래의학에 발맞춘 보건의료발전방향까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보건의료석학들과 소통하면서 독자들께 더욱 폭넓은 정보를 드리고 있습니다. 열 번째 주제는 ‘선행항암치료 현황과 이에 따른 유방‧림프절 절제법’입니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 ▲일본 마사카즈 토이(Masakazu Toi) 교토의대 교수 ▲네덜란드 에미엘 룻거스(Emiel Rutgers) 네덜란드암연구소(암스테르담) 교수

최신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여전히 여성암 발생 1위를 차지한다. 물론 조기발견·치료 시 95% 이상 완치 가능하다고 알려졌지만 유방암은 분자아형(유방암의 분자생물학적 유전자 발현에 따른 종류)*이 다양하고 이에 따른 치료방법은 물론, 예후 등도 달라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방암은 분자생물학적 유전자 발현 양상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아형으로 분류한다. 

1. Luminal A(내강형 A) :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암세포가 내강상피에서 기원한다. 
2. Luminal B(내강형 B) :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으로 분류되며 암세포가 내강상피에서 기원하나 유전자 발현 양상은 Luminal A와 다르다. 
3. HER2 : HER2수용체 양성을 의미하며 암세포에 HER2수용체가 많다는 의미다. 최근 표적치료제의 개발로 치료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4. TNBC(삼중음성유방암) :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표피성장인자(HER2) 수용체가 모두 없는(음성) 유방암이다. 
5. Normal breast like : 악성이 아닌 정상 유방상피와 유사한 유전적 발현을 보인다. 

최근에는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국소 림프절전이가 진행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수술범위가 큰 환자들에서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해 암의 크기를 줄인 다음 수술을 진행하는 선행항암치료(선행항암요법)가 적극 시행되고 있다.  

이번 토론참여자는 ▲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 ▲일본 마사카즈 토이(Masakazu Toi) 교토의대 교수 ▲네덜란드 에미엘 룻거스(Emiel Rutgers) 네덜란드암연구소(암스테르담) 교수다. 

■토론 주요쟁점

선행항암치료가 적극 시행되면서 그 효과는 물론 치료 후 수술방법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선행항암치료 후 줄어든 암 크기만 절제할 것인지 아니면 남아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고려해 더 절제할 것인지 보다 효과적인 수술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 특히 유방은 겨드랑이와 가깝고 겨드랑이에 위치한 림프절을 통해 암이 잘 전이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유방절제술 시에는 대부분 림프절까지 절제한다. 이에 이번 토론에서는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 시 림프절 절제범위 등에 대한 부분도 함께 논의됐다. 

- 유방암 선행항암치료의 장점은 무엇인가. 

한국 정준 교수(이하 정준) : 환자의 수술 진행을 가능하게 하거나 종양의 크기를 줄일 수 있으며 림프절전이의 관해(암세포가 림프절에 전이된 경우로 겨드랑이 림프절전이가 없어지면 림프절관해라고 칭함)를 유도해 수술범위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환자가 해당하는 유방암 아형에 대한 항암제 반응을 확인함으로써 유방암 예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ER2양성유방암 또는 삼중음성유방암환자에서 완전관해가 오지 않았을 때 추가로 항암치료를 하면 치료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일본 마사카즈 토이 교수(이하 마사카즈) : 종양의 병기를 낮춤으로써 수술 시 유방 보존의 가능성을 높여 미용적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또 병리학적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한 예후를 예측, 향후 치료방향을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병리학적으로 완전관해에 이른 경우에는 유리한 예후를, 침습성 잔존암이 확인된 경우에는 나쁜 예후를 나타낸다고 예측할 수 있다. 선행항암치료 후 잔존암이 침윤성 암인 경우 삼중음성유방암은 카페시타빈을, HER2 양성유방암은 수술 후 T-DM1을 사용할 수 있다. 이들 약제를 이용한 보조 항암요법으로 생존율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네덜란드 에미엘 룻거스 교수(이하 에미엘) : 아형에 따라 10~85%로 완전관해율이 다르긴 하지만 종양의 크기를 줄여 향후 치료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의 카페시타빈 치료, BRCA1/2유방암의 올라파립 치료, HER2양성유방암의 TDM-1 치료로 완전관해가 되지 않은 환자에게 재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 현재 자국의 유방암 선행항암치료의 현황은 어떠한가.

정준 : 국내 유방암환자에서 선행항암치료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종양의 크기를 줄여 유방 보존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일단 선행항암치료를 고려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나아가 최근 선행항암치료를 통해 특정 환자군에서 치료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해당 치료를 향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림프절전이가 있거나 HER2양성유방암 또는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림프절전이가 없더라도 크기가 2cm 이상이면 선행항암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미국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진료지침에서는 HER2양성유방암이나 삼중음성유방암에서 크기가 1cm 이상인 경우에서도 선행항암치료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혀 국내에서도 선행항암치료 고려대상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마사카즈 : 유방암 병기 Ⅱ, Ⅲ에 해당하는 유방암 중 ▲삼중음성유방암 ▲HER2양성유방암 ▲빠르게 성장하는 내강형B유방암(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수용체 양성, HER2음성)에서 선행항암치료를 고려한다. 

구체적으로 HER2양성유방암에서 HER2를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항체(트라스트주맙)는 항암제인 탁센과 플래티넘에 병합하거나 안트라사이클린과 탁센에 병합해 사용한다. 안트라사이클린, 탁센 및 플래티넘은 삼중음성유방암에서 20년 이상 사용돼온 약제다. 

또 최근 면역항암제인 펨브롤리주맙을 항암제와 병행해 치료한 결과 유방암환자의 생존율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상진료지침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결과로 유방암분야,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의 선행항암요법에서 면역치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에미엘 : 네덜란드에서는 약 15~20%의 원발성유방암환자가 국가지침에 따라 선행항암치료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내강형유방암이나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2주 간격의 용량집중 AC(아드라마이신+사이클로포스파미드)요법 4회 후 매주 파클리탁셀 12회를 투여한다. HER2양성유방암인 경우 퍼트주맙 트라스트주맙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 9회를 투여한다. 

-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 시 유방절제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하는가.

정준 : 선행항암치료 시행 전 유방절제범위를 설정하긴 하지만 치료에 반응이 좋은 경우 전절제가 아닌 부분절제만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 수술 전 영상의학적으로 종양 위치를 표시해뒀다 선행항암치료 이후 해당 위치를 기준으로 부분절제를 시행하기도 한다. 물론 선행항암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에서 유방 부분절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선행항암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수술을 먼저 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유방 부분절제의 시행비율은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나아가 최근에는 선행항암치료 후 반응이 아주 좋은 환자들에서는 아예 수술을 하지 않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선행항암치료 후 완전관해가 오는 환자들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해당 환자들에 있어서는 수술을 생략하는 날도 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마사카즈 : 선행항암치료 후 종양의 반응과 질병 범위를 주의 깊게 평가한 후 유방 절제범위를 결정한다. 선행항암치료에 반응하는 환자에서는 부분 유방절제술을 고려한다. 

반면 유방 전절제술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를 고려한다. ▲첫째, 선행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 ▲둘째, BRCA1/2유방암 같은 유전성유방암과 관련된 변이가 발견된 경우 ▲셋째, 환자가 다른 이유로 유방 전절제술을 선호하는 경우이다. 

에미엘: 유방절제술은 일반적으로 완전관해에 이르지 못하고 선행항암치료 후 종양 크기가 감소(약 15% 정도 병리학적 완전관해에 이른 경우)한 내강형의 침윤성소엽암환자들에게 시행한다. 또 광범위한 유관 상피내암(DCIS)환자에서도 고려한다. 또 선행항암치료 후 종양 크기가 상당히 감소하거나 완전관해에 이른 환자에서는 유방 보존을 고려할 수 있다.

-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 시 액와부(겨드랑이) 림프절 절제범위는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나.

정준 : 림프절전이가 확인되거나 의심되는 환자는 선행항암치료를 진행한 뒤 영상학적으로 국소 림프절관해가 기대되는 경우 수술을 진행하면서 감시림프절생검을 시행한다. 감시림프절은 암세포가 첫 번째로 도달하는 림프절로 감시림프절생검은 림프절 전이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한다(감시림프절에 전이가 없다면 암세포가 림프절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의미). 

만일 림프절전이가 확인된 경우 액와림프절 곽청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감시림프절을 3개 이상 충분히 제거해 림프절전이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곽청술을 생략할 수 있다. 통상 곽청술 시행 후에는 림프부종 등 여러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지는데 선행항암치료는 수술 후 환자 삶의 질 개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림프절은 겨드랑이에 유독 많이 모여 있어 유방암은 겨드랑이 림프절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통 유방암수술 시에는 유방 부위의 수술과 동시에 겨드랑이 림프절을 상당 부분 제거한다. 이를 액와부림프절 곽청술이라고 한다.

마사카즈 : 선행항암치료 전에 액와부림프절 전이가 없었다면 감시림프절생검을 시행한다. 감시림프절에서 암 전이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림프절곽청술은 필요하지 않다. 

만일 진단 시 액와부림프절 전이가 있었으나 선행항암치료 후 림프절전이가 음성으로 전환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감시림프절생검을 고려할 수 있다. 감시림프절 전이가 없었다면 추가적인 절제는 필요하지 않으며 이때는 방사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감시림프절 전이가 발견되면 액와부 림프절곽청술을 시행한다. 

에미엘 : 선행항암치료 전 임상적으로 림프절전이가 음성이면 선행항암치료 후 감시림프절생검을 시행한다. 만일 감시림프절생검 결과 음성이면 액와부 림프절에 대한 추가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반면 미세전이가 있다면 액와부 구역 림프절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선행항암치료 전 임상적으로나 세포학적으로 림프절전이가 확인됐다면 클립으로 전이 림프절에 대한 마킹을 한다. 만일 클립으로 표시한 림프절이 음성으로 전환됐고 초기에 림프절전이가 광범위하지 않고 한정적이었다면 추가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반면 클립으로 마킹한 림프절이 항암 후 음성으로 전환됐으나 수술 전 영상검사(주로 PET-CT Scan)에서 4개 이상의 림프절전이가 의심된다면 항암 후 액와부에 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 더불어 마킹한 림프절에서 여전히 암세포가 관찰되나 림프절 침범범위가 한정적인 경우에도 액와부에 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 만일 마킹한 림프절이 양성이고 초기에 여러 개의 림프절에서 전이가 의심됐다면 액와부 림프절곽청술이 시행돼야 한다. 

-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까지 완료한 뒤에도 추가 치료가 필요한가.

정준 :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을 진행해 완전관해에 이른 환자는 추가적으로 항암치료를 시행하지 않는다. 반면 부분절제술을 시행했거나 전절제술을 시행했더라도 선행항암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았던 환자는 수술 후 방사선치료를 추가적으로 진행한다. 다만 선행항암치료 후 전절제술을 시행한 환자도 추가로 방사선치료를 해야 하는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완전관해에 이르지 못한 삼중음성유방암환자는 추가적으로 카페시타빈을 복용하고 HER2양성유방암환자는 TDM-1 항암제를 투여한다. 완전관해 여부에 관계없이 호르몬수용체가 발현된 유방암은 항호르몬제를 복용한다.  

마사카즈 : 전술한 바와 같이 재발위험이 높은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추가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무병생존율(암에 대한 증상이나 징후 없이 생존하는 것)을 높일 수 있다. 

에미엘 :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유방보존술 후 유방과 액와부 림프절에 대한 방사선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내강형 유방암에서는 항에스트로겐 약물을 이용해 7년간의 내분비요법을 시행한다. 또 선행항암치료 후 완전관해를 보이지 않은 경우라면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카페시타빈으로 치료하고 BRCA1/2변이와 관련된 유방암의 경우 올라파립으로 치료한다. HER2양성유방암의 경우 HER2 directed therapy(TDM-1)로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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