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수술 후 회복력의 비결, ‘수술 전’ 호흡재활에 있다
[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수술 후 회복력의 비결, ‘수술 전’ 호흡재활에 있다
  •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3.02.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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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필자는 최근 일본 도쿄에 있는 미츠이기념병원을 방문했다. 18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이 다시금 이곳으로 발걸음을 이끌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필자는 교수직을 시작하면서 학회나 논문에 발표되는 수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이에 병원을 직접 방문해 수술을 참관하고 실제 진료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을 즐기게 됐다. 

첫 미츠이기념병원 방문 당시 과장이셨던 하타 선생님은 늘 마음속의 롤모델이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식도암으로 작고하셔 이제는 더 이상 뵐 수 없었다. 그래도 이번 재방문이 특별하고 의미있었던 것은 국내 흉부외과환자들의 수술 후 회복에 도움이 되고자 흉부외과전담간호사와 함께 병원을 방문해 일주일간 호흡물리치료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병원 흉부외과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흉부외과 소속으로 호흡재활을 담당하는 물리치료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수술 전후 호흡재활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며 합병증을 줄이고 빠른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전신마취를 통한 수술 후에는 폐기능 회복이 아주 중요하다. 수술 후에 열이 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무기폐이다. 이는 폐가 충분히 펴지지 않아 줄어든 폐에 가래가 차면서 열이 나는 것이다. 

무기폐의 원인은 수술 전만큼 숨을 크게 쉬지 않아서다. 아무래도 수술 후에는 통증 때문에 크게 숨쉬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 후에는 통증을 잘 조절하고 숨을 크게 쉬는 것의 중요성을 충분히 교육해야 한다. 이것이 제때 해결되지 않으면 늑막에 물이 고이고 심하면 흉관(튜브)을 넣어 배액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무기폐는 흉부외과 수술뿐 아니라 모든 수술 후에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소아 수술 후에는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아프다는 표현을 잘 안 하고 운동하지 않고 침대에만 있다 보면 열이 나는데 물까지 차는 경우 흉부외과로 협진 연락이 온다. 이 경우 통증 조절을 더 잘 하고 기침을 시키거나 울게 만들면 바로 무기폐가 좋아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호흡물리치료법의 기본은 심호흡에서부터 시작된다. 환자들에게 심호흡을 시켜보면 보통 가슴이나 어깨가 올라가게 호흡한다. 심호흡은 호흡의 중심을 가슴에서 배로 옮기고 아주 깊고 천천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횡격막 호흡(복식호흡)은 연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 후 갑자기 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어렵다. 수술 후에는 통증으로 인해 혈압이 오르고 맥박이 빨라지며 호흡은 얕고 빨리 쉬게 되면서 평소보다 호흡근을 더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 전부터 정확한 심호흡법을 익히고 연습하는 것이 수술 후 적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단 허리를 펴고 곧은 자세로 앉거나 서서 심호흡을 해야 한다. 구부정한 자세에서는 바른 호흡근육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심호흡법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코를 통해 내 폐에 공기를 가득 채운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들이마셔 횡격막까지 확장돼 배가 나오게 한다. 
2) 숨을 참는다. 
3)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천천히 입으로 공기를 배출한다. 숨을 들이쉬는 시간의 2배의 시간 동안 숨을 내쉬는데 천천히 배를 안으로 당기면서 모든 공기가 배출되게 한다. 

* 이때 가슴과 배에 손을 얹어 자신의 호흡을 느끼면서 깊고 느리게, 천천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에 따라 10초를 1세트로 하거나 4.7.8 호흡법으로 20초를 1세트로 하는 방법으로 적용할 수 있다. 

심호흡으로 시작해 허핑, 인스피로미터, 스트레칭, 걷기, 자전거타기로 진행하는 호흡재활치료법 자체는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다만 호흡재활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 환경과 시스템, 충분한 인력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었다. 특히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온전히 정성과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질병을 본다면 여기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우리는 우선 수술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고 수술 후 회복속도에 환자를 맞춰야 하고 제 시기에 퇴원시키는 것이 목표가 돼버렸다. 수술이 많아서, 입퇴원이 많아서, 수술 전 환자에게는 다소 소홀했다. 

반면 이곳은 환자가 수술을 잘 견디고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수술 전 충분한 평가과 교육을 실시한다. 수술 전 환자들에게 본인의 상태에 대해 각인시킴으로써 수술 후 회복에 대한 의지를 가시적으로 북돋우는 것이다. 

필자가 견학을 마치고 복귀 후 가장 쉽게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던 부분은 수술을 위해 입원한 환자들, 외래에서 수술 일정을 잡는 환자들에게 호흡물리치료법을 설명하고 그 중요성을 각인시킨 후 직접 트레이닝해보는 것이었다. 

같은 수술을 해도 수술 전 환자의 건강상태, 건강관리 습관 등에 따라 회복력은 천지차이다. 고령의 환자도 꾸준히 체력관리를 하고 운동이 습관화됐다면 수술 후 회복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심호흡, 명상, 스트레칭, 유산소·무산소운동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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