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건강학] DNA도 늙는다…노화와 관련된 유전자 이야기
[유전자 건강학] DNA도 늙는다…노화와 관련된 유전자 이야기
  •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지니너스 대표)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6.06 07: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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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지니너스 대표)

노화는 겉보기에 보편적인 생물학적 현상이다. 하지만 제대로 정의하기 어렵다. 본질적으로 노화는 성적인 성숙 이후부터 시작해 나이 들면서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화의 생물학적 ‘특징’으로 알려진 분자 및 세포수준에서 일어나는 변화로 말미암아 소위 세포가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는 항상성이 감소하는 것이다.

각 세포의 기능이 감소하는 것은 결국 질병의 원인이 된다. 알츠하이머병, 만성신장질환, 관상동맥질환, 골관절염, 뇌졸중, 제2형 당뇨병을 포함해 노년에 일어나는 많은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 바로 노화이다. 따라서 노화를 늦추면 이러한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나이듦은 당연한 것이지만 얼마나 노화되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다. 노화는 언제 시작하는가? 노화는 질병인가? 되돌릴 수 있을까?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명확히 답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질문이다.

하지만 인간 수명이 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동년배 친구들과 함께 나이를 먹지만 나는 왜 유독 더 빨리 늙는 것 같은가? 친구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사는데 서로 다른 속도로 노화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과거 100여년에 걸쳐 인간의 기대수명은 빠르게 증가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노화의 기본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체분석을 통해 노화와 유전자 간의 연관성을 연구하면 인간의 수명을 포함해 노화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특성과 관련된 유전자를 찾을 수 있다. 유전자의 특성, 정확하게는 유전형의 차이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빠르게 노화할 수 있는 친구들보다 더 빨리 노화한다는 것은 결국 만성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노화는 유전되는가? 대규모 유전체 연구결과 수명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노화 유전자형이 높은 상위 십분위와 하위 십분위의 개인을 비교한 결과 기대수명이 3~5년 정도로 미미한 차이밖에 없었다. 대신 APOE (Apolipoprotein E), LPA (Lipoprotein A) 유전자와 같이 노화에 관련된 유전자들은 만성질환의 발생과 높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유전자 자체에 의해 수명이 결정된다기보다 노화에 따라 만성질환이 더 잘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만성질환 발생은 부모의 수명과 관련된다. 영국 UK BioBank의 50만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오래 살수록 관상동맥질환이나 암 발생가능성이 줄어들었다. 대략 부모님이 10년 더 오래 사셨으면 만성질환 발생가능성이 20% 정도 줄어든다.

인간의 수명에 대한 유전가능성(heritability)은 10% 정도로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사람마다 노화속도가 다른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이 들면서 지속적으로 자외선과 활성산소에 노출되면 DNA에 변화가 일어난다. DNA변화 중에 염색체 말단이 줄거나 돌연변이가 생기면 세포가 손상되거나 기능이 줄어든다.

또 DNA에 메틸화가 생기는 화학적 변성이 있다. 특히 DNA의 메틸화는 노화에 대한 지표로 사용될 정도로 나이에 비례해 증가한다. 같은 나이라도 DNA 메틸화는 차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도 젊을 때는 서로 차이가 없으나 나이 들수록 점점 차이가 커진다. 이러한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DNA 변화의 차이가 노화의 속도를 다르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DNA의 메틸화 패턴을 분석하면 연대기적 연령(chronological age)과 다른 생물학적 연령(biological age)을 알 수 있다.  

세포가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이 크다. 세포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파워플랜트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은 세포의 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토콘드리아의 핵심 대사물질인 NAD+ (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의 양은 노화과정에서 점차 감소한다. 줄어드는 NAD+를 공급함으로써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보완하는 항노화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노화에 따른 NAD+ 양의 감소는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 DNA의 돌연변이에 의해 가속화된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DNA는 돌연변이가 쉽게 발생한다. DNA 복구시스템이 비효율적인 데다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생산되는 활성산소 때문이다.

DNA를 분석해 나의 수명을 계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노화는 만성질환의 주요 요인이기 때문에 나의 DNA가 얼마나 노화됐는지 계산하는 것은 중요하다.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DNA 메틸화나 미토콘드리아의 돌연변이를 반복적으로 모니터링 해보면 DNA가 얼마나 노화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물론 DNA가 늙지 않도록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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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진 2023-06-06 10:46:04
의사 본인 노화 부터 걱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