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건강학] 유전체정보 활용한 신약개발로 정밀의료시장 선점해야
[유전자 건강학] 유전체정보 활용한 신약개발로 정밀의료시장 선점해야
  •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8.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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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

질병에 대한 깊은 연구는 치료제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질병이 발생하는 기전을 찾으면 이를 조절하거나 원인을 없애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전체 연구는 모든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하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질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유전자 염기서열이 바뀐 변이형이 나와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1980년대부터 암을 유발하는 ‘암유전자(oncogene)’의 존재가 알려지고 이에 대한 분자생물학적인 연구를 통해 암이 발생하는 기전을 규명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항암제 개발이 가속화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대규모 유전체 연구가 시작되면서 이제 수만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항암제 개발 속도는 기존보다 10배 이상 빨라졌다. 항암제 개발에서 유전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항암제 신약 개발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올해 소개된 DNA 염기서열 분석 장비들은 유전체 100달러 시대를 선언하고 있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나의 유전체를 모두 분석하려면 1000달러 이상 지불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10배 이상 저렴해진 것이다. DNA 염기서열 분석비용이 저렴해진다는 것은 유전체데이터의 생산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최근 5년간 국가 주도하의 대규모 유전체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정밀의료를 위해 100만명의 유전체데이터 생산계획을 세우고 2015년부터 차차 실행해나가고 있다. 일본도 기존에 생산된 30여만명의 전장유전체 염기서열 데이터를 통합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부터 시작한 재향군인 100만명에 대한 DNA 분석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됐고 2015년 오바마 정부에서 시행한 All-of-U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00만명의 자원자에 대한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중이다. 영국은 UK BioBank로 시작한 50만명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가 이제는 500만명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유전체데이터의 폭발적인 확대는 곧 데이터 활용으로 연결된다. 아무런 이유 없이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에 소개한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들은 각각 고유한 목표가 있다.

싱가포르와 영국은 정밀의료를 위한 유전체 정보 활용이 목표이다. 영국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국민건강보험과 연계, 유전체정보에 기반해 개인별로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한 부분에 역점을 두고 있다. 표본집단에 대한 연구에서 경제적·임상적 효용성이 증명되면 향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데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정밀의료가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에도 대규모 유전체데이터 활용이 중요하다. 신약 임상시험 과정에서 기존  유전체데이터를 이용하면 치료반응 예측이 가능한 바이오마커를 찾을 수 있다. 신약개발 속도와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표적항암제 및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에는 이미 암조직의 유전체정보 분석이 보편화돼 있다. 특히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타깃 유전자 발굴은 유전체정보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혁신적인 항암제는 새로운 기전과 새로운 타깃 유전자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 유전체연구를 통해 새로운 타깃을 발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GSK사는 2018년 1000만명의 유전체데이터를 보유한 23andme사에 투자했고 2022년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신약을 임상시험하고 있다. 미국 리제네론사도 200만명의 환자 데이터를 갖고 새로운 심장질환 치료제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바이오 헬스케어 인력과 함께 국민건강보험을 포함, 대형병원이 축적한 대규모 임상데이터를 갖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정부 R&D사업인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100만명 수준의 한국인 유전체데이터가 생산될 예정이다.

한국인 유전체정보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의 다른 유전적 특성에 기반해 새로운 신약개발 타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곧 한국인 유전체정보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유전체정보를 활용한 신약개발까지 활성화되면 병원에서 나의 유전체정보에 따라 건강검진을 하고 가장 치료효과가 높은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본격적인 정밀의료시대가 구현되는 것이다. 유전체정보에 기반한 신약개발은 정밀의료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앞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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