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건강학] 아침형? 저녁형? 유전자검사로 수면건강 점검을!
[유전자 건강학] 아침형? 저녁형? 유전자검사로 수면건강 점검을!
  •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지니너스 대표)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7.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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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지니너스 대표)

미국이나 유럽여행을 할 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시차이다. 대낮인데도 한밤중인 것처럼 잠이 온다. 이유는 바로 생체시계(circadian rhythm) 때문. 24시간 하루주기로 작동하고 있는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빛과 같은 외부 환경 신호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 시간에 맞춰진 우리 몸이 미국 시간 기준으로 된 외부 환경에 맞지 않으면 새로운 환경에 맞게 생체시계를 바꿔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손목시계보다 더 복잡해서 새로운 환경에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생체시계는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에 있는 중앙조절기와 심장, 간, 피부 등 거의 모든 장기에 존재하는 말초조절기 등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중앙 조절기는 빛에 의해 낮-밤 주기에 의해 작동되며 여러 장기에 있는 말초조절기는 중앙조절기에서 오는 신호와 더불어 식사나 운동같은 사람의 행동에 의해 동기화된다. 이 말초조절기를 잘 이해하면 해외여행 중에도 운동과 적절한 식사로 시차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차 때문에 가장 어려운 점은 잠을 편하게, 충분하게 잘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생체시계에 따라 하루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은 건강한 수면 유지에 필수적이란 의미다. 생체시계에 이상이 생기면 수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인지, 대사, 심혈관 및 면역기능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준다. 생체리듬의 중앙조절기가 망가지면 말초조절기가 있는 각 장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차에 잘 적응하고 수면을 잘 조절하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클래식에 나오는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잠에 빠진다. 기면증(narcolepsy)이라는 희귀질환이다. 평생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병이다. 기면증은 대략 2000명당 1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10대에 발병해 특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싶은 강한 충동과 밤에 생생한 환각과 수면조절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기면증을 일으키는 데는 HLA 항원과 하이포크레틴이라는 유전자의 변이가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하이포크레틴은 뇌의 측면 시상하부에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이다. 따라서 생체리듬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기면병처럼 수면 조절에 이상이 생긴다. 

기면증을 포함해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이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obstructive sleep apnea) 같은 수면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면의 질과 양을 조절하는 300여개의 유전자가 보고됐다. 당뇨나 고혈압 관련 유전자가 수백 개 있듯이 수면장애에도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 수백 개의 유전자가 수면 패턴을 조절하는 것이다. 

사람은 주요 활동 시간대에 따라 ▲아침형(morningness) ▲저녁형(eveningness) ▲중간형(intermediate)으로 나눌 수 있다. 이를 크로노타입(chronotype)이라고 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으로 나눈다면 우리 주변에는 중간형이 가장 많고 아침형이 가장 적다.

크로노타입은 평생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 우리는 영유아기에 대부분 아침형이지만 나이 들면서 개인의 고유한 유전적 특성에 따라 크로노타입이 나뉘게 된다. 이후 다시 나이 들수록 점차 아침형 특성이 많아진다. 

저녁형의 경우 아침 일찍 등교하거나 출근해야 하는 등 통상적으로 정해진 사회적 일정과 일치하지 않아 수면의 질이 불량하고 우울·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삶의 질이 낮고 알코올 섭취와 흡연 등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연구결과 중 하나는 수면패턴과 질병의 유전적소인이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전적으로 아침형인데 고혈압 유전적 위험도가 높은 환자가 저녁형 생활을 한다면 가장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인류가 수십 만년 동안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대해 최적의 생체시계를 완성했지만 최근 실내 활동이 증가하고 인공조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우리 조상들이 빛을 조절할 수 없는 시대에서 살아온 것에 비해 현대인은 대부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업무시간은 변경되지 않았기에 수면시간은 짧아지고 아침에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다. 

인구의 약 20%가 수면 필요량보다 최소 1시간 적은 수면을 취한다고 한다. 바쁘고 힘든 현대사회 속에서도 적절한 수면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나의 크로노타입, 즉 유전적특성이 아침형인지 아니면 저녁형인지 아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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