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는 의사들] “디지털치료로 만성 근골격계질환에서 해방되게 할 것”
[창업하는 의사들] “디지털치료로 만성 근골격계질환에서 해방되게 할 것”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9.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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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윤찬 에버엑스 대표

과거만 해도 의사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의료패러다임이 질병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화하고 디지털기술이 의료현장에 적극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의료기술과 기기들을 연구·개발하고자 창업에 뛰어든 의사들이 많아졌습니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 세상, 헬스경향은 ‘창업하는 의사들’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의사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섯 번째 주자는 윤찬 에버엑스 대표(서울부민병원 정형외과 과장)입니다.

에버엑스는 윤찬 대표는 ”모라는 근골격계질환자들을 위한 솔루션“이라며 ”환자들이 우리 솔루션을 통해 질환을 극복해 더 이상의 사용 없이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근골격계질환은 신체의 관절·뼈·근육 및 주변조직이 손상돼 통증이 발생하는 만성질환이다. 주로 목·어깨·허리 등에서 고통을 호소하는데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꾸준한 재활운동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여러 제약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윤찬 대표는 2019년 에버엑스를 창립, 근골격계질환 디지털치료플랫폼 ‘모라(MORA)’와 디지털치료기기(DTx) ‘모라-DTx’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근골격계질환자의 맞춤형 치료를 돕고 있다.

- 에버엑스는 어떤 회사인가.

에버엑스는 근골격계질환자(이하 환자)의 치료를 온전하게 하겠다는 미션을 지닌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다. 현존하는 의료시스템 안에서 기술로써 재활운동치료가 더 잘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재활운동치료는 근골격계질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경제적·시공간적 제약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주에 2~3회, 많게는 4~5회 정도 진료·치료가 권장되는데 매번 병원을 방문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병원 입장에서도 재활운동치료에 대한 수가가 제도적으로 잘 마련돼 있지 않아 실제 치료에 한계가 있다.

이에 자세추정 인공지능(AI)기술을 적용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모라를 출시했으며 모라-DTx를 임상 중이다. 모라를 통해 충분하지 못한 재활운동치료로 고통받는 환자를 회복시키고자 한다.

- 정형외과 전문의인데 창업한 계기는. 그 과정도 궁금하다. 

많은 환자가 재활운동치료를 잘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였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재활운동치료에 도움이 되는 보조기 아이템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비교적 간단한 형태로 모니터링까지 되는 기기라면 환자의 재활운동치료를 잘 도와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실무경험이 전무했다.

1년 정도 시행착오 끝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헬스케어시장을 꾸준히 살펴보다가 2020년 식약처의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발표소식을 접했다. 제품 예시질환에 ‘근감소증’이 있어 디지털치료기기가 근골격계질환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독일에서 만성요통으로 허가받은 비비라(ViViRA) 솔루션이었다. 이를 보고 향후 디지털치료기기가 의료시스템 안에서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면 우리나라의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시장에 대해 더 조사해 본 후 2021년 1월 디지털치료기기 개발로 피봇팅(pivoting)했다. 이어 본격적인 디지털치료기기사업을 위해 6개월 정도 더 공을 들여 비즈니스 전략부터 기술구현까지 아우르는 현재의 핵심멤버를 구축했다.

- 국내에서는 디지털치료가 인지행동치료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치료솔루션은 어떻게 제공하고 있나.

디지털치료기기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치료했을 때 효과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데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인지행동치료(CBT)기법이었다고 본다. 수면장애·우울증 등 정신질환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인지행동치료는 기법이 체계화돼 있어 디지털화에 쉽고 시간과 비용절약에서도 큰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재활운동치료는 인지행동치료만으로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근골격계질환 디지털치료는 정신질환 영역보다 조금 더 나아간 형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모라는 크게 두 가지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첫째, 의료진(물리치료사, 재활의학과·정형외과 전문의 등)이 환자가 앱을 통해 촬영해 온 수행동작을 모니터링하고 파악해 맞춤형으로 치료루틴을 조절하고 있다.

둘째, 재활은 오래 걸리기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환자가 재활운동을 하면서 아픈지,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개선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 심리상담사와 함께 인지행동치료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모라’는 의료진용 웹과 환자용 앱으로 구성됐다. 의료진은 웹을 통해 환자에게 맞는 재활운동을 제공할 수 있고 환자는 병원에 오는 번거로움을 줄이면서도 맞춤형치료를 앱을 통해 일상에서 꾸준하게 할 수 있다. 

- 기존 병원에서 진행하는 재활운동치료와 다른 특장점은.

병원에서 물리치료사에게 대면 재활운동치료를 받은 환자는 일상에서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기 어렵다. 의료진도 환자가 일상에서 재활운동을 잘 수행했는지 확인이 어려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그런데 모라는 이러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의료진용 웹과 환자용 앱으로 구성됐는데 의료진이 웹에서 환자에게 재활운동을 배정하면 환자가 앱을 통해 다운로드 받아 실행하면 된다. 의료진은 이후 환자가 촬영해 온 영상을 통해 재활경과를 확인, 운동치료를 다시 배정해 줄 수 있다. 그러면 환자는 기존에 주 2~3회 병원 방문에서 격주 또는 1달에 한 번 방문으로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더불어 임상 중인 모라-DTx는 환자가 촬영한 재활운동영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했다. 또 환자가 실제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따라 맞춤형으로 재활 커리큘럼을 변경해준다. 환자 순응도에 따라 운동 난이도와 구성도 바뀔 수 있게 했다.  

- 환자의 순응력(기기에 적응해 사용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일 것 같다.

일단 주요 병원에서 1년간(2022.5~2023.5) 모라 베타서비스를 시행한 결과 환자수행률·치료순응도 74%, 통증개선율 81% 등 높은 수치를 확인했다. 또 환자와 의료진 모두 80% 이상 만족도를 보였다.

진행 중인 모라-DTx 임상은 올해 10월 종료될 예정인데 중간결과로 봤을 때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은 물론 객관적인 근력향상과 일생생활 활동 등 다양한 지표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

모라-DTx 임상에 참여한 시험군 연령층은 비교적 젊다. 디지털치료기기라는 새로운 치료형태가 도입되는 만큼 디지털기기 사용이 비교적 익숙한 연령층을 시험군으로 선정했다. 다만 다른 관점에서 ‘지금의 60대가 노인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60대는 스마트폰을 충분히 잘 사용하고 있고 특히 국내는 더 그렇다. 아직 디지털치료기기 상용화 전이지만 향후 보편화됐을 때 60대 이상 환자들의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50대가 60대가 됐을 때는 더욱 잘 사용하고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시장성과 및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모라는 10여 개의 대학병원·종합병원·전문병원 등에서 50여 명의 의료진이 사용 중이다. 진료현장에서 모라가 사용되는 것을 보면 70~80대 환자들도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70~80대 환자가 재활운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인지 더 높은 수행률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모라는 의료기관과 더불어 재활센터 등에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모라-DTx는 비교적 소규모 임상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치료기기를 환자에게 처음 적용해보는 것이기에 시험군과 대조군을 각각 20명으로 설계했다. 올해 두 가지 임상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 해에는 인허가를 위한 대규모 임상인 확증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 지금 임상을 진행하는 슬개대퇴통증증후군·만성요통 등 질환 외에 1~2개 정도를 더 추가해 탐색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임상 진행 중인 질환이 비교적 젊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했다면 향후 진행될 임상은 좀 더 연령층이 있는, 초중기관절염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치료기기 개발을 생각하고 있다.

- 전문가로서 근골격계질환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

요즘은 오래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오래 ‘잘’ 사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로 관리가 필요하다. 질환관리는 ▲재활운동 ▲약물치료 ▲주사치료 ▲수술 등 치료단계가 있는데 다음단계로 빠르게 넘어갈수록 힘들어진다. 단계를 최대한 천천히 넘어갈 수 있게 앞 단계에서 시간을 오래 끌 수 있어야 한다.

운동치료를 통해 좋아질 수 있는 단계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이후 수술받게 되더라도 재발과 다음단계의 수술로 이어지지 않는다. 근골격계질환은 기본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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