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는 의사들] “치매예방의 핵심 4가지 매일 습관처럼…디지털도구 하나면 가능하죠”
[창업하는 의사들] “치매예방의 핵심 4가지 매일 습관처럼…디지털도구 하나면 가능하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0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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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강성민 로완 대표

과거만 해도 의사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의료패러다임이 질병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화하고 디지털기술이 의료현장에 적극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의료기술과 기기들을 연구·개발하고자 창업에 뛰어든 의사들이 많아졌습니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 세상, 헬스경향은 ‘창업하는 의사들’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의사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홉 번째 주자는 강성민 로완 대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편집자 주>

강성민 대표는 “디지털기술이 가진 장점인 접근성과 안전성을 잘 활용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로완의 꿈”이라며 “어려운 도전이지만 의사와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이 아니라 환자가 주인공입니다. 기존 치료법의 한계와 환자들이 만족하지 못한 부분을 디지털기술이 좀 더 쉽고 편하게 채워주는 것이죠. 보이지 않는 의사가 일상 속에 머물며 가이드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개념이 아직도 아리송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자 강성민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가히 창업한 의사다운 막힘없는 설명이었다. 그는 치매, 우울증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디지털 치료기기기업 로완의 대표이다.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한계를 디지털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 과감히 산업계로 발을 뻗었다. 경도인지장애 디지털 치료기기 ‘슈퍼브레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 전문성을 살려 진료실 밖으로 발을 넓혔다. 디지털 치료기기기업을 택한 이유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우울증은 약물치료와 더불어 인지중재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꼭 필요하다. 쉽게 말해 의사와 일대일로 훈련과 상담을 하는 것이다. 약물치료만큼 효과가 좋지만 일주일에 적어도 1~2번은 병원에 와야 하고 치료시간도 1시간이나 소요된다. 어르신들에게는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일인데 주기적인 방문은 더 쉽지 않다. 

이때 디지털기술이 빛을 발한다. 우리가 마트를 안 가도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처럼 효과가 좋은 치료법을 디지털도구로 제공해줄 수 있다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더 자주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우울증처럼 약물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질환은 비약물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 이를 환자가 사용하기 쉬운 디지털도구로 바꾸면 아침 먹듯 매일 습관처럼 할 수 있게 된다. 효과가 좋고 꼭 필요한 치료법을 더 많은 환자가 누릴 수 있게 하고 싶었다.  

- 많은 기업이 치매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슈퍼브레인이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점은. 

치매 예방을 위해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꼭 해야 하는 요소 4가지를 기기 안에 모두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 4가지는 ▲인지훈련 ▲혈관관리 ▲두뇌에 좋은 식단 실천 ▲운동이다. 로완의 슈퍼브레인은 이 4가지를 모두 개선해 치매예방효과를 극대화하는 다중중재 디지털 치료기기이다. 인지, 혈관, 영양, 운동 등 4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매일 해당 항목을 태블릿PC로 확인하며 꾸준히 관리할 수 있다. 의사가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다니며 제공해줄 수 없는 것을 디지털기술이 대신 해주는 것이다. 쫓기듯 진료해야 하는 소위 3분 진료 현실에서 디지털 프로그램은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을 하게 도와준다. 

슈퍼브레인 프로그램 안의 운동영역에서는 전문가가 안내하는 교육영상이 제공된다.

- 슈퍼브레인은 현재 병의원과 치매안심센터, 복지관에서 제공되고 있다. 현장의 반응은 어떠한가. 

우선 치매예방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에 높은 기대감을 안고 적극 참여하신다. 2019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60~79세 노인 152명을 대상으로 슈퍼브레인의 치매예방효과 임상연구를 진행한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노인들은 인지능력 측정검사의 하나인 RBANS(Repeatable Battery for the Assessment of Neuropsychological Status) 점수가 하락한 반면 슈퍼브레인에 참여한 노인들은 5점가량 향상됐다. 

또 뇌MRI를 촬영했을 때 기억력과 연관된 전전두엽이나 측두엽 등에서 뇌피질이 두꺼워지는 것을 확인했고 뇌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뇌유래성장인자 BDNF(Brain-Derived Nutrient Factor) 수치도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인지훈련 프로그램이 게임처럼 제공된다는 것도 어르신들의 흥미를 끈 요인이었다. 전문가의 말이나 종이, 펜으로 하던 딱딱한 훈련들이 게임처럼 제공되니 지겨워서 안 하던 훈련을 매일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다. 

- 의사의 산업계 진출을 낯설게 보는 시각도 있다. 임상현장의 경험, 큰 도움이 되나. 

어떤 프로그램이든 개발 전에는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고충과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의사로서 사용자의 마음, 즉 환자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물론 큰 도움이 된다.

경도인지장애나 초기치매로 진단받는 환자들은 매우 절박하다. 하지만 디지털기술에 대한 이해력이나 활용도가 부족한 고령층이 대부분인 만큼 무턱대고 기술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프로그램이 개발돼도 사용자가 쓰기 어려워하고 낯설어하면 무용지물이다. 환자들이 진료실 안에서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던 것을 좀 더 쉽고 편안한 디지털기술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이 아닌 환자가 주인공이 돼야 하는 이유다. 로완의 전 직원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 힘을 합치고 있다. 

슈퍼브레인의 인지훈련 프로그램은 게임처럼 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기존의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게임처럼 할 수 있는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참여도와 흥미를 이끌어낸 것이다.    

- 올해 주목할 만한 로완의 행보는.

기존 슈퍼브레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브레인 덱스’가 식약처의 인허가를 위한 확증임상에 한창이다. 기존의 슈퍼브레인은 표준화된 자료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슈퍼브레인 덱스는 인공지능(AI)기술을 적용, 각 환자에게 맞는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될 예정이다. 예컨대 표준화된 운동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방식이 아닌 환자의 운동능력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것이다. 같은 경도인지장애라도 환자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기능이 더해지면 치매 예방활동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 경도인지장애 외 다른 질환은 생각해본 적이 없나.

로완은 기존 치료효과에 한계가 있는 질환이나 기존 약물치료 외 다른 치료법을 기대하는 환자들이 많은 분야, 환자들의 만족도가 낮은 분야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명도 그중 하나이다. 매년 30만명 이상이 진료받고 있지만 치료에 대한 불만족도가 82%에 달할 만큼 기존 약물치료의 한계가 크다. 증상이 심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까지 동반하는 만큼 약물치료 외 인지행동치료가 꼭 필요하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명의 고통으로 생긴 공포와 장애, 이명과 관련된 인지적 왜곡문제를 개선해 편안한 일상생활을 돕는다. 

하지만 3분 진료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면 환자가 일상에서까지 쉽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뉴라이브라는 기업과 공동으로 이명 디지털 치료기기 ‘소리클리어’를 개발했으며 식약처 인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 디지털 치료기기가 활성화되려면 결국 의사, 환자,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개발자로서 이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3세대 치료제라고 불릴 만큼 앞으로 더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곧 임상현장에서 많이 활용될 것이 분명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 대한 교육과정이 의과대학 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의료진이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처방하려면 의학교육 과정에도 디지털 치료기기 교육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의사들보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더 낯설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료는 지금처럼 의사에게 건강을 다 맡기고 그대로 따르는 수동적 의료가 아니라 환자가 적극 치료과정에 참여해 스스로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질병 발생 전 중요한 신호들을 먼저 알아차려 예방하는 능동주체가 될 것이다. 앞으로 사용하기 쉽고 편한 디지털 치료기기가 많아져 보다 많은 환자가 편하고 즐겁게 건강을 관리했으면 좋겠다.

규제의 벽이 높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새로운 기술에는 마땅히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적절한 규제가 없으면 오히려 국민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다. 다만 디지털 치료기기는 기존의 의료기기와 비교해 부작용이 현저히 적고 개발 후에도 기능을 계속 고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혁신의료기기 제도 같은 새로운 제도들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또 기업과 눈높이를 맞춰 소통할 수 있으려면 정부 내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 전문인력이 양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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