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만성불면증과 수면제의 모든 것
[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만성불면증과 수면제의 모든 것
  •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11.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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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수면은 건강과 웰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생활양식이 변화하면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다. 불면증이 수 주간 지속되거나 계속해서 돌아오면 만성불면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불면증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일상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은 규칙적인 수면습관, 스트레스관리, 식사 및 운동습관 개선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면증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불면증을 극복하기가 어려워 결국 수면제를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수면제는 벤조디아제핀제제, 비벤조디아제핀수용체작용제(일명 z drug), 멜라토닌제제, 항히스타민제제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졸린 부작용을 이용해 수면유도 목적으로 사용하는 항우울제가 몇 가지 있다.

벤조디아제핀제제는 바륨·디아제팜 등이 대표적인데 뇌억제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의 작용을 증가시켜 수면유도효과를 보인다. 벤조디아제핀은 진정작용 외에도 불안억제, 근육이완효과도 같이 보인다.

대부분의 만성불면증환자는 불면 외에도 불안·우울·긴장증가 등이 있어 벤조디아제핀제제는 불면증환자에게 좋은 약리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단기효과는 매우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작용시간이 아주 길어서 다음 날 오전까지 졸리거나 어지럼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무엇보다 장기복용 시 내성과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비벤조디아제핀수용체작용제는 졸피뎀·조피클론·잘레플론 등이 있다. 모두 영어의 z자로 시작해 일명 z drug이라고 불린다. 벤조디아제핀제제와 작용기전이 유사하지만 불안억제, 근육이완효과는 없는 것이 특징이다. 선택적으로 가바수용체의 일부에만 작용해 순수하게 수면유도효과만 나타난다. 또 벤조디아제핀제제보다 작용시간이 최대 6시간 이내로 비교적 짧아 다음 날 오전에 졸린 증상이 덜할 수 있다.

졸피뎀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처방이 가장 많이 되는 수면제다. 수면효과가 우수하고 효과가 1시간 이내로 나타난다. 또 작용시간이 3시간 정도이기 때문에 아침에 수면제 효과 없이 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벤조디아제핀제제보다 의존성 및 내성이 적은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해 많은 임상가의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졸피뎀도 의존성과 내성이 존재한다. 필자는 의존성과 내성이 심각해 약을 중단하지 못하는 환자도 많이 겪었다. 졸피뎀의 또 다른 문제는 약 10% 정도가 약을 먹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이상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마치 몽유병환자처럼 돌아다니고 아무거나 먹기도 하며 성행위, 심지어는 운전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해당 사건을 정작 본인은 기억 못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러한 점은 때로는 법적인 문제로 비화가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항히스타민제는 비염·두드러기 등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데 부작용으로 심한 졸림이 나타나는 것을 이용해 적은 용량으로 해서 수면제로 사용하게 된 경우다. 효과발현이 2~3시간 지난 후 나타나서 입면장애보다 도중에 자주 깨는 수면유지불면증에 더 적합하다. 효과는 졸피뎀이나 벤조계열보다 약해서 의사나 환자들에게 외면받는 약이다. 하지만 벤조나 z drug보다 의존성이 없는 장점이 있어 심하지 않은 불면증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멜라토닌은 뇌의 솔방울샘에서 분비되는 수면유도호르몬이다. 어둑해지면 생리적으로 분비가 증가하면서 밤을 알려주는 신호를 준다. 멜라토닌은 생체시계 주기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일차기능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수면제라기보다 생체시계조절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대표적으로 생체시계가 너무 늦어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 일정시각에 복용하면 생체시계 주기가 조금씩 앞으로 당겨지는 효과를 보인다. 생체시계조절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멜라토닌양은 0.3~1mg 정도, 매우 적은 용량으로 사용하며 매일 같은 시각에 1~2주 이상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수면유도목적으로는 2~5mg의 상대적으로 높은 용량을 자기 2시간 전에 복용한다. 50세 이후에는 멜라토닌 분비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50세 이후 불면증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다. 수면유도효과가 강하지 않지만 벤조나 z drug와 달리 의존성 및 내성이 없는 장점이 있다.

일부 항우울제중에 졸린 증상이 강해 밤에 복용하면 수면을 돕는 약제가 있다. 따라서 우울증치료 목적보다 수면제효과로 처방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 이런 약제는 불면증과 함께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의존성과 내성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

수면제를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수면제는 불면증 원인과 무관하게 강제로 뇌를 일시적으로 마취시키는 것과 같다. 불면증의 원인적 치료가 아니라는 얘기다.

불면증은 다양한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원인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일차성 불면증치료는 인지행동치료가 일차적으로 권고되고 있다. 수면제를 한번 시작하면 잘못된 행동과 인지가 고착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 결과 만성불면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수면제를 먹어도 올바른 수면습관과 생활습관을 유지하지 않으면 수면제효과는 반감된다. 따라서 규칙적인 생활과 아침에 햇빛을 충분히 봐야 한다. 낮에는 육체적·정신적 활동을 왕성히 해 뇌에 아데노신 같은 수면유도물질이 쌓여 스스로 잠이 오게 해야 한다.

벤조계열이나 졸피뎀 같은 수면제를 2주 이상 복용하면 의존성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가급적 단기복용에 머물러야 한다. 내성이 생기면 수면제 용량을 올려 먹기도 하는데 몽유병증상이 나타나 여러 위험상황에 노출될 수 있어 함부로 용량을 올리면 안 된다. 특히 시작을 아주 저용량으로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면문제는 개인의 상황과 원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수면전문가와 상담해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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