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마스터 생체시계 ‘시교차상핵’을 아시나요
[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마스터 생체시계 ‘시교차상핵’을 아시나요
  •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3.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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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일주기리듬을 관장하는 생체시계는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시교차상핵은 시상하부 아래쪽 정중앙에 두 개가 붙어 있으며 대략 한 쪽에 2만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좁쌀보다도 작은 신경구조물이다.

시교차상핵이 생체리듬 조절에 관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동물실험을 통해서다. 실험 쥐의 시상하부에서 시교차상핵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했더니 24시간 주기 리듬이 완전히 소실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시교차상핵이 정상적인 쥐들은 낮과 밤을 12시간 간격으로 설정했을 때 먹고 활동하는 것이 밤에 대부분 일어난다(쥐는 야행성 동물이다). 반면에 시교차상핵을 파괴당한 쥐들은 낮과 밤에 상관없이 하루종일 아무 때나 먹고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빛에 의해 동기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으면서 하루의 주기적인 활동 패턴이 완전히 소실된 것이다. 하지만 하루 먹는 양과 활동의 총량에서는 정상 쥐와 차이가 나지 않았다.

또 시교차상핵은 그대로 둔 채 바로 옆의 신경조직을 선택적으로 파괴했을 때는 일주기리듬의 변화가 초래되지 않아 시교차상핵이 일주기리듬 조절 중추임을 처음으로 입증하게 됐다. 시교차상핵의 기능을 더욱 명확히 이해하게 된 중요한 실험 중 하나는 시교차상핵 이식 실험이다.

연구자들은 시교차상핵이 파괴된 쥐에게 정상 쥐의 시교차상핵을 이식했다. 이식받은 쥐는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능력을 보였는데 회복된 생체리듬의 주기는 원래의 생체리듬이 아니라 공여해준 쥐의 생체리듬으로 대체됐다.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시교차상핵이 개체의 다른 기능과는 독립적으로 시간을 측정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됐다.

시교차상핵 안의 세포들은 시상하부의 다른 영역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해 수면-각성, 체온, 식욕, 수분 섭취 및 운동 등의 신체기능을 조율한다. 

또 시교차상핵에 의한 생체리듬 발생은 시교차상핵을 구성하는 개별세포 수준에서조차 이미 자체적인 진동이 있음이 확인됐다. 즉 개별 시교차상핵 세포는 자체적으로 주기적인 활동을 하는 조율기(pacemaker)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각각의 세포들을 흩어져서 놓으면 다 제 각각의 고유리듬으로 진동하면서 상호 간 조율된 리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세포집단으로 구성된 시교차상핵 슬라이스를 배양액에 넣으면 세포 간의 동기화된 리듬이 강하게 나타나 세포 간의 네트워크가 동기화된 리듬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많은 세포들이 강한 네크워크로 연결돼 하나의 커다란 동기화된 리듬을 생성하는 것이다.

시교차상핵 안의 세포들이 내부적으로 강한 네크워크를 형성하는 것과 함께 대외적으로는 시상하부의 다른 영역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수면-각성, 체온, 식욕, 수분 섭취 및 운동 등의 신체기능을 조율한다.

또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과 연결돼 코르티솔호르몬 분비, 스트레스 반응 및 에너지 대사를 조율한다. 소화기계, 신장, 면역조절, 세포 회복 등 말초기관의 세포들에게 존재하는 말단 생체시계들 사이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게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시간 정보를 주는 역할을 한다.

즉 시교차상핵은 하나의 유기체가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부 조직에 존재하는 생체시계에 적절한 시간정보를 제공한다. 또 빛뿐 아니라 운동, 식사 등 각 말초조직에서의 활동정보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마스터 생체시계의 재설정이 이뤄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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