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는 의사들] “신약개발, 환자들에게 카이로스 시간 가져다 줄 것”
[창업하는 의사들] “신약개발, 환자들에게 카이로스 시간 가져다 줄 것”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2.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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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철우 바라바이오 대표(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과장/당뇨병센터 소장)

과거만 해도 의사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의료패러다임이 질병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화하고 디지털기술이 의료현장에 적극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의료기술과 기기들을 연구·개발하고자 창업에 뛰어든 의사들이 많아졌습니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 세상, 헬스경향은 ‘창업하는 의사들’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의사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곱 번째 주자는 안철우 바라바이오 대표(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과장/당뇨병센터 소장)입니다.

안철우 대표는 “바라바이오는 2021년 1월 설립됐으며 다중항체 기반의 혁신적인 면역 대사조절 항암신약을 개발을 목표로 한다”며 “신약개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성공시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안철우 대표는 “바라바이오는 다중항체 기반의 혁신적인 면역 대사조절 항암신약을 개발을 목표로 한다”며 “신약개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성공시켜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싶다”고 전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절대 질량인 시간은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르게 평가된다.

이러한 까닭에 사색하기 좋아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두 개로 분류했다. 그저 흘러가는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과 인간에게 주관적인 의미가 있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일정하게 정해진 시간의 개념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개념이다. 반면 카이로스는 ‘어떤 의미’를 가진 시간이다. 무생물인 시간이 의미를 가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 즉 능동적인 시간의 개념이다.

“바라(Barah)는 히브리어로 ‘창조하다’라는 동사입니다.”

여기 본인이 개발한 신약이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카이로스로 변화되길 소망하며 교원창업을 한 남성이 있다. 안철우 바라바이오 대표다.

최근 제약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정부가 신약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 신약 파이프라인이 머니러시가 된 셈이다. 그런데 과연 환자를 위하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답답함’이었다. 우후죽순(雨後竹筍)적으로 신약이 탄생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약이 개발되고 있지는 않다는 것. 그는 험난한 길이 예상되지만 쉼 없이 노를 젓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고 답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는 안철우 대표와 바라바이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바라바이오는 어떤 회사인가.

바라바이오는 차세대 면역항암신약개발 바이오벤처기업이다. 2021년 1월 설립됐으며 다중항체 기반의 혁신적인 면역 대사조절 항암신약을 개발을 목표로 한다. 과거 한 암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 췌장암 때문에 갑자기 당뇨병이 온 환자다. 오랫동안 진료를 봐왔기에 고민부터 일상까지 공유했다. 불행히도 그분은 4개월 뒤 사망하셨다. 이 환자를 통해 ‘암세포 내성을 극복하는 대사(종양대사)는 무엇일까?’라는 깊은 고민을 시작했다. 항암제 내성 원인은 종양 주변 환경의 암세포와 면역세포 대사불균형 때문이다. 치명적인 암환자에게 구원이 되고 희망이 되는 면역항암신약 개발을 위해 창업하게 됐다.

- 현재 많은 제약사에서 면역관련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바라바이오만의 차별점은.

현재 가장 뜨거운 면역항암제를 꼽자면 단연 ‘키트루다’다. 하지만 키트루다 단독 사용 시 평균 반응률은 30% 안팎이다. 좋은 치료제인 것은 확실하지만 한계점도 명확하다. 이에 바라바이오는 기존의 면역항암제를 뛰어넘는 ‘항체 기반 항암대사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다. 특히 면역치료법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기존 면역항암제에 저항성을 갖는 암환자를 위한 차세대 항암신약인 4세대 면역대사조절 항암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대사항암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유발원인이 존재하는 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대사과정을 포착, 타깃하기 때문에 많은 암종에 적용 가능하다. 현재 바라바이오는 대사물질 35개를 발견, 그중 신약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을 4개 선출해 개발 중이다.

- 종양미세환경(TME)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로 꼽힌다. 많은 신약이 개발돼 전체생존율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항암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는 종양의 특성 때문이다. 종양은 암세포뿐 아니라 다양한 주변 세포로 구성돼 있다.

암을 치료함과 동시에 암과 관련된 항원을 인식하고 이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암세포 이외에 존재하는 주변의 여러 세포들(기저세포, 염증세포 등)과 이들을 통과하는 혈관 및 세포외기질 등의 복잡한 환경 등이 암세포의 생존과 제거에 영향을 미친다. 즉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은 암세포의 성장 및 침윤, 전이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또 종양미세환경은 주변 암세포의 암화 과정을 촉진하고 약물내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바라바이오는 미세환경 제어를 통한 암의 발생, 성장, 진행 및 전이를 조절하는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TME에 기반한 항암제가 개발될 경우 장점은.

바리바이오는 암미세환경의 대사균형과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 TMEBody기반 이중항체신약을 개발 중이다. 항체는 면역세포가 만들어 분비하는 단백질이다. 항체는 체내로 들어온 이물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한다. 이때 항체가 인지하고 결합하는 대상을 항원이라고 한다. 항체가 항원에 결합하면 면역물질이나 면역세포로 하여금 타깃을 제거하게 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항체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항원을 인지한다. 하지만 이중항체는 분자생물학적 조작을 통해 구조를 변형해 두 개의 항원을 동시에 인지하게 만든 것이다. 두 개의 항체를 하나로 합친 형태인 만큼 하나의 항체로 두 종의 항체를 병용 투여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항체 약물 두 종을 사용하는 경우와 비교해 이중항체는 치료의 효율성, 실용적 편의성, 경제성 등의 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 ADC항암제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실제 바라바이오 개발 파이프라인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ADC는 항암제뿐 아니라 염증성질환, 감염성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표적치료제로서 활용이 가능하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세포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Payload)을 링커로 연결해 만든 치료제다. 약물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 치료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올해 8월에는 2가지 큰 행사가 있었다. 하나는 에이비켐바이오와 업무협약(MOU) 체결한 것이다. 에이비켐바이오는 현 서울대학교 정진현 교수가 창업한 ADC 개발 전문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또 ‘2023 하계 바라바이오 포럼’을 개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를 위한 면역항암신약 및 ADC 개발 관련 연구동향과 개발 방향을 모색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암환자를 직접 수술하고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의 강정현 교수뿐 아니라 저명한 강남세브란스병원 임상교수들이 참석해 실제 암환자들의 치료와 관련된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

- 신약개발인 만큼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유방암에 안성귀 교수, 대장암에 강성영 교수, 갑상선암의 김석모 교수 등 유수의 교수진들이 바라바이오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즉 암세포를 수술실에서 직접 받아 연구하기 때문에 다른 바이오회사보다 장점이 있다. 실제로 바라바이오는 환자 유래 암세포이기 때문에 암세포를 구입해 실험하는 암세포와는 다르다. 또 상급종합병원과 연관된 교원창업 기업이다 보니 임상 1·2·3상이 원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기반 항암제 맞춤형 예측 모델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암환자들의 AI 기반 진단·치료, 예후관리와 향후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만성질환 헬스케어까지도 지향하고 있다.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환자를 위한다는 초심을 잊지 않고 정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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