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의정 갈등에 갈 길 잃은 ‘환자들’
격화하는 의정 갈등에 갈 길 잃은 ‘환자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4.03.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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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들, 25일부터 사직서 제출
정부, 2000명 증원 방침 변함없어
의대 입학정원 증우너과 관련해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치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2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전용공간으로 향하고 있다(사진=경향신문 조태형 기자).
의대 입학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치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2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전용공간으로 향하고 있다(사진=경향신문 조태형 기자).

정부는 27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정원을 2000명 확대하면서 이 중 82%를 비수도권에, 나머지 18%를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의료계, 사직으로 맞불…내달부턴 외래진료 최소화

이에 의료계는 집단사직으로 맞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의 장이 열리는 듯했지만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절차를 5월 내 마무리하겠다고 쐐기를 박으면서 예정대로 25일부터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에서 소속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것.

또 새 의협회장에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당선되면서 강력투쟁을 예고,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가는 모양새다.

의대교수들은 4월 1일부터 외래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조윤정 홍보위원장은 “25일부터 주 52시간 이내 외래, 입원진료와 수술을 유지하고 4월 1일부터는 외래진료를 최소화하면서 응급·중증환자의 안정적인 치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역시 정부를 향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의대정원 배분 발표 후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14만 의사 회원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의료를 지킬 것”이라고 표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의정 갈등이 격화되면서 모든 피해가 환자들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 특히 광주·전남에서 피해가 심각하다.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비상진료체계 운영으로 입원실 가동률이 저조한 재활의학과 병동을 폐쇄했다. 앞서 전남대병원은 비뇨의학과·성형외과·정형외과 등 3개 병동을 폐쇄한 바 있다. 조선대병원 역시 성형외과, 비뇨기과, 순환기내과, 류마티스내과, 감염내과 입원병동을 다른 병동과 통폐합했다.

■정부, 전공의 처벌 불가피…제약사 리베이트 점검도 강화

의정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의료개혁 추진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굳건하다. 또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 면허정지와 관련해 유연한 처리를 지시하면서 한때 처분이 유예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박민수 제2차관은 “이달 안에 돌아오더라도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복지부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의사집회 동원을 강요하는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제보에 따라 오는 5월 20일까지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공의, 교수 집단행동 등에 관한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민수 차관은 “지난 의사 집회에서 모 제약사 영업사원으로부터 집회 참여 강요가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경찰 조사와 무관하게 정부는 불법 행위를 근절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의대교수들이 요구한 2000명 증원 철회에 대해서는 “조건을 따지기보다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와 진료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교수 사직으로 발생할 진료공백을 대비해 국립중앙의료원 내에 ‘시니어의사 지원센터’를 설치, 4월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필수의료분야의 진료공백 최소화를 위한 시니어의사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지원센터는 진료를 희망하는 의사를 모집해 인력 풀을 구축하고 교육을 실시, 병원과 시니어의사를 연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정부는 의료기관에서 시니어의사를 신규 채용하고 퇴직예정 의사는 채용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또 진료협력체계 강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종합병원 100곳을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했으며 향후 암 진료 등 전문분야를 고려해 지정을 확대해나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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