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중증 화농성한선염, 엄격한 산정특례기준에 환자들은 속앓이
[극복해요! 희귀질환] 중증 화농성한선염, 엄격한 산정특례기준에 환자들은 속앓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0.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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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중증 화농선한선염은 질환인지도가 낮아 최종진단까지 7년이란 시간이 소요된다. 또 산정특례 대상이지만 기준이 엄격해 효율적인 치료제 사용이 어렵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증 화농선한선염은 질환인지도가 낮아 최종진단까지 7년이란 시간이 소요된다. 또 산정특례 대상이지만 기준이 엄격해 효율적인 치료제 사용이 어렵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화농성한선염은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와 항문생식기 부위에 만성적으로 모낭에 염증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전 세계 인구의 1~4%가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7000~80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중증 화농성한선염이다. 화농성한선염은 붉은 염증성 결절 또는 종기에서 시작돼 염증이 심해지면서 종기가 터져 고름이 생기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병변부위가 넓어져 만성적인 궤양으로 악화한다는 것이다.

■진단까지 7년…중증으로 악화된 뒤 진단명 알아

화농성한선염의 원인 유전자로 밝혀진 단일 유전자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 없다. 단 여러 연구를 통해 최대 38%까지 유전성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만12세 이상에서 발병한다. 따라서 가족 중 화농성한선염환자가 있다면 의심증상 시 의료진에게 가족력을 알리는 것이 진단에 도움 된다.

화농성한선염은 임상증상을 토대로 진단한다. 헐리체계(Hurley staging system)를 기준으로 3단계로 중증도를 판정한다. ▲재발하는 염증성 결절과 농양이 보이는 1단계 ▲병변의 만성적인 재발로 인해 피하의 농루관, 흉토가 형성되나 병변 사이에 정상 피부가 관찰되는 2단계 ▲광범위하게 결절, 농양, 농루관, 반흔이 융합된 3단계로 나뉜다. 이때 3단계의 증상이 관찰되면 중증 화농성한선염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화농성한선염 진단까지는 평균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진단방랑도 문제지만 사망위험도 높다. 실제로 2022년 유럽피부과학회 연례학술회의에서 우니라나 중증 화농성한선염환자들의 사망위험은 일반인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연구는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과 부천성모병원, 연세대학교 원주기독병원 등에서 진행됐다. 연구결과 화농성한선염환자는 고의적 자해나 정신질환, 비뇨생식기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전국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화농성한선염환자 2만8862명과 대조군 57만7240명의 사망위험을 평가했다. 연구결과 화농성한선염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1.15배 더 높았다. 세부적으로 고의적 자해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1.69배, 비뇨생식기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1.93배 더 높았다.

특히 중증 화농성한선염환자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1.69배 더 높았다. 원인별로는 내분비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4.36배, 고의적 자해와 정신질환이 2.43배, 비뇨생식기질환 위험은 6.46배 더 높았다.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최유성 교수는 “화농성한선염은 질환인지도가 낮아 조기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매우 많다”며 “화농성한선염은 3단계로 구분해 진단하지만 1단계부터 고통이 매우 심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생물학적제제 있지만 ‘그림의 떡’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화농성한선염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방법은 없다. 따라서 통증이 심한 염증성 병변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하는 것을 치료목표로 한다.

치료방법은 환자상태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지는데 일반적으로 ▲항생제 ▲비타민A제제 ▲스테로이드제 ▲여성호르몬제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고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우에는 절개배농, 절제술 등의 수술을 시행한다. 증상이 심한 중증환자는 기존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염증 발생 매개물질을 표적화해 차단하는 TNF-α억제제 등의 생물학적제제를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생물학적제제는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이 없는 중증 화농성한선염환자의 50~70%가량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매우 고가여서 정작 화농성한선염환자들에게는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 단 중증 화농성한선염은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으로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는 2단계부터 중증 화농성한선염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증 화농성한선염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는 한 가지다. 바로 ‘아달리무맙(제품명 : 휴미라)’이다. 아달리무맙은 ▲화농성한선염 최초 진단 후 1년 이상 경과한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2개 이상의 각기 다른 부위에 병변이 있고 ▲농양과 염증성 결절 수의 합이 3개 이상이며 ▲항생제로 3개월 이상 치료했으나 치료효과가 미흡하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중단한 중증(Hurley stage III) 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36주까지만 보험급여가 가능하다.

즉 산정특례대상이 돼도 일부 환자는 치료에 효과가 있는 생물학적제제를 비급여로 사용해야 하며 질환 진단 후 1년 이후부터 사용 가능한 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증 화농성한선염’의 경우 산정특례 대상으로 신규 등록돼도 일부 환자는 치료에 효과가 있는 생물학적 제제를 비급여로 사용해야 하는 이른바 ‘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춘숙 의원이 분석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아토피성피부염, 건선, 화농성한선염과 같은 난치성피부질환자들의 우울증 진료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난치성 피부질환인 건선, 아토피성피부염, 화농성한선염 진료인원 중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22년 기준 2만5174명으로 5년 전인 2018년(1만5030명)보다 약 1.7배 증가했다.

최유성 교수는 “중증 화농성한선염환자의 삶을 위해서는 생물학적제제 사용이 절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용은 매우 어렵다”며 “항생제 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여러 질환이 동반할 수 있는 만큼 조기부터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화농선한선염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산정특례 대상으로 정부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였다고 하지만 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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