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희귀질환에 울고, 고가 약에 또 울고
[극복해요! 희귀질환] 희귀질환에 울고, 고가 약에 또 울고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0.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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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재발열증후군·시신경척수염·분절성증식증후군…
치료제 있지만 보험 미적용…정부 ‘산정특례제’ 겉돌아
정부가 2018년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고가의 약가를 이유로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환자가 많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2018년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고가의 약가를 이유로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환자가 많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2018년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희귀질환치료제로 허가는 됐지만 워낙 고가인 탓에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질환도 있다. 치료제는 있지만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희귀질환 5가지를 알아봤다.

▲유전재발열증후군=유전재발열증후군은 국내에 환자에 3~4명에 불과한 극희귀질환이다. 유전자이상으로 인한 염증반응 때문에 발열이 조절되지 않는다. 치료제로는 ‘일라리스’가 있고 2015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8년째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환자들은 임시방편으로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오프라벨의약품(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사항과 다른 치료목적으로 처방한 약)으로 ‘키너렛’을 사용하고 있다. 일라리스는 연 6회 주사로 장기의 영구적 손상예방효과를 확인했지만 급여를 적용받지 못해 평생 매일 1회 투여해야 하는 오프라벨약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신경척수염=사회경제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30·40대에서 주로 발병하며 환자의 90%가 여성인 시신경척수염은 시신경염 또는 척수염증상이 나타나며 환자 4명 중 1명은 시신경염과 급성척수염이 동시에 발병한다.

최근 ‘엔스프링(사트랄리주맙)’이 4차치료제로 급여적용이 예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허가약이 없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사용해 온 오프라벨약제들이 견고히 자리잡고 있어 4차치료제로 밀려난 것. 해외에서 엔스프링이 1차치료제로 사용되는 것과 대비된다. 현재 아자치오프린(AZT), 마이코페놀레이트(MMF), 리툭시맙(RTX)과 같은 오프라벨약제가 주요 1·2·3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분절성증식증후군(PROS)=한쪽 사지만 커지는 분절성증식증후군은 소아에게 주로 발병하며 정맥류, 혈관확장증, 화염성모반, 림프관확장 등 매우 다양한 혈관병변을 일으킨다.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1명으로 국내 환자는 100여명으로 추정된다.

치료제는 PI3K 경로를 역제하는 인산화효소억제제인 ‘알펠리십’으로 현재 미 FDA 가속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급여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은 현재 압박스타킹이나 정형외과수술, 혈관중재술 등 대증치료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중증화농성한선염=중증화농성한선염은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와 항문생식기 모낭부위에 만성염증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국내 환자는 약 7000~8000명이다.

국내에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는 ‘휴미라’ 단 한 가지인데 ▲화농성한선염 최초 진단 후 1년 이상 경과한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각기 다른 부위에 2개 이상 병변이 있고 ▲농양과 염증성결절의 합이 3개 이상이며 ▲항생제로 3개월 이상 치료했지만 효과가 미흡하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중단한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36주까지만 보험급여가 가능하다.

즉 산정특례대상자라도 일부환자는 비급여로 처방받아야 하며 진단 1년 이후부터 사용 가능한 치료사각지대인 것. 화농성한선염 진단까지 평균 7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치료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는 셈이다.

▲한랭응집소병=한랭응집소병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적혈구를 공격해 적혈구 파괴가 지속·반복되는 극희귀질환이다.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 노출 시 ▲만성용혈로 인한 빈혈 ▲극심한 피로 ▲호흡곤란 ▲혈색소뇨증 ▲말단청색증 ▲혈전색전증 등을 일으키며 생존여명은 8.5년에 그친다. 현재 치료제는 ‘엔제이모’가 유일하지만 질병코드가 없어 사용하기 어렵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대한민국에서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최근 몇 년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희귀질환치료제는 대부분 고가인 만큼 정부 지원이 아니면 환자가 달리 치료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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