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카페인, 떼려야 뗄 수 없다면 안전장치라도 제대로!
[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카페인, 떼려야 뗄 수 없다면 안전장치라도 제대로!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2.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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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독자께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가? 어떤 일을 하고 있든 하루를 시작할 때 무엇과 같이 하는가? 대부분 많은 사람이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2023년 12월 21일 뉴시안 보도자료(‘대한커피민국’ 1인당 연간 405잔 마신다...세계 평균 2.5배)에 따르면 2023년 국내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 152잔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2022년 음료류 품목별 국내 판매액’에서 커피류가 차지하는 비중(30.8%)이 탄산음료(25.5%)보다 높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2021년 연간 커피소비량이 353잔이었는데 2년 사이에 52잔이나 늘어났으니 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사실 생각해보면 필자도 약국에 근무하면서 1일 2잔 정도, 쉬는 날에는 1잔 정도 커피를 마시는데 그렇게 따지면 1년에 402잔 정도를 마시는 셈이니 평균에 근접한 수치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정도면 거의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신다고 볼 수 있다. 도대체 커피는 어떤 효과가 있길래 이렇게 많이 마시게 된 걸까?

커피의 주성분은 카페인, 카페인은 흥분·보상을 동시에 해결해준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습관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습관이 만들어진 데는 카페인이 중추에 작용하는 약리작용 때문이다. 카페인이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기전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카페인은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코르티솔은 에너지대사를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보통 아침 9~11시에 코르티솔이 가장 낮은데 모닝커피를 마셔야 비로소 정신이 든다는 사람은 평소 코르티솔 농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카페인섭취는 운동능력을 올려주기도 하고 체중감량에 도움을 준다고도 알려졌다.

둘째, 뇌 흥분을 억제하는 채널 활성화를 막아 신경세포의 흥분을 유발한다.

뇌 세포는 흥분과 억제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기능을 유지한다. 뇌가 흥분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카페인을 복용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활동적이 되는 것은 뇌신경 억제를 막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흥분성 카테콜라민의 농도를 증가시킨다. 이러한 작용 때문에 카페인을 과다섭취하면 불면, 심계항진, 혈압상승, 흥분, 진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카페인은 글루타민과 도파민도 증가시킨다. 카페인의 각성작용과 집중력 증가는 이같은 흥분효과로 나타난다. 보상회로에서 도파민분비 촉진은 약물중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재밌는 것은 카페인의 용량과 상관없이 도파민분비는 강하게 촉진된다고 하니 카페인함량이 낮은 커피를 복용하면 중독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다.

셋째, 카페인은 아데노신수용체에 작용해 뇌가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아데노신은 ATP를 소모한 뒤 나오는 물질로 아데노신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것이다. 뇌에는 아데노신수용체가 있어 혈중 아데노신 농도를 체크할 수 있다. 아데노신 양이 많아지면 뇌 흥분이 억제돼 졸음을 느끼게 된다. 이때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졸음이 쏟아진다는 사람은 지나친 에너지 사용과 부족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카페인이 필요한 사람은 흥분되는 자극이 필요하고 피로감을 줄이고 싶은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요즘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으로 스트레스 요인이 매우 많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과로 등은 카페인을 부르고 카페인 노출기간이 길어지면 심리적·신체적 의존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커피소비량이 갈수록 늘어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카페인 과연 정말 문제일까? 얼만큼 먹어야 안전할까?

그렇다면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정말 문제일까? 카페인이 독성을 일으키는 농도는 매우 높다. 신경·심혈관계 독성은 1000mg을 한 번에 복용할 때 나타나며 치사량은 10배인 1만mg이다. 대표적인 카페인음료 박카스에 든 카페인 양은 30mg이며 농도가 높다는 드립커피에는 100mg 정도 들어 있다. 즉 드립커피를 한 번에 10잔은 마셔야 독성이 나타나는 것이니 실제로 상용량 카페인 자체에는 큰 독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만일 하루종일 커피를 달고 산다면 어떨까? 카페인 체내 대사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카페인은 흡수가 빨라 복용 후 10~15분 만에 혈액에 도달한다. 30~40분 정도 지나면 카페인 농도가 최고에 도달해 눈빛이 반짝이는 각성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1시간이 지나면 카페인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피로해지기 시작한다.

5~6시간이 지나면 카페인농도는 50% 이하로 떨어지며 12시간 정도 지나면 거의 배출돼 다시 카페인을 섭취하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 즉 카페인 최대효과는 섭취 후 30~40분 정도에 나타나며 반나절까지는 몸에 카페인이 남아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하루종일 커피나 드립커피 10잔을 마신다고 해도 전체 시간이 길면 독성이 발휘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커피 한 잔만 마셔도 가슴이 두근거리며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누구는 아무렇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에 따라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는 조금씩 다르다.

이는 사람마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CYP1A2)와 아데노신수용체의 유전형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카페인분해효소(CYP1A2)는 AA, AC, CC형으로 나뉘는데 CC형은 AA형보다 카페인대사가 느려 카페인이 보다 오랫동안 혈중에 남아 있게 된다.

또 유전형에 따라 아데노신수용체의 구조가 조금씩 달라 카페인 결합정도에 차이가 생긴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수면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어떤 사람은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잠을 자지 못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잘 무렵에 커피를 먹어도 잘 자는 이유이다.

하지만 카페인이 신경·순환계에 작용하는 것은 누구나 동일하다. ‘커피 마시고도 잘 잔다’고 자신하지 말고 카페인 일일섭취량을 지킬 필요가 있다.

식약처에서는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일일 카페인권장량을 제시하고 있다. 성인은 400mg 이하, 임산부는 300mg(권장량은 150mg) 이하, 어린이는 체중당 2.5mg 이하이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일일 250mg 이상 카페인을 복용하면 카페인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하니 자신이 하루에 복용하고 있는 카페인 양을 점검해 볼 필요는 있겠다.

진짜 위험한 건 소아청소년

카페인노출을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청소년 카페인복용이다. 필자가 청소년 약물예방교육을 나가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카페인음료를 경험한 경우를 꼭 물어본다.

이때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다양한 카페인음료를 복용해봤다고 응답해 놀라곤 한다. 이른 카페인 경험이 가능한 이유는 식품으로 판매되는 에너지드링크, 커피·초코우유, 녹차·홍차음료 등 커피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음료에 카페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음료는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어 어린이, 청소년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아이들의 이른 카페인 경험은 다른 중독성약물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메칠페니데이트에 대한 사용경험이 공유됐는데 사용해본 사람이 메칠페니데이트 효능을 카페인섭취량과 비교해 설명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설명을 대부분 학생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더라는 것이다. 즉 카페인이 중독성약물의 게이트약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흥분성약물을 쉽게 생각하는 잣대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카페인 복용 후 지나친 도파민분비로 인한 중독가능성은 뇌의 민감도가 높은 어린 나이일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또 대뇌전두엽 발달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카페인이 뇌 세포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의 카페인섭취에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카페인 함량표시를 보다 강화하는 법률을 제정하자

카페인은 분명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끼치는 약물이다. 그것도 흥분, 중독성약물임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표시체계는 너무 허술하다. 특히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커피는 아예 카페인 양이 표시돼 있지 않고 무수카페인(수분을 함유하지 않거나 제거한 상태의 카페인) 대신 과라나추출물을 넣은 제품들도 카페인표시가 돼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는 본인이 먹은 카페인 양을 스스로 알아보고 판단해야 한다. 사실상 카페인을 얼마나 복용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먹고 있는지 모른다면 식약처에서 제시한 일일권장기준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카페인 역시 알코올이나 니코틴처럼 보다 식별하기 쉽게 표시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카페인이 함유될 수 있는 제품은 모두 ‘카페인 포함’ 이라는 문구를 표시하고 다른 글자와 구분될 수 있게 해야 한다.카페인함량은 소비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눈에 잘 보이는 곳에 표기해야 한다. 과라나추출물이 들어간 식품도 카페인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카페인함량 표기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역시 각각 테이크아웃 잔에 표시할 수는 없더라도 대략적인 카페인 함유량을 주문서에 반드시 표기하게 하자.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빠질 수 없게 된 커피, 카페인음료. 다양한 이유로 복용할 수밖에 없다면 소비자의 보다 안전한 소비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이 호기심에 접하지 않도록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카페인을 명확하게 표시해주는 제도적 장치의 보완도 필요하다. 아침을 커피 한 잔으로 열어야만 한다면 이미 ‘카페인 의존증’에 빠진 상태가 아닌지 스스로를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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