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마약류 오남용…최선의 치료는 예방교육(完)
[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마약류 오남용…최선의 치료는 예방교육(完)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3.08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을 참 좋아한다.

조금만 감기 기운이 있어도 감기약부터 찾는다. 몸이 아플 때뿐 아니라 피곤할 때도, 운동하기 전에도, 운동하고 나서도 먹는다. 

좀 오래됐지만 재밌는 통계가 있다. 2017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약 사면서 쓰는 돈이 평균 491달러로 조사됐다고 한다. OECD평균에도 못 미치며 1221달러를 기록한 미국에는 절반도 안 됐다(출처: 인구고령화의 의약품정책에 대한 정책적 함의, 2019). 그렇다면 미국 사람들이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것인가?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미국 약값이 우리나라보다 3배 정도 비싸다는 것이다('뜨거운 감자' 호주 약가, 한국보다 얼마나 낮을까. 데일리팜 2022년 기사). 결국 우리가 491달러를 쓴다면 미국 가치로는 1473달러를 쓴 셈이 되기 때문에 수치를 변환하면 1등으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필자가 봐도 정말 많은 사람이 경증질환으로도 약을 복용한다. 왠지 약을 먹어야 나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힌 것은 처방약을 가정상비약으로 받아가는 사람들도 꽤 많다. 처방약은 일반의약품도 있지만 전문의약품도 있을 터.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에 의해서만 사용해야 안전한데도 먹어 봤더니 잘 낫는 것 같아 또 같은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다. 가정상비약으로 받아갔으니 어떻게 할까? 잊지 않도록 봉투에 언제 먹는 약이라고 표시해놓고 증상이 있을 때마다 먹는다. 자신만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권해준다. 잘 듣는 약이라면서......

생각보다 사람들은 약을 잘 모른다?

요즘은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의약품 정보도 마찬가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몇 번 클릭하면 알고 싶은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현실 속 전문가보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영상 속 전문가를 더 믿으려고 하고 이런 현상은 인공지능(AI)이 상용화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정말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있을까?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진통제만 하더라도 잘 몰라서 중복 복용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처방받은 항생제는 증상이 없어도 먹어야 할지, 끊어야 할지 잘 모른다. 형태가 다르면 성분이 같은 약이라도 다른 약으로 오인해 중복 복용하기도 한다. 갑자기 나타난 변비, 속 쓰림, 두근거림 등 이상반응이 복용한 약 때문인 줄 모르고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또 다른 약을 먹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약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약물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인체 생리학에서부터 약물학까지 다양한 정보를 폭넓게 살피지 않는다면 약이 가진 두 얼굴을 알아내기 쉽지 않다. 특히 약을 복용한 환자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반응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의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현장에서 전문가에게 얻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갈수록 문제가 커지는 의료용 마약류

각설하고 최근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의료용 마약류의 오용이다. 필자가 들은 이야기 중 가장 흔한 의료용 마약류 오용은 수면제와 진통제이다. 못 자던 환자가 병원에서 스틸녹스(졸피뎀) 등을 처방받고 효과가 좋으면 주변에 있는 다른 불면증환자에게 나눠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암환자나 중증 통증환자에게 처방되는 마약성진통제를 서로 공유한 사례도 여럿 보고되고 있다. 물론 악의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선의를 베풀기 위해 한 행동이겠지만 이런 행동이 실제 이상반응으로 이어지면 환자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면제 졸피뎀을 복용한 뒤 발생한 이상반응으로는 가볍게는 어지럼증, 두통 등이 나타나지만 몽유병, 단기 기억상실,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마약성진통제를 일반 파스라고 생각해 여러 장을 부착, 실신해 응급실에 실려간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마약성진통제 패취는 형태로만 보면 일반의약품과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최근 의료용 마약류 불법 판매에 대한 부분도 대두되고 있다. 병원에서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처방받은 식욕억제제 등을 중고 사이트나 SNS를 통해 판매하거나 수면제를 유통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마약류를 무상·유상으로 제공하는 행위는 제공한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매우 엄격하게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성인들은 마약류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을까?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무상으로 준 사람이나 판매를 한 사람이나 ‘그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것이다. 무상으로 준 사람은 내가 먹고 좋아서 친한 사람에게 준 것이라고 하고 판매한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 없어서 버리기 아까우니 팔았다고 한다. 잠 자는 약, 진통제, 살 빼는 약으로 알았지, 마약류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법적으로 이렇게 크게 처벌받는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핑계일 수도 있지만 일부는 맞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마약으로 해를 끼칠 것이 아니라면 무상으로 약을 왜 준단 말인가? 돈 얼마를 번다고 그보다 엄청난 처벌을 감수하며 마약류를 중고매매를 한단 말인가? 이러한 것은 마약류에 대한 교육 부재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간 보건영역에서 금연 등에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마약류에 대해서는 ‘마약청정국’이라는 생각으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마약류를 이야기하는 것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걱정 때문에 언급하는 것을 터부시 해왔다. 

이 때문에 지금 성인들은 어렴풋이 마약류에 대한 작용을 알고 있을 뿐 인체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얼마나 유해한지 모르고 있다. 이는 마약류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2020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마약류 심각성에 대한 국민 인식도 조사’를 시행했다. 그중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마약류 인식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이 74.2%가 나왔다.

마약류나 약물은 잘못 사용되었을 경우 우리 인체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한데요. 귀하는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의 위험성을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즉 약 25%는 마약류에 대한 위험성을 모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는 마약류를 가볍게 보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2000년 월드리서치에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마약류 국민 의식에 대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20%가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끊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 20%가 넘는 국민이 마약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방교육이 곧 문제 해결의 실마리

결국 아무리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도 붙잡히는 사람은 일부이다. 국민 스스로 마약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오남용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특히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정확한 사용법을 교육하고 마약류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반응에 대한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이 마약류에 노출됐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중독 치료법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최근 학생들의 마약류 교육은 유아에서부터 청소년까지 매우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실 현실적인 문제는 성인에게 있는데 성인 대상 교육은 학생만큼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미디어 등을 통한 노출은 집중 교육이 되지 못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약류 교육을 진행하는 것처럼 직장인들은 해당 직장에서, 직장이 없는 경우에는 성인이 많이 모이는 종교시설, 문화센터, 양로원 등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약류는 사회적 유통도 문제가 되지만 개인 선택의 문제다.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을 통해 스스로 마약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게 하는 것이다. 결국 마약류 오남용은 예방교육이 최선의 치료이다.

※ 이상으로 20편에 걸친 중독성 약물에 대한 연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약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엄청나게 일고 있는 만큼 보다 정확한 정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우리나라가 다시 ‘마약청정국’의 명예를 되찾고 마약 걱정 없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칼럼 주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