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인터넷으로 약 사고 팔기…무엇이 문제인가
[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인터넷으로 약 사고 팔기…무엇이 문제인가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2.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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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코로나19 시기 가장 크게 성장한 산업을 꼽자면 아마도 ‘음식배달산업’ 분야일 것이다. 음식서비스 및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7년 약 2조7000억원에서 2021년 약 25조6000억원으로 약 10배 성장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파는 모든 음식이 스마트폰 속 ‘배달앱’ 안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마치 서유기 속 삼장법사 손바닥같이 온 세상을 다 담고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배달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아마도 편리성 때문일 것이다. 음식은 바로 해서 먹는 것이 당연히 가장 맛있다. 배달음식은 아무래도 맛이 덜할 수밖에 없다. 음식을 포장하기 위해 버려지는 쓰레기도 많다.

하지만 맛이 좀 덜하고 마음이 불편할지라도 이동시간 없이 집에서 편하게 음식을 먹는 편리성이 결국 음식배달산업을 성장시킨 것이다. 처음엔 치킨이나 자장면, 피자, 야식 정도만 주문해 먹던 것이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전 메뉴로 확산됐다. 이제는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배달비 가격이 많이 오르고 코로나19 방역이 풀리면서 배달앱 사용도 줄어든 면이 있지만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배달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경영방식 중 하나가 됐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 의약품은 예외?

이렇게 배달시키는 분야는 음식뿐 아니라 우리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 해당되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도 온라인주문을 하는 시대 아닌가? 그런데도 온라인쇼핑이 허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의약품류’이다. 의약품은 왜 예외일까?

의약품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자. 사람들이 복용하는 것은 크게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중에서 건강기능식품은 영업점을 갖추고 판매자 등록, 일정 교육을 수료하면 누구나 판매할 수 있다. 인터넷판매도 당연히 가능하다. 최근에는 선물 받은 건강기능식품을 개봉하지 않았다면 ‘온라인 재판매(중고거래)’도 가능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 의약품은 어떨까? 먼저 의약품의 정의부터 알아보자.

<약사법 2조 4항>

*의약품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품을 말한다.

가. 대한민국약전(大韓民國藥典)에 실린 물품 중 의약외품이 아닌 것

나.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품 중 기구·기계 또는 장치가 아닌 것

다. 사람이나 동물의 구조와 기능에 약리학적(藥理學的) 영향을 줄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품 중 기구·기계 또는 장치가 아닌 것

법을 보니 굉장히 불친절하다. 각 내용을 모르면 해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몇 가지 용어**를 살펴보자.

**약전(藥典)이란 국가 또는 국가가 공인한 기관 등에서 제정한 의약품에 대한 규격서이다. 약전의 목적은 ‘의약품등의 성질과 상태, 품질 및 저장방법 등과 그 밖에 필요한 기준에 대한 세부사항(이하 세부사항)을 정함’으로 두고 있다. 즉 약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뿐 아니라 의약외품까지 총 망라한 사전이라고 보면 된다.

의약외품은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약외품은 다음에 속하는 것들이다.

가.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을 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섬유·고무제품 또는 이와 유사한 것

나. 인체에 대한 작용이 약하거나 인체에 직접 작용하지 아니하며 기구 또는 기계가 아닌 것과 이와 유사한 것

다.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살균·살충 및 이와 유사한 용도로 사용되는 제제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과산화수소수, 알코올과 같은 소독약, 살충제 등이 의약외품에 속한다.

그럼 이제 약사법에 나와 있는 의약품을 다시 해석해보자. 의약품이란 대한민국 약전에 실린 물품 중 소독약(포비돈 같은 소독약은 제외)이나 살충제 같은 것을 제외하고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이다. 이것은 사람이나 동물의 구조와 기능에 약리학적 영향을 줄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으로 재정의 될 수 있다. 이 중 기구나 기계, 장치, 재료, 소프트웨어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을 의료기기라고 부른다.

여기서 의약품이 온라인판매가 안 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즉 의약품의 경우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등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소독약만 보더라도 이 분류가 얼마나 엄격한지 알 수 있다. 같은 소독약이라도 요오드가 들어간 포비돈은 영유아나, 임산부, 갑상선질환자, 넓은 상처부위에게 잘못 사용하면 갑상선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잘못 사용하면 질병을 오진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의약품은 신체구조와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물품으로 전문가의 지도 없이 사용했을 때 오남용이 발생하기 매우 쉽다는 것도 매우 큰 문제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편의성을 추구했을 때 발생하는 국민 편익보다 건강을 해치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 원천적으로 비대면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의약품의 온라인판매, 걱정되는 부분은?

‘그럼 위험한 약을 제외하고 온라인 판매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약품은 위험과 안전경계가 모호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쉽게 사 먹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을 보면 포장단위 500mg는 10정·30정, 650mg 이알서방정은 6정이다. 이처럼 처방단위가 적은 것은 약의 과잉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650mg의 경우 1일 6알이 최대복용량이기 때문에 포장단위를 그에 맞춘 것이다. 타이레놀을 1일 4000mg를 넘게 복용하면 급성간독성이 올 수 있다.

감기약은 어떤가? 감기약에 포함된 교감신경흥분제의 경우 과량복용 시 가볍게는 불면이나 두통을 유발하며 심하면 혈압상승이나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경우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상용량을 지키면 대부분 문제 없지만 오용하는 경우 몸에 큰 해를 끼친다. 이뿐이 아니다. 덱스트로메트로판 같은 기침약의 경우 과량복용 시 환각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슈도에페드린의 경우 필로폰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의약품 남용으로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필자가 마약류 칼럼을 쓰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의약품 남용에 대한 것이다. 온라인의 가장 큰 문제는 누가 무엇 때문에 구입하는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남용될 수 있는 약들의 경우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판매처 수량제한을 한다고 해도 여러 판매처에서 구입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중학생 두 명이 일본 감기약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과량복용했던 사건이 있지 않았나. CCTV에 찍혔기 때문에 알려진 것이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콧물·코막힘, 가래에 사용하는 슈도에페드린으로 필로폰을 불법제조한 경우는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대면판매는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까? 아예 막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될 수 있다. 슈도에페드린 고함량제제는 약국을 통해서만 판매된다. 관계 당국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의약품은 약국에서 판매제한을 둘 수 있도록 지도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슈도에페드린이 다량으로 들어간 ‘액티피드’ 같은 제품은 소량포장으로만 판매하도록 지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편리함보다는 중요시해야 하는 것, 바로 안전!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시대. 분명 21세기 인간은 과거와 확실히 다른 편리함과 신속함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인간은 불편한 것이 있으면 편하게, 느린 것이 있으면 빠르게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발명품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편리하고 신속한 것만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누군가의 점검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의약품의 사용일 것이다.

의약품은 신체·정신적 영향을 크게 미치는 물질이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더구나 요즘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온라인으로 쉽게 물건을 구입하는 시대에는 ‘안전’이 더욱 중요시된다. 지금은 불편하다고 생각해서 좀 더 편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만들어지는 유해성을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의약품은 더욱 그렇다. 한 번 편리함에 노출되면 불편함으로 되돌리는 데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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