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나도 모르는 새 노출될 수 있다? ‘불법마약류’의 위험성
[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나도 모르는 새 노출될 수 있다? ‘불법마약류’의 위험성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1.05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필자는 마그미 약사로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약류 교육을 하고 있다. 마그미 약사는 마약퇴치운동본부에 소속된 약사로 ‘마약을 막는 사람들 중 약사’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1992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설립 이래 꾸준히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며 예방 교육 강사로 활동 중이다.

당연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마약에 대한 정의부터 중독기전, 사후 처벌까지 모두 교육범위에 들어간다. 그런데 최근 추가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약을 접하는 상황에 대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개탄스럽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사후약방문은 안 될 말이다.

나도 모르게 당하는 마약류 범죄 

일단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바로 모르는 사람이 주는 먹거리는 절대 피하라는 것이다. 음료수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2023년 4월 강남구 학원가에서 필로폰이 섞인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일이 있었다. 이들은 아이들이 먹은 음료수에 마약이 들어 있었다며 부모들을 협박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 뒤 학원가에는 모르는 사람이 나눠주는 음료와 간식은 받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처럼 마약류는 대부분 소량 사용하는 데다 특별한 색이 없어 음료 등에 섞으면 구분이 불가능하다. 음료수뿐 아니라 껍질을 개봉한 뒤 다시 포장이 가능한 사탕 등도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요구르트처럼 알루미늄 뚜껑이 있는 경우에도 미세한 바늘 등을 이용해 마약류를 혼입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서글프지만 길가다 혹시나 모르는 사람이 특정 이유로 제공하는 다양한 먹거리는 사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 때문이라도.

학생 때는 갈 일이 없겠지만 성인이 돼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도 미리 언급해준다. 특히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러 가는 곳이 범죄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인과 함께 가지 않는 바의 경우 술잔에 마약류를 무쳐 복용하게 하는가 하면 클럽 같은 곳에서는 사탕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진 엑시터시 같은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먹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액상 대마는 기분이 좋아지는 담배라며 속이고 권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경우는 내가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당하기 쉽다.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조금만 경계를 풀면 바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반복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흥분을 유발하거나 정신을 잃게 하거나 

마약류를 악용하는 범죄자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당연히 마약에 중독되게 하기 위해서 일 테다. 단 이들은 처음부터 마약이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마약에 노출된 피해자들은 약물에 의해 흥분되거나 안정감이 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채 장소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된다. 그 장소를 반복적으로 찾다 결국 약물에 중독돼버리는 것이다. 이미 중독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데 갑자기 너무 기분이 좋다거나 마음이 편안해지는 등 감정적 변화가 극심하게 온다면 무조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마약류는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물뽕’으로 알려진 GHB(감마하이드로시부틸레이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무색이며 특별한 맛이 없어 음료 등에 섞으면 피해자가 알아채기 어렵다. GHB는 강력한 신경억제약물로 수면 진정효과가 있다. 복용 후에는 대부분 기억을 잃는데 마치 술 먹고 필름이 끊기는 것처럼 정신을 잃기 전 신체활동이 가능하다. 때문에 가해자들의 범죄행위를 감추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피해자에게 성범죄를 일으키기 위해 GHB를 사용했기 때문에 GHB는 데이트 강간 약물이라는 명칭이 붙어있기도 하다. 이런 약물은 GHB만이 아니다. 체내에서 GBH로 대사되는 GBL(감마부티로락톤), 케타민, 졸피뎀 등도 역시 이런 용도로 사용되는 마약류 들이다.

선의의 제공자가 있더라도 철저하게 교육해야 

문제는 가해자들이 작정하고 약물을 사용하려고 한다면 피해자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마약류 검출 키트가 개발됐지만 다른 사람과 대면하는 자리에서 사용하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범죄에 악용되는 마약류 유통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단속이 가장 우선 돼야 하겠지만 결국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으려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마약류 노출 상황에 대한 많은 정보와 사용 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미리 알고 있을수록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양의 탈을 쓴 늑대들로부터 본인을 보호하려면 어떤 경우 늑대가 나타나는지, 그 늑대들의 행동은 어떤지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 지식으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만일 마약류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약 범죄의 특성상 성범죄 등과 연관된 경우가 많아 피해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반드시 신고해야 가해자를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다. 만일 감추려고 한다면 본인에게 2차 가해, 또는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마약류를 사용했다면 마약 사범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마약류를 모르고 사용했고 성범죄 등의 피해자가 됐다고 하더라도 피의자 신분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조기에 신고하면 고의성을 따져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마약류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인 만큼 더 많은 정보와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약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사전에 습득하고 있어야만 한다. 마약류는 그 무엇보다 예방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