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22년간 지속되고 있는 트라마돌 논란…이젠 종지부 찍을 때
[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22년간 지속되고 있는 트라마돌 논란…이젠 종지부 찍을 때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2.0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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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독자들께서는 마약과 비마약 사이에서 꾸준히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의약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 이 의약품은 2002년 국내에서 발매될 때부터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여전히 매출량이 매우 높고 꾸준히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이 의약품은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처방에 의해서만 판매 가능하니 이 이야기는 그만큼 많은 환자가 복용했다는 의미이다.

서론을 이렇게 길게 만든 그 약은 무엇일까? 바로 울트라셋(울트라셋이알)정이다. 울트라셋류는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중추성 진통제인 트라마돌이 복합된 약이다. 아세트아미노펜(또는 파라세타몰)은 브랜드명이 타이레놀로 특이사항이 아닌 경우 1일 4000mg 이하로 복용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약과 비마약 경계에 있는 진통제가 있다?

논란이 되는 성분은 바로 트라마돌이다. 트라마돌이 포함된 약은 울트라셋뿐 아니라 ‘트리돌정’ 같은 단일제제도 있고 ‘트라스펜정’ 같이 다른 제약회사 동일 성분약도 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트라마돌의 유해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가 됐다. 사실 본격적으로 다시 논란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프랑스에서 ‘트라마돌 처방제한 강화’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이다. 2020년 프랑스는 비암성통증에 트라마돌 사용을 12주 내로 제한했다. 이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트리마돌 마약류 검토사안’이 다시 재점화된 것이다.

이미 미국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에서는 2014년 트라마돌을 ‘Schedule IV’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헤로인과 같은 마약은 ‘Schedule I’이며 모르핀, 옥시코돈 등 마약성진통제들은 ‘Schedule Ⅱ’에 분류돼 있다. 트라마돌이 포함된 ‘Schedule IV’에는 ‘아티반’ ‘자낙스’ 등이 함께 들어 있는데 트리마돌을 제외한 이 약물들은 국내에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영국도 트라마돌은 마약류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위해성 논란과 함께 관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트라마돌의 기전은?

트라마돌은 어떤 기전으로 작용할까? 이 부분은 필자의 저서 ‘아스피린과 쌍화탕(증보판 : 이제 당신도 올바르게 먹어야 합니다)’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설명하겠다.

트라마돌은 일반 진통제와는 완전히 다른 성분입니다. 트라마돌은 다음의 두 가지 기전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킵니다.

첫째는 비마약성 작용으로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하고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해 통증에 효과를 보입니다. 둘째는 마약성 작용으로 오피오이드 수용체 중 하나인 뮤(μ)-수용체에 작용해 통증을 억제합니다.

울트라셋은 암과 같은 강한 통증에 사용하는 모르핀의 1/10 정도 통증완화효과가 있을 만큼 강하게 작용합니다…(중략)2014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는 트라마돌 성분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할 것을 식약처에 촉구했으며 사용기준 허가사항을 보다 엄격하게 변경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약물중독 정보 사이트 ‘DrugRehab.com’에서는 “트라마돌은 약한 처방 오피오이드 약물 중 하나지만 약의 사용은 신체적 의존과 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통증완화를 위해 약을 보다 많이 복용해야 하거나 약을 얻기 위해 처방 쇼핑을 하고 약 복용 후 중단하기 어려울 때는 트라마돌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이 지점이 문제가 된다. 즉 아무리 약하더라도 마약과 동일한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인 것이 분명하고 당연히 의존·중독성을 갖게 된다. 식약처는 이 내용을 모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울트라셋(아세트아미노펜+트리마돌) 사용설명서에 표기된 경고8)에는 ‘트라마돌은 모르핀형(u-opioid)의 정신적, 육체적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트리돌캡슐(트리마돌) 사용설명서 경고2)를 보면 ‘장기투여에 의한 내약성으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의존성이 발생할 수 있다. 약물남용 또는 의존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엄격한 감독하에 단기간 투여한다’고 표기돼 있다.

식약처에서 트라마돌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2022년 트라마돌 단일제제 허가사항을 변경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본래 경고에 있었던 ‘트라마돌은 의존성이 낮으나’라는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 하지만 2023년 국정감사 서면질의에서는 마약류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뭔가 오락가락 하는 느낌이다.

식약처의 자세는 분명 이해가 된다. 어차피 트라마돌은 전문의약품이고 의사처방으로만 구입 가능하기 때문에 남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에 중독됐을 때 환자가 처방을 요구한다면 거부할 수 있는 의사들이 많이 있을까?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면서 처방을 요구하거나 의사 스스로 셀프처방을 하는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프로포폴도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기 전 엄청난 논란이 있었다. 만일 전문의약품 그대로 있었다면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나타났을 것이다.

정신적 의존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관리는 어느 직능에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동시점검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가? 오랫동안 논의돼 왔고 일부 국가에서는 엄격하게 관리되는 약물을 우리는 왜 그대로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트라마돌을 마약류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필자는 유튜브 채널에 트라마돌 부작용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영상 댓글을 보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트라마돌 부작용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약물은 우리가 가진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해주지만 잘못 사용하면 큰 해악을 주기도 한다. 특히 정신적인 부분에 작용하는 약물이라면 더 말할 가치가 없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별 문제가 없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의존성이라면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의약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20년 넘게 지속된 트라마돌의 논란은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아무쪼록 트라마돌이 마약류로 지정돼 남용되지 않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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