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어느 날 뒤뜰에 핀 꽃 때문에 단속까지? 위험한 유혹 ‘양귀비’
[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어느 날 뒤뜰에 핀 꽃 때문에 단속까지? 위험한 유혹 ‘양귀비’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1.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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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br>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춘천에 사는 지인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춘천 시내에 살고 계시지만 외곽에서 소일거리로 농사짓고 계신 어르신께서 양귀비를 키워 단속됐다는 것이다. 물론 관상용인 줄 알고 텃밭에 심어 놓은 것이라 계도로 마무리됐지만 마약류 단속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 한편을 쓸어내렸다고. 괜한 것을 키워 사단을 낼 뻔했다며 다른 가족들에게 핀잔을 들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양귀비에서 추출한 아편 알칼로이드성분은 바로 모르핀

마약 하면 알약이나 주사 또는 가루형태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정의 항목에 가장 처음 나오는 마약은 바로 양귀비(▲양귀비과(科)의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Papaver somniferum L.) ▲파파베르 세티게룸 디시(Papaver setigerum DC.) ▲파파베르 브락테아툼(Papaver bracteatum)이다.

양귀비를 키워 소유했다면 마약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된다. 관상용이 아닌 양귀비를 키우는 것은 단속 당국이 보기에는 공개된 곳에서 마약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양귀비의 꽃봉오리처럼 생긴 미성숙 열매에 상처를 내서 나온 유액을 추출한 것이 아편이다. 과거 청나라를 패망케 했던 아편은 가장 오래 사용된 마약이다. 법률 속 마약 정의에도 아편이 두 번째로 등장한다. 아편은 양귀비의 액즙이 응결된 것과 이를 가공한 것이다. 주성분은 모르핀으로 정신·신체적 의존성과 환각작용이 강한 마약이다.

아편 속에는 모르핀이 약 10% 정도 함유돼 있다. 또 기침약으로 유명한 코데인(약 1%), 나르코틴(노스카핀, 약 5%), 진경제인 파파베린(약 0.6%)도 들어있다. 이러한 구성 때문에 아편은 진통제, 기침약, 설사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정에서 상비약처럼 재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사회적 해악 수준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아편 성분 중에서 생약학교과서에 나와 있는 모르핀의 작용을 옮겨보겠다.

■생약학교과서에 나온 모르핀 작용

1.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하향성 마비, 특히 대뇌 피질통각중추를 마비시켜 불안, 괴로움을 줄여준다(강력한 진통작용) : 한마디로 몸과 머리를 마비시켜 괴로움과 통증을 잊게 한다.

2. 약용량에서는 심장에 대한 작용이 없지만 다량에서는 심장억제작용이 있다 : 내성이 생겨 다량으로 사용하면 심정지가 온다.

3. 연수의 호흡중추를 마비시켜 호흡을 느리게 하고 호흡량을 증가시킨다. 다량에서는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이어 호흡정지가 일어난다. 약용량에서 기침을 관장하는 중추도 마비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진해작용을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 내성으로 인해 다량 사용하면 호흡마비가 온다. 헤로인과 펜타닐 같은 모르핀계 마약을 사용하고 나서 많은 사람이 심장마비와 호흡마비로 사망하게 되는데 환각작용이 너무 강해 죽음의 문턱까지 사람을 이끈다는 것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왜 단속대상? 양귀비는 다 그런가?

양귀비, 즉 아편은 이처럼 위험한 약이기 때문에 상비약으로 키운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법적으로 단속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양귀비가 어떻게 텃밭에 스스로 자라게 됐을까?

그것은 양귀비 자체가 온대 지방에서 자생할 정도로 생육능력이 높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씨가 날아와 밭에 닿는다면 관리하지 않아도 자라난다. 꽃이 예쁘고 자주 봤던 품종이 아니라서 한 번 자라나면 그냥 두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집으로 갖고 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관상용 식물을 재배하는 분들은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려는 필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지난해 6월 22일자 시사안성에 ‘마약류 양귀비, 관상용 양귀비 구별방법’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의하면 ‘2023년 3월부터 6월까지 마약류범죄를 집중단속하고 있으며 마약류범죄 중 양귀비를 재배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총 35명 검거, 양귀비 총 1837주를 압수했다’고 한다.

기사를 보며 ‘마약성 양귀비를 키우는 사람이 있어?’ ‘대부분 실수로 키운 거 아니야?’라는 필자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치 않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양귀비를 키우면 도매금으로 같이 입건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겠다.

다시 기사로 돌아가 경찰청 관계자 말을 들어보자. 마약성 양귀비는 꽃, 열매, 줄기모양 등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마약성 양귀비꽃은 검은 반점이 있는 붉은색, 흰색, 분홍색 등 다양하고 꽃의 열매는 둥글고 크며 꽃의 줄기는 털이 없이 매끈(털이 조금 나는 경우도 있음)하다는 특징이 있다.

경찰관계자는 이처럼 양귀비 구별법이 있는데도 “최근 제주에서 발견됐던 양귀비 종처럼 마약성 양귀비와 관상용 양귀비 중간형태의 특징을 갖고 있는 희귀종도 있어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며 “마약성 양귀비로 보이는 꽃이 있다면 지체 없이 112로 신고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연히 모든 양귀비가 단속대상은 아니다. 아편 알칼로이드(마약성분)가 검출되지 않은 관상용 양귀비는 재배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텃밭을 갖고 있거나 식물을 주로 키우는 분들이라면 다음 사진을 눈여겨 봐주시길 바란다.

아편
마약성 양귀비와 관상용 양귀비 비교.

마약에 대한 관심 그 어느 때보다 필요

마약은 참 어려운 이야기다. 숨어 있고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약으로 인한 범죄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지금, 더 많은 정보들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정보를 통해 마약류를 접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결국 마약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막는 길이 될 것이다. 취미로 기르는 관상용 식물부터 스트레스를 풀러 가는 클럽에 이르기까지…우리의 안전은 우리가 지킬 수 있게 그 어느 때보다 구석구석 마약에 대한 관심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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