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지키던 전임의마저 병원 떠나…일부 병원에선 교수도 사직
자리 지키던 전임의마저 병원 떠나…일부 병원에선 교수도 사직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4.03.0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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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던 전임의도 병원을 떠나고 있으며 일부 교수들도 사직의사를 표명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던 전임의마저 병원을 떠나고 있으며 일부 교수들도 사직의사를 표명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인턴·레지던트) 7000여명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에 돌입했다.

더 큰 문제는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던 전임의도 병원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빅5’ 병원의 경우 전체 의사 중 전공의가 37%, 전임의가 16%를 차지한다. 전임의들이 대거 이탈하면 수술 및 치료가 더 축소돼 ‘대규모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전임의들에게 재계약을 종용하고 있지만 전공의 이탈 때와는 달리 행정명령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전국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임의들의 계약은 대부분 2월 말에서 3월 초에 종료된다. 하지만 기존 전임의의 재계약 포기는 물론이고 전임의 채용이 예정됐던 의사들이 계약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일부 전임의의 계약 포기가 발생하고 있다.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출근이 예정돼있던 전임의 27명 중 22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또 전남대병원은 이달부터 근무하기로 한 신규 전임의 중 절반에 가까운 21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조선대병원 역시 전임의 정원 19명 중 13명이 임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교수들의 이탈도 우려된다. 병원을 지켜오던 교수가 처음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것.

경북의대 이식혈관외과 윤우성 교수는 SNS를 통해 “외과 교수직을 그만둔다. (중략) 더 힘만 빠진다”며 “외과가 필수과라면 현재 그 현장에 있는 제가, 우리가 도움도 안 되고 쓸 데 없는·나쁜 정책이라고 말하는데 왜 귀 기울이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소감을 적었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도 4일 SNS를 통해 “다른 길을 찾도록 하겠다”라며 “면허를 정지한다는 복지부 발표와 현 정원의 5.1배를 적어낸 모교 총장 의견을 듣자니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또 서울아산병원·강릉아산병원·울산대·경희대 의대 교수들 역시 성명서를 통해 “의대생과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적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MICU)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성형외과 의료진 부재로 응급실에서 안면외상, 안면골절, 얼굴 부위 열상봉합 등 모든 성형외과 진료가 불가능하다.

지역 응급실 인력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대구 영남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의료진 부재로 외과 추적관찰환자 외에는 수용이 아예 불가능하다. 또 칠곡경북대병원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응급진료가 중단됐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최악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비상진료체계를 구성하고 있다”며 “전임의들은 현장에서 큰 노력을 하고 있고 재계약률도 상당히 올라왔으며 의대 교수님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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