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장 열었는데 현장 뛰쳐나가” vs “의대정원 증원 고수하는 한 대화는 불가”
“대화의 장 열었는데 현장 뛰쳐나가” vs “의대정원 증원 고수하는 한 대화는 불가”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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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일대일 공개토론
각 입장 고수할 뿐 접점 못 찾아
환자들 “우리 피해는 나몰라라”
정부와 의료계가 KBS1TV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서 의대정원 증원문제를 놓고 공개토론을 벌였다. 양 측은 각 입장을 고수할 뿐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했다. 박민수 제2차관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사사건건 방송화면 캡처). 

의대정원 증원을 놓고 벌어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결국 의료공백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보건의료계가 코로나19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의 일대일 대면 토론이 진행됐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23일 KBS1TV 사사건건에 출연, 공개토론을 벌인 것. 팽팽한 줄다리기 속 진행된 이번 토론의 주요 쟁점을 정리헀다. 

■의대정원 규모 2000명이 문제?

정부가 2025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늘리겠다고 최종 발표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심화됐다. 이날 토론에서도 양측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각 입장을 고수했다. 

- 2000명, 과연 적절한 규모인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이하 김택우) :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 논의과정에서 2000명에 대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발표했다는 점이다. 정말 의대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면 몇 가지 보고서만을 근거로 할 것이 아니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라도 만들어서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근거로 내세운 연구보고서 3건 어디에도 2000명이라는 숫자는 없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하 박민수) : 참 답답하다. 의대정원 증원문제는 한두 해 논의했던 것이 아니다. 그간 각종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 결과가 누적돼왔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얻어진 공통 결론은 의사가 1만명 정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연구보고서의 경우 앞쪽은 과학적분석, 뒤쪽은 연구자들의 의견이 담긴 정책적 제안으로 구성돼 있는데 정부는 과학적분석을 근거로 증원 규모를 결정한 것이다. 

- 증원 속도 조절 가능성은 전혀 없나.

박민수 : 2000명이 너무 많다고 하는데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증원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나중에 그 충격이 더 클 것이다. 이것은 협상을 해서 양보할 문제가 아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고령인구가 늘면 의료수요는 입원의 경우 40%, 외래는 13% 증가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런 미래가 앞에 있는데 어떻게 현재 인력만을 고집하나. 일단 이 문제를 차지하고서라도 의사들을 만나야 얘기를 할 수 있다. 대화의 장을 열었는데도 현장을 뛰쳐나가지 않았나. 

김택우 : 기본적으로 대화라는 것은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를 꺼냈을 때 이뤄지는 것이다. 의대정원 증원을 고수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나.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유연성을 갖길 바랄 뿐이다.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로 해결? 

이날 토론에서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 보상을 통한 필수의료과 지원)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정부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필수의료 부족, 지역의료 공백문제 해소를 위한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 필수의료과 지원 충분한가.

김택우 : 현재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근본원인은 하면 할수록 적자라는 것이다. 다른 부분에 대해 투자하지 말고 필수의료과에 전공의가 충원될 수 있도록 제대로 수가를 보상하는 등 적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박민수 : 저수가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검체, 영상분야는 훨씬 위로 책정돼 있다. 그렇다면 과잉되는 부분은 걷어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하는데 수가체계를 한꺼번에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수가를 조정하면서 기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한편 특히 저평가돼 있는 필수의료분야는 추가로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 적절한가.

- 김택우 :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260배, 영국보다 900배의 의료소송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 부분도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원인임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 박민수 : 다른 나라보다 의료소송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환자가 보상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직접 소송을 통해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해서 결국은 의사와 끝없는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의사도, 환자도 결국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자동차보험과 유사한 구조로 책임보험체계를 두고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인의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환자는 신속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별도의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의 여지가 있다.  

- 지역의료 공백 메울 수 있나.

박민수 : 정부가 지역인재전형을 대폭 확대하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정책으로 내놓은 건 지역 대학병원을 구조적으로 바꿔 추후 배출될 의료인력들이 지역 대학병원에 몸담을 수 있게 하자는 생각에서다. 지금은 각 지역에 있는 대학병원 혼자 생존하는 데 급급하다. 즉 대학병원의 기능이 진료 중심으로 돼 있는 것이다. 대학병원은 연구·진료·교육이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놓고 의대정원을 증원하면 이들이 10년 후 배출됐을 때 한층 화된 지역의 대학병원으로 갈 수 있다. 

김택우 : 현재 지역에는 의사가 없는 게 하니라 인구소멸과 맞물려 환자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지역의료 공백이라는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의 사회경제적 문제와 연결 지어 생각해야 한다.

■대형병원 전공의 의존문제 수면 위로

한편 의료공백으로 전공의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들 역시 전공의 이탈이 이렇게까지 현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 일인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 김택우 : 이러한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 전공의들은 교육받는 학생들인데 이들이 빠졌다고 해서 의료시스템이 붕괴된다는 것은 정부 정책과 현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 박민수 :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며 논의의 장을 만든 것이다. 전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논의도 하기 전에 먼저 현장을 뛰쳐나가지 않았냐. 매번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파업으로 실력행사를 하면서 정부를 물러서게 했다. 이런 경험들이 누적돼 학생들에게 학습된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현 교육체계로 감당할 수 있나

의대정원을 늘리면 현 교육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관해서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김건민 비상대책위원장(이하 김건민)이 전화 연결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 김건민 : 이번 정책으로 인해 학생들 모두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의사가 되기 위해 지난 수년간 했던 노력과 사명감을 뒤로 하고 떠났다는 건 그만큼 지금 제시된 정책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고 의료계가 발전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데 공감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실적인 정책을 만들려면 현장의 목소리와 상황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이를 인정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 김택우 : 학생들도 충분히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은 적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 박민수 : 의대교육의 질 문제를 전혀 고려 안 한 것이 아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교수 추가 채용, 기자재 구축 등 여러 인프라 마련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환자 위한 대책은 전혀 없어 

이날 토론에서는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안선영 이사(이하 안선영)도 전화 연결을 통해 환자들의 울분을 전달했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의 팽팽한 갈등 속에서 환자들은 돈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피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 안선영 : 현재 환자들이 겪고 있는 피해들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의사라는 직업이 마치 하나의 특권처럼 논의되고 있는 것에 매우 불쾌감을 느낀다. 모든 사람이 열정을 갖고 도덕성을 담아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러니 의사들도 본인의 자리는 지켜줘야 한다. 환자들이 겪고 있는 피해들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분명하게 얘기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파업을 하든, 강경대응을 하든 명분이 설 것 아니냐.

- 박민수 : 정말 송구하다. 정부가 이 문제를 조속하게 해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비상진료대응체계를 적극 가동해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최대한 지원할 것이며 가벼운 질병은 가급적 지역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해 환자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 김택우 : 정부 정책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개개인이 이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의사단체도 국민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단체이다. 늘 환자 곁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전공의들이 하루 빨리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유연성을 갖고 정책을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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