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시집 안 가?” 제4의 성 ‘무성애’
“너 왜 시집 안 가?” 제4의 성 ‘무성애’
  •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 승인 2014.08.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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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제가 무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도 벌써 1년이 돼가네요. 저는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없고 성적 욕구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감정기복도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야동을 처음 봤을 때 역겨운 기분을 느꼈고 심지어 화까지 났습니다.”
 

한 고등학생이 인터넷게시판에 올린 내용이다. 실제 여러 인터넷사이트에 ‘제가 무성애자인 걸까요?’라는 질문이 종종 올라오곤 한다. 많은 사람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무성애(無性愛)’는 분명히 실존하는 개념이다. 몇 달 전 평론가 허지웅이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스스로를 ‘성욕 없는 사마천 같은 존재’로 비유, 무성애자가 인기키워드로 등극하기도 했다.

무성애는 ‘동성과 이성 모두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다. 하지만 무성애자가 발기부전 등 육체적 성기능에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성적욕구나 성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무성애자는 낮은 성욕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욕저하증환자와는 확실히 구분된다.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1% 정도는 무성애자다. 학계에서는 강박증·불안장애·분열성성격장애나 우울증, 과거의 부정적인 성경험에 따른 회피나 혐오반응, 발달장애·성격문제·심리적 거세 등 정신분석적 갈등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한편 미국 성 전문 연구기관 킨제이연구소는 ‘무성애는 병이 아니라 이성애와 동성애와 동일한 지위를 가진 성적취향의 하나’라고 규정했다. 즉 이를 ‘제4의 성’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모든 사람들이 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은 오류”라며 “무성애자의 취향은 개인의 다양성으로 존중돼야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한 무성애자부부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성관계 없는 결혼생활을 당당히 공개해 화제가 됐다. 남편 폴 콕스(24)는 “결혼한 지 9달이 지나도록 성생활을 하지 않고 있으며 서로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는 않지만 행복하다”고 밝혔다.

“왜 시집 안 가?” “왜 연애를 안 하지?” “좋아한다며 왜 같이 안 자?”

우리가 습관처럼 쉽게 내뱉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전혀 없다. 타인의 비난이 두려워 억지로 사랑하고 성관계를 맺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사랑하면서 충분히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헬스경향 최신혜기자 mystar0528@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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