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도 병’ 건강 걱정이 오히려 건강 해친다
‘걱정도 병’ 건강 걱정이 오히려 건강 해친다
  • 정희원 기자
  • 승인 2013.03.0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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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웰빙·힐링열풍까지 가세해 언론에서도 각종 건강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인들은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웹사이트나 잡지에서 돌아다니는 소위 ‘당신의 건강상태를 진단해 드립니다’와 같은 자가건강진단을 해보다 괜히 ‘어디가 아픈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넘쳐나는 정보들 중 올바른 것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정보를 지나치게 접하다보면 쓸데없는 생각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본인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걱정이 지나치면 ‘건강염려증’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정말 ‘걱정도 병’인 셈이다. 

 

건강염려증이란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사소한 신체증세와 감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중대한 질병에 걸렸다고 확신하는 증상으로 실제 병원을 찾는 전체 환자의 15%가 건강염려증으로 진단된 경우도 있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칫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건강염려증은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환자가 자신이 어떤 심각한 질환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집착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보통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조금 걱정하다가 ‘괜찮겠지’하고 넘기는 것이 대다수다. 하지만 건강염려증을 겪는 사람들은 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일명 ‘닥터 쇼핑(doctor shopping)’을 시작한다. 

 

의사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믿지 않고 ‘다음 병원에서는 내 병을 알아줄 거야’라고 생각하며 온갖 검사와 진료를 되풀이한다. 이들은 진찰결과에 이상이 없을 때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거나 의사를 불신한다. 건강염려증이 심각해질수록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이들은 ‘큰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세창 교수는 “큰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계속 듣다보면 환자들은 본인의 병을 정확히 찾아내지 못한다는 실망과 함께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자괴감이 들면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발병에 연령·성별 큰 차이 없어

 

건강염려증은 특정한 사람들만 겪는 일일까. 건강염려증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특히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나 유전적으로 신체화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는 “건강염려증은 아무런 내과적 이상 없이 다양한 신체증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질환인 ‘신체화장애’의 한 형태로 만성스트레스 등 심신의 자가회복력이 저하되면서 신경계의 작은 이상이 과장돼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감각이상을 증폭시키는 민감한 신경계와 과도하게 걱정하는 신경증적인 성격이 만나 건강염려증이라는 특별한 증상이 생기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치료 앞서 본인 상태 인정해야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한 교수는 “건강염려증환자의 경우 여러 병원을 다니는 것 보다 믿을 수 있는 주치의를 정하고 그의 말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질환은 우울증보다도 치료가 조심스러운데 이유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환자 본인은 ‘몸’이 아픈 건데 왜 자꾸 정신과를 찾아가보라고 말하느냐며 화를 내기도한다. 한 교수는 “치료에서 우선돼야 할 것은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삼성병원 윤세창 교수는 건강염려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건강에 대한 염려가 지나치게 부추겨짐으로써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건강한 몸 상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강염려증 극복사례

 

40대 골프강사 A씨는 건강염려증으로 고생하다가 이를 이겨냈다. 그는 2년 전부터 건강염려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조차 하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전신을 부위별로 따로따로 정밀검사 받고 인터넷에서 건강 관련 정보를 파고들면서 놀랐다가 안심했다가를 반복했다.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던 그는 급기야 혈압만 생각하게 되고 혈압 잴 생각만 하면 심장이 뛰고 이물감과 답답함을 느꼈다. 닥터쇼핑은 일상이었다.

 

특히 그가 실망했던 점은 자신이 건강염려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의사들조차 계속 검사를 부추겼다는 점이었다. 건강염려증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심리적 안정이 가장 중요한데 그 때마다 ‘내게 심각한 병이 정말 있구나’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건강염려증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을 믿는 한편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복식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처음에는 숨 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지만 이내 익숙해지면서 편안해졌다. 

 

또 인터넷에 떠도는 건강정보에 집착하기보다 확실한 진단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나치게 확인하는 습관이 건강염려증을 부추긴 것 같다”며 병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와 자신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의사의 말을 듣는 것이 건강염려증에서 벗어나는데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TIP. 건강염려증 자가진단법

 

 

지난 4주 내에 내외과적으로 이상 없다는데도 위 자가진단 결과 총점이 5점을 넘는 경우 건강염려증이나 신체화장애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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