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분만’ 산모에게 득일까? 해로울까?
‘무통분만’ 산모에게 득일까? 해로울까?
  • 정희원 기자
  • 승인 2013.03.12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있어 축복이면서도 동시에 험난하고 기나긴 여정이다. 이 과정은 숭고하기도 하지만 산고 역시 여성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고통이다. 따라서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나 아기를 낳고자하는 여성들은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한동안 몸매가 망가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왕절개가 유행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자연스러운 분만이 아이에게 더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자연분만이 재조명되고 있다. 출산 시 통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특히 초산의 경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순위 2·3위에 오르내릴 정도다.
 
이에 따라 산모의 통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했다. 그 중 특히 무통분만주사를 통한 출산이 예비엄마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임신?출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무통천국’이라는 말을 쉽게 볼 수 있다. 무통천국은 출산 시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무통분만’을 통해 큰 고통 없이 아기를 낳은 경우 쓰는 말이다.
 
예비엄마들과 출산한 엄마들이 찬사를 보내는 무통분만이란 무엇이며 얼마나 효과적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알아봤다.

경막외마취로 감각신경만 마취
 
무통분만은 진통 중 의식은 유지하되 통증은 경감시키는 것으로 허리부위의 경막외마취를 통해 시술된다. 경막 외 공간에 가느다란 관인 카테터를 삽입해 지속적으로 진통제를 주입하고 이는 자궁수축으로 인한 진통과 질?회음부 통증을 억제한다. 무통분만은 통증으로 인해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만들어 분만시간이 단축되는 장점도 있다.
 
무통분만은 자궁이 3~4cm 정도 열려 출산 진통이 가장 활발할 때 시술된다. 감각신경은 무뎌지지만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힘을 주기 위한 운동신경은 마취되지 않는다. 호산산부인과병원 방장훈 원장은 “진통이 시작됐다고 해서 바로 시술하면 자궁수축이 억제돼 자궁구가 열리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동탄제일병원 양재혁 원장은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는 의학적으로 무통분만이 가능한 때라면 반드시 시술할 것을 권한다”며 “무통분만은 산모의 불안과 고통을 줄여 출산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아기에겐 해(害) 없어 안심해도 좋아
 
하지만 무통분만시술에도 감안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진통제가 잘 듣지 않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3% 정도의 산모는 무통주사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마다 마취약에 대한 내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통증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무통분만을 실시했을 때 완벽하게 통증이 없는 산모가 있는 반면 드물게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무통분만시술 후 일시적으로 저혈압이 나타나 현기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 또 허리에 주사를 지속적으로 맞다 보니 출산 후 허리통증이 남는 경우도 간혹 있다. 주사가 경막을 뚫을 경우에는 두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무통분만의 장점은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통분만은 혈관마취가 아닌 경막외마취로 약물이 혈액에 흡수되지 않아 아기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아 안심해도 된다.
 
방장훈 원장은 “출산 시 심리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무통분만을 선택하는 만큼 경험이 많은 통증의학과 의사가 상주하며 수시로 산모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혈압 떨어뜨려 저혈압 환자는 피해야
 
하지만 무통분만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누구나 시술 받을 수는 없다. 무통분만 자체가 혈압을 떨어뜨리는 만큼 저혈압환자나 혈소판 수치가 낮아 출혈소인이 큰 사람은 무통분만을 받기 어렵다. 또 척추부위에 염증이 있거나 척추수술을 받은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마취제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산모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반면 고혈압 산모에게는 오히려 무통분만이 추천된다. 심장이 약하거나 폐에 이상이 있는 산모, 임신중독증으로 태반기능이 떨어진 산모, 쌍둥이를 출산하는 산모에게도 무통분만은 큰 도움이 된다.
 
산모 심리적 안정이 최우선돼야
 
우리나라에서 무통분만에 대한 본격적인 시도는 20년 전부터 시행됐다. 처음에는 산고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오히려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산모의 정서적 안정이 점차 중시되면서 무통분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양재혁 원장은 “출산 시 불안에서 벗어나면 산모 본인이 주도적으로 분만에 임할 수 있게 돼 신체?정신적 안정을 찾게 된다”며 “출산 자체에 너무 겁먹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을 통해 행복하게 새로운 가족을 맞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