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우기자의 정신질환백서]남들 앞에 서기 두려운 ‘사회공포증’
[신민우기자의 정신질환백서]남들 앞에 서기 두려운 ‘사회공포증’
  • 신민우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5.02.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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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교양과목강의시간. 강단에서 한 학생이 발표하고 있다. 많은 수강생들 앞에서 태연하게 말하는 그가 부럽다. 문제는 다음 발표자가 나라는 사실. 마음은 초조함으로 쿵쾅거린다. 마침내 내가 강단에 올라갈 차례다. 벌써부터 망신당할 것 같다. 실수하면 안 돼…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효과적이지는 않다. 학생들이 벌써 나를 비웃는 것 같아 더 떨린다.

이런 현상은 몇 년 전 발표수업에서 시작됐다. 당시 발표에서 창피를 당한 이후 사람들의 주목만 받으면 잔뜩 움츠러든다. 자기소개를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말을 더듬는다. 얼굴은 이미 붉어진 지 오래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들린다. 분명 나를 흉보고 있을 테지. 교수님의 실망한 표정이 보인다. 결국 이번 발표도 망쳤다.”
 


정신의학에서는 이 증상을 ‘사회공포증’이라고 부른다. 사회공포증은 자신이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신질환이다. 이 증상은 청중 앞에서의 발표·이성과의 만남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주로 다른 사람에게 심한 창피를 당한 뒤 발생한다. 과거와 비슷한 일을 겪을 때 심하게 긴장하거나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치료법은 크게 약물처방과 인지치료로 나뉜다. 사회공포증환자들은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등 신체변화로 인해 더 큰 불안감을 느낀다. 이때 혈압·심장맥박수를 낮추는 자율신경계약물을 처방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한다. 또 몸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농도를 높이기 위해 SSRI(우울증치료제의 일종)를 처방한다. 증세에 따라 약물비율을 다르게 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사회공포증환자의 큰 문제는 자신이 노출되는 상황을 꺼린다는 점이다. 인지치료는 이런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치료진 앞에서 환자가 불안·공포를 극복하는 상황조절능력을 재학습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병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지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개인병원도 많아 자신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의학에서도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또 심리상담소가 활성화돼 있어 치료를 위한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립서울병원 정신재활치료과 심민영 교수는 “환자들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병원에 온다”며 “약물처방과 인지치료는 환자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적절하게 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경향 신민우기자 smw@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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